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낮은 물가가 늘 좋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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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3.06.10 15:35:25
  • 조회: 12171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1%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집세와 중·고등학생 학원비, 택시·버스 요금,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 생활물가는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경향신문 4월2일자 17면)

▲ 과거 정부의 물가 통제로 다양한 자장면 개발 불러
최근의 물가 안정 요인은 수요 부진·원자재값 안정
너무 낮은 물가상승률은 경제 활력 떨어졌단 의미

- 물가는 어떻게 측정하는지요.


“정부에서 발표하는 여러 통계지표 중에서 국민의 살림살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는 물가일 것입니다. ‘물가가 오른다, 혹은 떨어진다’고 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준이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모두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통계청에서는 대표성을 가진 481개 항목을 선정해 이들의 가격 변동을 추적하고 있어요.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이 늘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고요. 사람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해 구성 항목을 수시로 조정합니다.”

-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나쁜 게 아닌가요.

“1970년대에는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80년에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8.7%에 달했어요.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한 해에 30% 가까이 올랐으니, 당시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지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인플레이션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인식이 많은 사람의 머리에 각인된 것도 1970년대에 경험한 물가 급등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일 겁니다. 1980년대 초에 출범한 전두환 정권의 최대 국정 목표 중 하나가 ‘물가 안정’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어요. 물가를 잡아야 했으니, 기업이나 상점 등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지요. 그래서 꾀를 부리는 장사꾼들이 나타났습니다. 교묘히 제품 이름을 바꿔 가격을 올린 것이지요. 대표적인 사례가 자장면인데요, 자장면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요즘도 중국집에 가보면 자장면 종류가 많습니다. ‘삼선자장’ ‘쟁반자장’ ‘유니자장’ 등이 있는데, 이들은 일반 자장면보다 보통 몇 천원씩 비쌉니다. 자장면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주게 돼 정부의 통제를 받았지만, 다른 이름으로 팔리는 자장면은 물가지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자장면을 개발해 가격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죠. 다양한 자장면이 개발된 데는 과거 정부의 물가 통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먹을거리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자장면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어요. 지금은 치킨과 피자가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자장면보다 더 커졌습니다.”

- 물가지수와 실제 느끼는 물가는 차이가 많던데요.

“최근 물가는 뚜렷하게 안정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까지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개월 연속 1%대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어요. 물론 낮은 물가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에서 정한 481개 품목으로 산정하고, 각 품목의 가중치도 다르기 때문에 각자 형편에 따라 체감물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요금이 올라가면 출퇴근을 하는 샐러리맨에게는 부담이 되겠지만, 은퇴하신 고령층 어르신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통계청에서도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보완하기 위해 일반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기본 생필품(쌀, 달걀, 소주 등)을 중심으로 142개 품목을 선정해 따로 ‘생활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식품류 51개를 대상으로 산정되는 ‘신선식품지수’도 있고요. 신선식품지수는 주부들에게 중요한 장바구니물가를 측정하는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지표물가가 하향 안정화하고 있음에도, 서민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은 이유는 신선식품 가격 상승과 전월세 관련 부담 증가 때문이라고 봅니다. 2012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2%에 그쳤지만, 신선식품지수 상승률과 전월세 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5.8%와 4.1%에 달했어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 중 의(衣)와 식(食)의 물가가 적지 않게 올랐으니 서민이 느끼는 살림살이도 팍팍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다 좋은 걸까요.

“체감물가와의 괴리는 감안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한국의 물가는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되고 있어요. 1980년대 초반까지 20%를 넘나들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980년대 중반부터는 한 자릿수대로 낮아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3% 내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1%대로 더 낮아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나쁘다’라는 시각으로 보면 물가 안정이 반가운 일이지만, 물가가 낮아진 만큼 우리의 경제생활이 개선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물가는 어느 때 안정됩니까.

“크게 네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첫째, 생산성 개선으로 수요 증가 속도보다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 증가 속도가 더 빠를 때 물가가 떨어집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둘째, 경기가 나빠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우에도 물가가 떨어집니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셋째,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낮아지면, 역시 물가가 떨어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원가를 절감하면,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게 돼 물가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써서 시중에 풀린 돈을 환수하면 물가가 떨어집니다. 돈이 줄어들면 돈의 가치가 높아지게 돼, 물건의 상대적 가치는 낮아지게 됩니다.”

- 한국은행은 지난달 왜 금리를 내렸을까요.

“일단 중앙은행의 정책은 최근의 물가 안정과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은 긴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성 혁신과 수요 부진, 원자재 가격 안정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합쳐지면서 물가의 하향 안정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생산성 혁신이야 기술의 진보를 반영하는 것으로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최근의 물가 안정은 수요 부진이라는 부정적 요인과 원자재 가격 안정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일 겁니다.”


- 일본은 물가를 올리려고 애쓰는데요.

“경기 부진도 물가의 안정을 설명하는 한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의 물가 안정이 전적으로 반가운 소식만은 아닙니다. 고령화로 인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일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고착화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경제에 재앙이겠지만, 적당한 물가 상승은 국민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물가 하락의 원인에 대해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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