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뉴스] 13년 만에 출근 “내 구두 소리, 가슴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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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9.27 10: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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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기업은행 경력 단절 여성 채용 프로그램에 뽑힌 김명선씨

 

“직장인들 사이를 걷는데, 보도블록에서 ‘또각또각’ 내 하이힐 소리가 나는 거예요.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어요.”

26일은 김명선씨(43)가 13년 만에 은행에 출근한 날이다. 김씨는 2000년 첫째아이를 임신하면서 당시 다니던 한미은행을 휴직했다. 복직할 때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김씨는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2003년 둘째까지 낳아 키우고 학교에 보내며 전업주부 생활을 했다.

“아파트 관리비 혜택이 있다고 해서 새로 신용카드를 하나 만들려 해도, 남편의 신용을 빌려야 하는 거예요. 나도 일할 땐 귀찮을 정도로 카드 만들라는 권유를 받았었는데…. 그럴 때 참 서러웠죠.”

 

 바쁜 시간대 하루 4시간 근무

“전산 화면 집중하니 이해 쉬워

살림 경험 고객 서비스 도움”

 

몇 년 전부터는 새로운 일을 찾으려 했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자격증을 따려다가 “나이가 많아서 자격증을 따도 취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언에 돌아서기도 했다. 지난 7월 우연히 인터넷에서 기업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경력사원으로 뽑는다는 모집공고를 봤다. 접수 마감 전날 김씨는 부랴부랴 원서를 냈다.

김씨는 20 대 1의 경쟁을 뚫고 108명의 동기와 함께 합격했다. 김씨와 동기들은 영업점별로 가장 바쁜 시간대에 하루 4시간 동안 투입된다. 월급은 8시간 근무자의 절반이지만, 복지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 59세 정년도 보장받는다.

본점 외환사업부에 배치된 김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할 생각이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 둘을 학교에 보내고 출근해서 아이들이 돌아올 때쯤 퇴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 교육을 우선시하는 남편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반일제 근무시간 덕분이다. 김씨는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집에 종일 퍼져 있는 것보다는 복장도 갖춰 입고,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전보다 전산 화면이 복잡해져서 적응할 수 있을까 약간 무서웠는데, 연수 때 배우고 나니 오히려 우리 때보다 이해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연수 때는 김씨 동기들의 집중도가 워낙 높아서 강사들이 “한 명도 졸지 않는 교육생들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김씨는 “10년 이상 은행 고객으로 살아본 경험도 고객 서비스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일을 시작하니까 계속 ‘누구 엄마’로만 살던 제게 이름이 돌아왔어요.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저희 동기들 다 열심히 할 겁니다. 우리가 잘하면 이런 취업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지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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