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3전4기 끝 최고령 미용사 합격, 71세 서태석 할머니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2.12 13:11:18
  • 조회: 538

 사진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ㆍ“집에 마네킹 들여놓고 연습, 당당히 붙었죠”

 

서태석 할머니(71·사진)는 지난 6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미용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동안 실기시험에만 연거푸 세 번 떨어졌다. 반가운 마음에 왈칵 눈물이 났다. 미용사 자격시험 사상 최고령 합격자라고 했다.

“아유. 뭐 대단한 일도 아닌데 괜히 여기저기 알리기가 그렇네. 그래도 일흔 넘은 나이에 새로 도전을 해서 성과를 거둔 거니까 다른 노인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네.”

 

수화기 너머로 전해오는 서 할머니의 목소리는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생기가 넘쳤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서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남편과 사별했다. 이후 갑자기 무기력해졌다고 한다. 할머니는 “수십년 동안 살림만 했었는데 막상 혼자 되고 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갑자기 무료해지면서 삶의 의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별의 아픔 달래려 시작

신부화장이 가장 자신

노인들엔 무료 봉사할 것

 

서 할머니의 딸은 지난 4월 이런 어머니에게 “미용기술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미용사가 일도 험하지 않으니 한번 배워보는 게 어떠냐고 했어. 미용기술로 봉사활동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없이 사는 노인네들도 머리는 자꾸 자라는데, 가위 하나만 있으면 잘라줄 수 있으니 좋은 일 아니겠어?”

미용기술은 교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본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일흔이 넘어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며 자격증을 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196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 할머니는 전화국에서 2년 일했던 게 사회경험의 전부였다. 그 뒤로는 집안일만 했다.

 

필기시험은 생각보다 쉬웠다. 어렵겠거니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한 덕인지 단번에 합격했다.

그러나 손기술이 필요한 실기시험이 문제였다. 실기시험 과목은 파마, 커트, 신부화장 등 세 가지다. 커트를 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잡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파마롤을 감는 것도 어색하기만 했다. 3번의 실기시험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노력하면 될 것 같더라고.”

서 할머니는 연습시간을 늘렸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미용학원에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학원에서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아예 집에 연습용 마네킹을 들여놓고 밤늦게까지 연습했다. 할머니는 “집에서 한다는 얘기는 학원 선생님한테도 안 했어. 그러고도 못하면 ‘할머니는 나이 들어서 역시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할까봐”라고 했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신부화장을 할 때는 무릎을 꿇은 채 속눈썹을 붙이고 분을 두드렸다.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였다. 서 할머니는 “아직까지 무릎이 아프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내가 한 신부화장이지만 너무 예쁘더라”고 말했다.

네 번째 도전 끝에 받은 성적은 우수했다. 합격선인 60점보다 훨씬 높은 71점이었다. 서 할머니는 미용학원에서 예순네 살의 다른 할머니를 만났다. 두 사람은 함께 미용실을 내기로 했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줄 수 있는 작은 미용실이다. 어려운 노인들에게 무료로 머리 손질을 해주고, 싼값에 파마도 해줄 생각이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었는데 이제 희망이 생겼어.  사실 일자리를 찾으려 해도 늙으면 애도 안 맡기고 청소도 힘에 부치잖아. 내 소식을 듣고 주변 노인들이 자기도 가만 있으면 안되겠다고 하니까 ‘아 정말 내가 잘한 건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서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