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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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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함정임 작가
  • 03.02.15 09: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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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898
비 내리는 일요일 늦은 아침, 나는 어김없이 서울로 향한다. 오늘은 덕수궁 ‘근대 미술의 산책’에 나갈 생각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자동차를 질리도록 타서 그런지 아이는 한 시간 이상 이동하는 것을 싫어한다. 차라리 집에서 컴퓨터나 조금 하고 만화도 조금 보고 티브이도 이리저리 돌려보고 거기에 자장면이나 피자를 시켜주면 더욱 좋고 그리고 나머지는 뒹굴뒹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이제 겨우 아홉 살을 넘긴 녀석이 마치 마흔 살 먹은 가장 티를 낸다.

나 역시, 하루쯤, 그래 휴일이지 않은가, 늦잠에도 취해보고, 전화기를 붙잡고 엄마, 오빠, 언니, 친구와 수다도 실컷 떨어보고, 인터넷으로 새로 나온 디비디 쇼핑도 하고 싶다. 그러나 나에게는 언제나 반발짝이 문제다. 반발짝 뒤로 물러섰다가, 반발짝 앞으로 내밀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아니야, 그럴수록 움직여 봐야지, 나를 일으켜세워야지, 하는 목소리에 내 몸은 그만 집을 벗어난다.

서울에서 새도시로 이사온 지 십 년이 되어간다. 백일된 갓난 아기를 들쳐업고 들어와 그애가 열 살이 되도록 살다보니 도시도 아연 나이를 먹었다. 나름대로 아름다운 인공의 전원 도시가 되었다. 푸성귀 하나, 꽁치 한 마리 어디 가서 사야 하나 막막했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게 자유로가 개통되는가 하면, 호수 공원이 개장하고, 대형 할인점이 번쩍번쩍 솟는가 하면, 영화관, 도서관, 종합 병원, 오피스텔들이 속속 빈 자리를 채워갔다.

처음 새도시에 입주를 했을 때에는 이웃이고 친구고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서울에 사는 글쟁이 출판쟁이 영화쟁이 방송쟁이 신문쟁이 친구들이 다 몰려와서 서울에는 이제 누가 남았나 세어볼 정도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부터 그들의 방향과 역류를 꿈꾼다. 그들이 떠난 서울로 가는 것이다. 뉘집 문패들이 비죽비죽 나타났다 사라지는 울퉁불퉁한 언덕길을 올라가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서야 하는 낮고 좁은 문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돌고돈다. 그러다 문득 시장할 때면 여닫이 문이 드르륵 소리내는 작은 빵집, 술집, 구멍 가게들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 내리는 일요일 늦은 아침,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서울로 간다. 새도시 삶이 싫어서도 아니고 서울특별시를 동경해서도 아니다. 아니 하나같이 똑같은 아파트 구조처럼 되어버린 새도시 삶이 따분해져서, 아니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하고, 넓직넓직하고 반들반들하고, 굉장하고 시시한, 그러니까 전통과 현대가 자연발생적으로 공존하는 서울이 갈수록 정겨워져서이다. 내 가슴의 왼쪽이 무거워질 때, 내 가슴의 오른쪽이 자꾸 기울어지려는 것처럼 내 발길은 오늘도 촌스러운 서울 동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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