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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씩씩한 소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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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 11.02.21 08: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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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홉 중 여덟 번째 딸. 경상북도에 있는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 졸업. 인천의 노인요양원 근무. 2009년 가을 결혼. 태어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들의 엄마.’ 특별할 것도 없고 눈에 띄는 이력이나 화려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 아기까지 낳았으니, ‘씩씩한 소녀’라는, 닉네임도 머잖아 ‘씩씩한 아줌마’,‘씩씩한 아기엄마’로 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
씩씩한 소녀를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말이었는데,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에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젊은 사람 특유의 풋풋함과 생기가 진하게 풍겨 나오던 기억이 납니다.

‘학비를 스스로 버느라고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택한 전공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집중도 할 수 없었던 대학 신입생 시절. 휴학을 하고 친구 집에 머물며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모으던 해 12월, 어느 날 새벽에 걸려온 언니의 전화 한 통! 61세의 어머니는 그렇게 급성호흡부전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고, 거리에서 어머니와 비슷한 연세의 어른만 봐도 가슴이 메고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던 시기를 거치면서 노인복지를 해야겠다고 결심.’ 그러면서 자신이 어머니께 해드린 것이 너무 없어서 조금이라도 보상하려는 심리였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50명의 어르신들이 계시는 노인요양원에 근무하면서 씩씩한 소녀는 각기 다른 얼굴과 성격과 배경을 가진 분들을 통해 노년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고민하게 되고,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가 시행되면서 어르신들이 사람으로서의 가치가 아닌 등급으로 취급받는 현실을 몸소 겪게 됩니다.
그러면서 꼬리를 무는 질문과 맞닥뜨립니다. ‘노인복지란 무엇인가? 잘 짜인 프로그램으로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 노인복지일까? 원하지도 않는데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조사하고 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노인복지일까? 이런 현실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제도를 만드는 사람?’

결국 노인요양원을 퇴직한 씩씩한 소녀는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 공부는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부딪쳐 얻고 걸러내 스스로의 것으로 만드는 살아있는 공부였습니다. 백두대간 산행은 물론이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전국의 사회복지 관련 시설과 단체를 방문해 현장을 보며 배우고 익히는 40일간의 복지순례까지 거뜬히 마친 씩씩한 소녀는, 지난 연말 한 송년회에 남산만한 배를 안고 참석했는데 뱃속 아기가 특별상을 받아 지켜보는 모두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해가 바뀌어 설날 새벽 2시에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씩씩한 소녀는 지금 산후조리원에서 하나씩 초보 엄마 노릇을 익히고 있습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딸 아홉을 낳아 기르고 젊은 나이에 세상 떠나신 어머니 생각을 할 것입니다. 또한 아이와 함께 만들어 나갈,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존중받고 배려 받는 세상을 꿈꿀 것입니다.

저는 씩씩한 소녀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런데 이담에 나이가 들어 닉네임을 ‘씩씩한 할머니’로 바꿔도 좋겠지만, 그냥 영원히 ‘씩씩한 소녀’로 남아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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