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허기복 목사 “시민의 힘만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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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4.16 13: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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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밥상공동체 15년 이끌어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 자락의 원동 마을에 가면 15년간 무려 81만명에게 ‘밥상’을 차려 준 공동체가 있다. 원주 밥상공동체다.

지난 10일 설립기념일을 맞아 원주시내에 있는 원주천 쌍다리 아래에서 생일잔치를 벌인 밥상공동체를 찾았다. 원주천 쌍다리는 밥상공동체 대표 허기복 목사(58·사진)가 1998년 외환위기 때 급속하게 늘어난 실직자, 독거노인, 노숙인들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한 곳이다.

생일잔치에는 그동안 자원봉사를 해 온 10여개 단체 회원들과 소식을 듣고 달려온 많은 ‘외빈’들로 꽉 차 흥겨웠다. 어르신들의 노래자랑이 진행되는 동안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제공한 식사가 준비되었고, 300여 자원봉사자들은 부지런히 식판을 날랐다. 허 대표는 식사하는 노인들 사이를 돌며 일일이 안부를 물었다. 자식과 부모 간의 대화가 이렇게 살가울까 싶었다.

행사가 끝난 뒤 ‘만원감동 행복센터’로 자리를 옮겨 허 대표를 만났다. 지난 3월 문을 연 지상 4층 규모의 행복센터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위해 5만여명의 후원금으로 건립한 말 그대로 ‘감동센터’다.

“사랑을 실천하는 첫 단추를 저는 밥상이라 생각합니다. 식욕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라고 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밥상공동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이 삶의 희망을 찾는 걸 수없이 봐 왔습니다. 비록 다리 밑이지만 모락모락 김이 나는 한 끼의 밥상이 독거노인, 부랑인, 노숙자, 소년소녀 가장들을 일으켜 세워준 겁니다. 어떤 이는 취업에 성공해 흩어진 가정을 복원하고, 어떤 이는 각종 자격증을 따고, 학교 가기를 거부하던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용기를 내 등교를 했습니다. 60년 만에 자신의 성(姓)을 만들어 호적을 갖게 된 분도 있습니다. 그분은 이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날마다 손수레를 끌고 청과물 시장에서 야채를 모아오는 봉사자가 됐습니다.”

허 대표는 공동체를 15년간 꾸려올 수 있었던 비결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꼽았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했다.

“이제 새로운 15년을 위한 밥상을 차려야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아름다운 시민운동으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어린 시절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녀 ‘허기진’으로 불렸다는 허 대표는 신학생 시절 ‘평생을 가난한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스스로에게 했던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1994년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서울지역 담임목사직을 그만뒀다. 그리고 목사 사례비도 줄 형편이 안되는 원주의 가난한 교회로 내려갔다. 그 와중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거리에서 ‘밥 한 끼 얻어먹게 해달라’며 매달리는 노숙인을 만나고부터 원주 쌍다리 밑에 손수레 무료밥상을 차렸다.

텃세는 다리 밑에도 있었다. 깡패에게 멱살을 잡히고 개천에 내동댕이쳐지는 곤욕을 치렀다. “이름 내려고 하는 짓”이라는 빈정거림도 들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시간과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 밥심으로 자활에 성공한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여러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밥상공동체는 오히려 더욱 견고해졌다고 했다. 설립한 지 6년이 되던 2004년 4월, 화재로 무료급식소가 잿더미로 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주민과 누리꾼 등 이른바 ‘사랑의 개미군단’이 모금 운동을 펼쳐 넉달 만에 신축 건물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작은 밥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발견하는 걸 보면 기적은 꼭 크고 엄청난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제가 보기엔 밥상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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