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드라마로 꼬집는 비정규직 차별·날치기 국회… 사회문제 다룬 작품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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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4.08 13:22:45
  • 조회: 12498

 

ㆍ‘돈의 화신’ 권력층 이면 그려… 눈높이 높아진 시청자 겨냥
ㆍ“깊이는 못 다뤄도 화두 던져”… ‘결국은 로맨틱 코미디’ 우려도

 

“업무 분류표에 따라 이건 제 일이 아닙니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2 <직장의 신>에서 비정규직 사원 미스김(김혜수)은 “점심시간이 됐다”며 자리를 뜨거나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팀장의 지시를 단칼에 거부한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팀장의 말에 “불필요한 친목과 불필요한 음주와 아부를 도모하면서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 같은 회식을 할 이유가 하등 없다”고 대꾸한다. 또 “쓸데없는 책임감과 소속감은 정규직이나 갖는 것이다. 계약직은 계약대로만 한다”고 외친다.

 

KBS2 <직장의 신>

사진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된 KBS2 <직장의 신>은 비정규직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문제점을 해학적으로 꼬집는다. 배우 김혜수가 상사와 회사의 눈치를 절대 보지 않는 ‘능력 있는’ 비정규직 미스 김을 연기한다. 과장된 설정과 스타일링, 편집으로 코믹함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현실에서 결코 일어나기 힘든 드라마의 전개는 심각한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반어적 비유로 비친다.

이 드라마는 비록 코믹하지만 비정규직의 현실을 유쾌하게 꼬집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저 또한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로 일한 경험이 있어 공감이 간다”는 글도 올라왔다.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드라마가 많아졌다. 물론 다큐멘터리처럼 사회 비리를 구체적으로 파헤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거 소재로 다루지 않았던 권력집단의 부패, 비정규직, 은둔형 외톨이 등의 문제를 풍자하거나 꼬집는다.

SBS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은 한국적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다. 정치인, 검찰, 사채업자, 저축은행 등을 배경으로 ‘돈과 권력’을 ○○○아 이합집산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검사와 기업 고문변호사, 언론인 등이 결탁해 기업가를 죽음으로 내몰고 재산을 가로채는 과정을 통해 사회 지도층을 비판한다. 또 막강한 자금력으로 정계의 막후실력자로 행세하는 사채업자, 정당의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이너서클, 그들에게 줄을 대기 위해 자식을 정략결혼시키려는 검찰 간부도 등장한다.

 

SBS <내 연애의 모든 것>

사진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지난 4일 새로 시작한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여야 남녀 국회의원들이 연인으로 등장해 양극화된 국내 정치 현실을 비판한다.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한·미 FTA 비준안 통과’처럼 실제 일어났던 정치사회 문제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김수영(신하균)은 첫 회부터 “정치인은 박테리아 수준의 쓰레기”란 대사로 향후 풍자의 강도를 예고했다.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종영한 tvN <이웃집 꽃미남>은 ‘은둔형 외톨이’를 주제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다. SBS <청담동 앨리스>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주인공이 출세는커녕 취직조차 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자 결국 ‘돈’을 욕망하는 인물로 그렸다. 지난해 화제의 드라마 SBS <유령>과 <추적자>도 사회성 짙은 장르물이었다.

드라마는 언제나 사회상을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몇 년간 사회 문제의 골이 깊고 넓어지면서 시청자들이 ‘재벌 2세가 여주인공에게 반하는 흔해 빠진’ 연애물에 점점 공감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 일본 드라마에 익숙한 젊은층은 장르 드라마를 원한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 문제를 찾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로맨틱 코미디물은 현실적이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워 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젊은층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박한 현실을 정면에서 다루면 너무 무거운 데다 이야기 자체를 소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비껴내는 쪽, 즉 코미디를 입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대중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데 효과적”이라고 요즘 드라마의 추세를 설명했다.

SBS 드라마국 김영섭 국장은 “드라마가 시간 때우는 오락의 기능을 넘어 메시지를 주는 기능으로 발전했다”며 “정치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화두를 던지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문제를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저변에 깔린 메시지가 편안하게 스며들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사회적 문제를 너무 가벼운 코미디 혹은 로맨틱 코미디와 함께 버무리려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윤이나씨는 “<직장의 신>도 1회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가 싶더니 2회부터 벌써 로맨스가 등장하더라”며 “사랑 얘기가 우선시되는 드라마에서 얼마만큼 사회적 문제를 녹여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령> <추적자>처럼 확실한 장르물이 아닌 코미디, 혹은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쓴 사회적 담론이라면 결국 배우의 힘에만 기대 가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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