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태크/금융] “빚진 돈 구제해주는데, 예금한 돈도 못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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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3.03.28 15:00:56
  • 조회: 883

 

ㆍ저축은행·키코·깡통전세 피해자들 하소연
ㆍ행복기금 빚 탕감 속 정작 억울한 사람 외면

 

이종량씨(73·부산 동구)는 2~3일에 한 번씩 부산 동구 수정동의 예솔저축은행을 찾는다. 예솔저축은행은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한 뒤 예금보험공사가 세운 가교은행이다. 그는 부산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을 예금했다가 나머지 금액을 찾지 못했다. 이씨 같은 피해자가 대부분 60~70대 고령이어서 몸이 아파 못 나오는 사람도 많고, 일부는 화병에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이씨는 “누구는 빚을 져도 정부가 탕감해주는데, 우리는 우리가 예금한 돈도 못 찾고 있다”며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개인이 금융회사에 진 빚의 최대 50%를 탕감해주는 국민행복기금을 운영한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하지만 잘못된 금융시스템으로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상과 구제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환율하락을 헤지하기 위한 통화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과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피해자, 전셋값을 돌려받기 어려운 깡통주택 세입자 등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제약자는 외면하면서 빚진 사람을 구제하는 정책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불완전 판매 신고가 들어온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은 1만4344건, 5054억원에 이른다. 지난 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1만명의 분쟁조정안을 확정해 통보했다고 밝혔다. 배상비율은 2009년 하반기 이전 발행한 후순위채는 평균 40~42%, 2009년 하반기 이후 발행한 후순위채는 평균 20%로 한다는 것이었다. 김옥주 전국저축은행 비대위원장은 “파산하고 남은 것을 배당받는 것이어서 실제 수령액은 피해액의 5% 정도밖에 안된다”며 “1000만원 피해를 봐도 50만원 보상받고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없다는데 정부가 사실상 금융을 잘 모르는 나이든 사람들을 또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에 가입한 230개 중소기업체가 2조2000억원의 피해를 봤지만 제대로 배상을 받은 곳을 찾기가 힘들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220여개 중소기업들이 은행에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2심 재판을 진행 중인 곳이 70~80곳, 3심이 60곳에 달한다. 은행 책임이 확인돼 70% 이상 배당을 받기로 한 곳은 10여곳에 그친다. 키코 손실 기업 중 50곳은 연락두절 상태다. 회사가 파산 또는 인수·합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든 집의 가격이 하락해 집주인 대출금과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합쳐도 경매가에 못 미치는 이른바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정부의 대책은 없다. 지난 1월 법원경매 신청 건수는 1만1615건으로 3년 만에 최대치였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깡통 전세에 몰릴 수 있는 가구가 수도권에만 19만가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민식 의원(새누리당)은 “돈을 빌렸다가 못 갚은 사람과 돈을 예금했다 은행이 망해서 떼인 사람 중 국가가 누굴 더 도와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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