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태크/금융] 금융상품 구조 비슷비슷… ‘담합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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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3.29 15:39:53
  • 조회: 730

 

ㆍ차별성 없는 재형저축 최고 금리·우대조건
ㆍ산은 고금리엔 당국서 제동… 소비자만 손해

 

은행들이 경쟁보다는 담합에 익숙해진 것일까. 금리나 자금운용에서 은행마다의 특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담합’ 구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암묵적인 가이드라인도 한몫을 한다. 은행들이 비슷비슷한 상품으로 손쉬운 금리장사에 만족해하면서 금융 소비자들만 변별력없는 상품과 금리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일 판매를 시작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대표적이다. 판매 첫날에는 신규 가입계좌가 29만개를 넘었지만 27일에는 3만9000계좌로 대폭 줄었다. 3주도 안 돼 신규 가입자 수가 빠르게 줄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초기 홍보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재형저축의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고 은행마다 비슷비슷한 금리를 내놓으면서 열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약속이나 한 듯 최고금리 조건으로 신용카드 사용, 자동이체 실적, 월급통장 개설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웠다.

재형저축 최고 금리도 산업·기업·외환·광주 은행이 4.6%로 똑같고, 우리·국민·신한·하나 등은 4.5%이다. 금융상품의 최고 판단기준인 금리가 거의 차이나지 않는다. 또 가입 후 4년까지는 고정금리를 주다가 이후에는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구조도 같다. 은행마다 차별성이 떨어지다보니 상품의 장점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무조건 팔아라’는 게 전략이 됐다. 결국 주변 친·인척과 친구들의 이름을 빌려 개설된 ‘자폭통장’ 부작용도 낳았다.

그나마 금리를 높여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하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다. 당초 영업점이 적은 산업은행은 영업점을 늘리기보다 그 운영비로 고금리를 책정하는 전략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재형저축에서도 다른 시중은행보다는 0.2%포인트 높은 금리를 더 주기로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이를 막았다. 과도한 금리경쟁은 재형저축 과당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에서다.

1991년부터 금리자유화 조치가 시행됐지만 은행들은 비슷한 상품에 비슷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누군가 이 구조를 깨면 ‘왕따’를 시킨다.

수시입출금식 상품에도 정기예금 이자를 주는 산업은행의 다이렉트뱅킹에 고객들을 빼앗기자 시중 은행들은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란 지위를 이용해 고금리로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감사원도 고금리상품인 산업은행의 다이렉트뱅킹에 대해 역마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산업은행의 실적발표를 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 9522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10월 출시 이후에도 산업은행은 흑자행진을 하고 있던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경색과 국내경기 침체에도 1조원 가까운 순익을 올렸다.

예금뿐 아니라 대출 등 자금운용도 비슷하다. 어느 한 곳이 괜찮으면 우르르 몰려가다보니 2000년대 들어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급속히 증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던 은행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믿고 다 같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면서 가계빚 1000조원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서로 눈치보기에 익숙해져 ‘경쟁을 통한 발전’이라는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경쟁 회피 내지 담합구조는 은행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고, 금융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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