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가왕 조용필이 털어놓은 ‘10년 만의 앨범’ 제작기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5.21 13:51:52
  • 조회: 1094

 

ㆍ“내 머리가 깨지든 벽이 깨지든… 부딪쳐야 했다”

 

“이 시대에 얼마나 음악적으로 훌륭하고 잘난 사람들이 많습니까. 부딪쳐야 했어요. 내 머리가 깨지든 벽이 깨지든 말입니다.”

녹음이 우거진 20일 오후 ‘가왕’ 조용필씨(63·사진)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YPC프로덕션 연습실에서 자신의 길모어 전자기타를 만지고 있었다.

조씨는 자신의 15집 타이틀곡 ‘남겨진 자의 고독’을 연주하며 “이 곡을 이달 말부터 시작하는 공연에서 솔로로 연주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젊은이들까지 빠져들게 했던 곡 ‘바운스’도 연습했다. 그는 연주 내내 오른발을 굴리며 리듬을 탔다.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씨의 컴백이 가요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조씨도 “10위권에 들면 최고라고 여겼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조씨는 나지막하게, 또는 상기한 목소리로 그간의 작업과 요즘의 속내를 소개했다.

 

▲ 콘서트 마다하고 틀어박혀 작업… 10위만 해도 성공이라 생각했다


창법·가사 작정하고 다 바꿔… 시대에 안 맞추면 절대 못 버텨

- 5월31일~6월2일 서울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 티켓 3만장이 매진됐다.

“쇼케이스 하던 지난 23일쯤 표가 다 나갔다고 한다. 새 앨범 수록곡 10개 중 8곡 정도를 무대에서 보여줄 생각이다. 스태프가 ‘이 곡은 왜 뺐느냐’고 묻는다. 다들 좋아하는 노래가 다르다. 공연할 때마다 늘 레퍼토리를 짜는 게 힘들다. 젊은 팬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지는 못할 것 같다. 기존 팬들이 먼저 표를 구해놔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 LP 음반을 준비 중이다.

“LP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1000장 정도 찍으려고 했는데 1만장 정도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LP에 맞는 음을 찾고자 음원을 다시 독일로 보내 밸런스를 만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별로 없었던 180g짜리 LP판을 제작 중이다. 이왕 내려면 제대로 내고 싶었다.”

-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하던데.

“수록곡 ‘걷고 싶다’의 뮤직비디오를 지난 16일 찍었다. 내가 직접 출연한다. 바운스도 뮤직비디오를 찍을 참이다. 9월 이후로 아시아 각국에 음원이나 음반이 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락이 많이 온다고 한다.”

- 후배들이 선배의 흥행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

“요즘 하는 일에 휘둘려서 통화를 많이 못했다. 후배들이 나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문세하고는 잠깐 통화를 했다. 공연만 겹치지 않았다면 그의 공연을 꼭 한번 보러 가고 싶었다. 그의 노래 중 좋아하는 게 많다. (이)승철이, (신)승훈이 모두 모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다.”

- 이번 흥행을 기대했나.

“녹음 끝내고 스튜디오 부스에서 나오면 ‘이거 대박이에요’ 자꾸 그러더라. 그럴 때마다 말했다. 절대 기대치를 높이지 말자고. 10년 만의 앨범 아닌가. 나는 10위에만 올라가도 이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있으니까. 그리고 음악계에는 (기성 가수가) 젊은이들마저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역사나 문화가 없었으니까.”

- 주위 반응은.

“좋은 반응을 얻고 밖을 잘 나가지 않을 만큼 조심을 했다. 오는 사람들마다 툭툭 던지는 말에 좋은 반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하철을 타도 들리고, 동대문을 가도 나온다고 하더라. 나는 정작 내 노래가 나오는 걸 못 듣는다. 밥도 여기서 시켜먹으니까.”

- 인터넷은 봤을 텐데.

“악플은 확실히 없더라. 하루 정도 표절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것도 하루 만에 또 사라지더라. 초등학교 6학년생 20여명이 내 노래로 영상 같은 걸 만든 걸 봤는데 깜짝 놀랐다. 정말 귀엽더라.”

- 10년 만의 앨범이다.

“그사이 사실은 3번 정도 만들다가 물러섰다. 할 때마다 막히고, 자책도 들었다. 한류 이야기도 듣고 있고, 요즘 잘 나온 음악도 듣고 있는데, 이거 내가 해서 되겠나 싶었다. 하다하다 생각한 것이 차라리 콘서트를 하지 않고 음반에 매진해보자였다. 그래서 지난해 공연을 안 한 것이다. 이제 알 것 같다. 변화한 흐름도, 어떻게 어떤 색깔로 믹싱을 하고 펼쳐야 하는지. 다음 앨범에는 더 세밀하게 할 참이다.”

- 창법이 크게 바뀌었다.

“1980년대에는 한, 정, 이런 정서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향유할 수 있는 문화도, 세대도 바뀌었다. 내가 바뀌어야 했다. 바이브레이션의 폭도 줄이고, 길게 끄는 창법도 짧게 끊었다. 창법은 자연스럽게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번 공연은 ‘45주년 기념 콘서트’라는 문구도 포스트에서 모두 뺐다. 과거를 붙들고 있으면 구태해질 수 있으니까. 프로모션이 크게 젊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나를 바꾸지 않으면 절대로 버틸 수가 없다. 맘을 단단히 먹고 나온 셈이다.”

- 의상 스타일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그게, 어디 가겠는가. ‘기타잽이’(기타잡이)로 시작했는데. 기타를 메고 있으면 그게 또 멋있으니까.”

- 기성 세대들을 위한 시적인 가사가 빠져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사람이 쭉 서 있다고 치자. 나비넥타이가 어울리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다. 우선 노래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가사가 가장 머리 아픈 일이기는 했다. ‘귀로’라는 단어를 우리 젊은 스태프 중에 아는 사람이 없더라. 옛날 가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얼굴과 옷이 맞아야 했다. 지금의 음악에 지금의 가사가 필요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