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결혼과 국제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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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이성록 박사
  • 07.06.18 09: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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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때문에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돌아보면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심각한 공해가 되고있다. 일부 현수막 중에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광고 현수막들이 무차별적으로 설치되어 청소년 탈선을 조장할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 지역뿐만 아니라 농촌지역까지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들이 도로변에 버젓이 내걸려 있어 민망스럽기 짝이 없더니 결국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고 말았다.
최근 장가들지 못해 애를 태우던 농어촌 총각들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혼인통계결과에 의하면 2006년 농어촌에 살며 결혼한 남성의 41%가 외국에서 온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농어촌 남성 10명중 4명이 외국인과 결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국제결혼은 중개업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개업체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반 인권적이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문제의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한국의 국제결혼 알선행태가 국제적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농촌 풍경의 하나로 익숙해진 현수막 광고에 담긴 한국인들의 인종·인권적 경시 풍조를 미국 국무부 보고서가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며칠 전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인신매매 보고서는 한국 결혼중개업체들에 의해 “매매”되는 동남아 여성들의 실태를 고발하면서 “베트남 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는 국제결혼 광고 현수막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도로 변에 걸린 이러한 광고들은 동남아 저개발국 여성들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으니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최근 우리 국민들의 인권의식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권의식이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내 권리는 잘 챙기면서 남의 권리는 경시하는 풍조이다.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차별 받으면 흥분하면서도 우리가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선 냉담하다. 아직까지도 피부색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든 면에서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차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때 우리 역시 가난을 면하려 외국으로 시집가서 차별받는 여성들을 보며 그 얼마나 속상해 하였던가!
길거리에 내걸린 선정적인 결혼알선 현수막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권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의 본질은 현수막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당연한 일상의 풍경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들의 이중적 태도이다. 당연히 성차별·인종차별적 현수막을 규제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하겠지만 이러한 현수막을 용납하지 않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더 중요한 과제이다. 나아가 다민족 다문화시대를 맞이하여 이주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좋은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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