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화장대가 없는 여자"…야쿠르트 아줌마 교육원 조경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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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3.03.25 16: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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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로 살아온 조경자(48·여)씨는 화장대가 없다. 식구들이 단잠에 빠진 이른 새벽, 화장품이 담긴 네모진 운동화 상자를 들고 나와 화장을 하고 노란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그렇게 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선 세월이 벌써 20여 년. 이제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교육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조씨를 지난 19일 서초구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 만났다.

밝은 미소가 인상적인 조씨는 아줌마라 부르기 미안한 27세에 '야쿠르트 아줌마'가 됐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갓난 아이를 안고 야쿠르트 직매소를 찾아 1년을 일하겠다 약속했다. 동료들은 그를 '2개월짜리'라 생각했다. 수레를 끌고 골목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보냈다. 하위권이었던 매출은 상위권으로 올랐고 1년이 20년이 됐다.

조씨는 "젊은 나이에 야쿠르트 아줌마가 돼 거리로 나섰을 때는 정말 부끄러워 콧등까지 모자를 내려쓰고 다녔다"며 "그러나 일이 재미있어지며 차츰 모자가 올라가고 시간이 훌쩍 가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같은 또래 아이가 있는 엄마 고객들은 친구처럼 대해줬고 할머니 고객은 새댁을 안쓰러워하며 많이 보살펴주셨다"며 "덕분에 일이 재미있어 웃고 다녔더니 웃는 얼굴이 고객들에게 화제가 되고 칭찬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은 즐거웠지만 포기한 것도 많았다. 갓난 아이였던 아들은 친정과 놀이방에 맡겨야 했다. 심한 병도 앓았지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원 전까지 진통제를 먹으며 버텨냈다.

여성이라면 욕심날 법한 변변한 화장대도 없다. 이른 시간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식구들이 깨지 않게 화장품을 담은 상자를 안고 나와 거실에서 화장을 했다. 테이프를 칭칭 감은 너덜거리는 운동화 상자에는 조씨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남았다.

조씨는 "아들이 낡은 상자가 마음이 쓰였는지 며칠 전에 상자를 새것으로 바꿔주더라"며 "그런 아들에게 나중에 엄마가 죽어도 '엄마는 평생 화장대 없이 살았다는 걸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지내며 안정적인 수입에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던 조씨는 올해 본사로부터 후배 야쿠르트 아줌마를 가르쳐달라는 제의 받았다. 27세 새댁이 아닌 48세라는 나이에 변화가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 직매소를 찾았던 때처럼 다시 한번 도전했다.

조씨는 "한 구역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눈 감고도 일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고 고객 집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다 알 정도로 친하게 지냈었다"며 "두렵긴 했지만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야쿠르트 아줌마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조씨가 후배들을 가르치며 가장 강조하는 것은 '프로정신'이다. 조씨는 "무슨 거창한 직업을 가져야만 '프로'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란옷을 입은 프로, 그것이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에 따라 충분히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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