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카뮈 만난 뒤 난 익숙한 세계 포기했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3.05.22 13:44:42
  • 조회: 12638

 

ㆍ탄생 100주년 맞아 입문서 낸 소설가 김영래

 

“그는 내 십대 초반의 산만했던 독서 속으로 그림자처럼 슬그머니 스며들어왔다. … 산산조각 난, 이제는 괴멸되어버린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랄까, 그저 던져 버리는 것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을 허물처럼 벗어버리는 것, 내게 익숙한 세계를 포기하는 것, 그리고 나로부터 벗어나는 것.”

<숲의 왕>을 쓴 소설가이자 시인인 김영래씨(50)는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고한다.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의 신화> 등 카뮈의 작품을 30여년간 탐독하면서 그는 “허식과 무대장치를 벗어던진 날것 그대로의 인간성, 그런 진실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런 그가 카뮈 탄생 100주년에 맞춰 <알베르 카뮈-태양과 청춘의 찬가>(토담미디어)라는 책을 냈다.

“카뮈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시점에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후부터 저희 세대까지 큰 영향을 미친 카뮈에게 바치는 오마주라고 할까요.”

▲ 10대 초반 접한 그의 작품엔 진실 찾는 구도자 모습 담겨
이방인 등 작품 30년간 탐독“이 책 통해 정신적 빚 갚았다”

이 책은 카뮈 입문서다. 1부는 카뮈가 가장 좋아했던 10개의 단어인 세계, 고통, 대지, 어머니, 사람들, 사막, 명예, 비참, 여름, 바다라는 열쇳말에 따라 카뮈의 소설과 산문에 나오는 글을 발췌해서 실었다. 2부는 대표작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의 신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있는 부분을 수록했으며, 3부는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의 스웨덴 강연, 스승인 제르멩 루이 및 장 그르니에와 주고받은 편지, 인터뷰를 모았다.

“카뮈는 청춘과 태양을 찬미했지만, 동시에 고통과 비참을 이야기했습니다. 고통과 비참은 흔히 좋아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지요. 그러나 그는 그림자 없이는 빛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방인>의 한 장면처럼 오후 2시의 강렬하고 눈부신 태양 아래서 인간이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걸 인식한 거죠. 절망도 비참하지만 행복도 비참이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 인생의 양가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게 카뮈의 대단한 점입니다.”

김씨는 “알제(알제리 수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카뮈는 그리스 비극에 구현된 지중해 사상을 극대화, 현대화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어떤 행복이나 인식, 행동이 한계선을 넘었을 때는 응징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제1차 세계대전에 징집된 아버지를 잃고 귀먹은 노동자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카뮈는 가난과 폐결핵에 시달리면서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통과 열망, 아프리카 특유의 역동적 생명력과 양차 대전이 유럽에 안겨준 절망은 카뮈의 부조리 문학을 떠받치는 양대 요소가 됐다. 그런 카뮈에게 자연은 인간의 삶이 펼쳐지는 무대이자 인간과 다른 세계가 만나는 완충지대였다.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문학적 개성을 성취했다.

저자는 <이방인> 1부에서 카뮈가 구사한 투명하고 금광석처럼 견고한 언어를 가장 아름다운 소설 문장으로 꼽는다. “투명하고 진실하며 한 움큼의 안개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명석한 의식으로 창조된 이 작품은 책을 읽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페스트>는 “사라진 사막이나 섬들을 대체할 고독의 수도로서 등장한 오랑(알제리의 도시)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신화적이면서 우의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우주극”이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정작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마지막 소설집인 <적지와 왕국>이다. 카뮈는 왕국을 ‘우리들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찾아야 할 자유롭고 벌거벗은 삶’과 같은 곳, 기억 속에는 있지만 다시 찾아가지 못하는 고향이나 조국으로 묘사한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이상향, 종교적 본향에 가깝다. 저자가 애독하는 또 다른 중편소설 <전락>은 파리를 떠나 암스테르담에서 혼자 살아가는 한 지식인의 독백인데 화자는 같은 프랑스인을 만나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나’로 시작한 주어를 점차 ‘당신’으로, ‘우리’로 바꿔나간다. 참회자가 재판관이 돼 공동체를 단죄하는 세태를 풍자한 작품이다.

이 책에는 카뮈의 주옥같은 문장이 들어 있다. ‘진정한 것과의 접촉. 무엇보다 먼저, 자연. 다음으로, 깨달은 사람들의 예술. 그리고 만약 내게 능력이 있다면, 나의 예술. 그렇지 못하다 할지라도 빛과 물과 도취는 여전히 내 앞에 있다. 그리고 욕망의 젖은 입술.’ ‘설득이 없으면 삶도 없다. 그런데 오늘날의 역사는 협박밖에 모른다. 사람들은 언제나 서로 나눌 수 있는 공통된 그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여 살고 있고, 오직 그런 생각 위에서만 살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편집하면서 카뮈에게 진 정신적 빚을 갚았다. 그를 모르는 젊은 독자들이 틈틈이, 군데군데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