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놀이기구 디자인해 보는 게 진로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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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4.10 14:04:02
  • 조회: 11120

 

ㆍ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한 달 시행해보니

 

“놀이공원 내 존재하는 직업들의 분류 및 공통점과 차이점 파악하기” “물체의 속도와 방향이 다양한 롤러코스터 디자이너로서 직접 롤러코스터를 제작해 발표하기”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시범학교 11곳에 과목별로 내놓은 수행평가 예시문항이다. 교육청의 예시문항 자료집을 보면 앞의 문항은 “분류된 직업들을 수학 1단원 ‘수와 연산’에 나오는 집합 이론에 적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뒤의 문항은 “과학 3단원 ‘힘과 운동’ 관련 내용으로 힘에 따라 변하는 운동의 형태를 파악한 뒤 롤러코스터 기구의 디자인을 직접 해보며 직업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예시문항을 받아들고 학생들을 지도 중인 시범학교 교사들은 ‘멘붕’ 상태다. 학생들의 진로 고민에 어떤 도움이 될지부터 아리송하고, 이달 말 중간고사에서 지필고사 대신 하도록 한 수행평가의 갈피를 못 잡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어·수학·영어·과학 등 일반 교과목에도 진로 수업을 접목하고 학기말 성적에 50% 이상 반영되는 수행평가 중 진로탐색이 10~15%를 차지하도록 했다.


한 시범학교의 ㄱ교사는 “(예시문항이) 본격적인 진로교육도 아니고 진로교육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는 애매한 것들”이라며 “현장에서는 ‘진로’라는 단어만 들어가도록 문제를 지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ㄴ교사는 “진로영역을 미처 연구하지 못한 교사는 대충 짜맞춰 억지스러운 조합만 내놓고 아이들은 폭탄세례를 맞은 꼴”이라며 “기껏 관련 비디오를 보고 소감문을 쓰는 정도인데 아이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시범학교들은 중간고사 기간에 ‘행복캠프’나 ‘행복진로 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도록 돼 있지만 준비가 미흡한 곳이 많았다. 단체로 진로에 관한 영상물을 보거나 대학 탐방, 관공서 방문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한 시범학교에서는 중간고사 기간에 교내 프로그램을 열려다 시험 보는 2·3학년 학생들에게 방해된다며 외부 프로그램으로 변경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몇몇 시범학교는 캠프 자체를 레크리에이션 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대처했다.

‘중학교 1학년’이 진로탐색에 적절한 때인지 의문도 제기된다. ㄷ교사는 “1학년은 중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게 우선인데 진로교육부터 해야 하니까 몸에 안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구색이 안 맞는다”며 “진로교육은 중학교 2·3학년이 적절한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범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분당의 ‘잡월드’에 직업체험을 하러 가기로 했다는데 아직 진로나 직업 개념도 잡히지 않은 아이가 놀다오는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ㄹ중에서는 학부모 2명이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데 불만을 제기하고 “시범학교가 아닌 학교로 전학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입시경쟁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정상 수업을 하는 학교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간고사를 보지 않기 때문에 기말고사 부담이 가중되거나, 학과 수업을 사교육에서 보충하려는 학생이 나오는 부작용도 엿보인다. 또 다른 시범학교의 ㅁ교사는 “결국엔 시험과 진로교육 둘 다 준비해나가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교과목에 진로를 결합시킨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억지스러운 문항을 만들고 평가까지 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웃음거리밖엔 안된다”며 “1학년은 직업 개념보다는 넓은 의미의 자아탐색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시범학교 운영 결과를 지켜본 뒤 내년부터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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