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화가 겸 가수’ 조영남 “난 사라질 거야,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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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3.20 15: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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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ㆍ세종문화회관서 단독 콘서트

 

복도와 창고에까지 그림이 빼곡하다. 그의 미술 작품은 이제 2000여점을 넘어간다고 한다.

얼마 전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조영남(68)을 만났다. 화가이자 가수라 ‘화수’(畵手)라 불리는 조영남은 한강과 강 건너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산다.

때마침 조영남은 밤 톨 몇 개로 아침 요기를 하던 중이었다. 소찬 뒤 그림 앞에 선 조영남은 간밤에 그리던 그림을 마무리하며 인터뷰를 풀어갔다. 질문과 대답 사이로 봄볕이 슬그머니 비집고 들어선다.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의 제목이 ‘꽃과콜라’예요. 코카콜라, 꽃과콜라…. 발음이 비슷하지요? 화투와 콜라를 한 폭에 담은 건 저도 처음이네요. 동(東)과 서(西)의 물건이 맞닿은 건데, 서로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한통속일 수 있겠다 싶고….”

화수의 붓끝에선 화투 꽃이 피어났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화투’는 예술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각과 유관한 물건이다. 정작 화투를 칠 줄 모른다고 했다.

“밤새 화투를 치다가도, 다음날 일본이 잘못하면 우르르 몰려가 항의를 하고…, 예술은 모순성에 기인한다고 보는데, 내 미술도, 삶도 그러해요.”

조영남은 생전 “예술이란 게 반은 사기”라고 했던 고 백남준의 언급을 잊지 않고 덧붙인다.


가수 ·DJ·화가·작가 등
고령화 사회 ‘재밌는 삶’

표본이 되고 싶어

 

1년 만에 대형 콘서트
히트곡이 없다고요?

와서 ‘불후의 명곡’ 들어봐

 

조영남의 작품전은 매달 다양한 주제로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24일까지 ‘안녕, 메가박스’란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다. 조영남은 “영화 같은 내 인생을 소재로 한 몇 점의 작품을 추려 보냈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선 요강 두 개를 이어 표현한 ‘뒤샹 이후’ 등 다양한 설치작품도 빚어내고 있다.

“따르릉” 인터뷰 중 MBC 라디오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함께 진행하는 방송인 최유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최유라는 딸이 최근 미국 명문 예술학교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스쿨’(SAIC) 장학생으로 뽑혔다며 들뜬 소식을 전했다. “아하, 축하해. 아주 유명한 학교지!”

조영남은 라디오 DJ, 그리고 책을 줄곧 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신학 서적 <예수의 샅바를 잡다>부터, 현대미술 개론서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시인 이상의 평전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 등 영역도 거침없다. 최근엔 패티김의 자서전 <그녀 패티김>, 쎄시봉 시대의 의미를 되짚는 <쎄시봉시대> 등에 공동 작가로 참여했다.

“욕심이 많은 건 아니고, 여러 사람들에게 재밌게 사는 사람의 표본이 되고 싶어요. 고령화 사회인데, 나처럼 살아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2010년 가벼운 뇌경색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바 있는 그는 그 뒤로 건강에 신경을 쓴다. 거실에 헬스용 자전거와 전자식 승마기구를 들여놨다. 즐기던 콜라도 줄였다. 그는 “이게 다 시인 ‘이상’과 관련된 책을 쓰다 생긴 일”이라고 웃었다.

지난해 2월 솔로 가수로는 조용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던 조영남은 다시 1년여 만인 다음달 3~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큰 공연은 오페라극장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정신없는 공연기획자가 또 큰 공연장을 잡았지 뭡니까.”

공연 제목은 ‘불후의 명곡’이다.

“ ‘히트곡이 없어도 이렇게 오래 노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후배 가수들에게 전하고 싶고, 팬들에게는 내게도 불후의 명곡이란 게 있으니 직접 좀 보고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겸손일까. ‘딜라일라’ ‘제비’ ‘친구야’ ‘화개장터’ ‘물레방아 인생’ ‘내 고향 충청도’ ‘삽다리’ ‘내 생애 단 한번만’ ‘겸손은 힘들어’ 등 히트곡이 20여개를 훌쩍 넘어간다. “어쨌거나 조용필, 이미자, 나훈아, 신승훈, 김건모 등에 비교하면 히트곡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히트곡이 없다고 그래 놔야 공연장 와서 깜짝 놀랄 것 아니냐”며 머쓱해한다.

공연장 안팎에는 그의 미술 작품이 따로 전시된다. 쎄시봉 이장희가 게스트로 나온다.

2010년 문화계에 충격을 준 쎄시봉 열풍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조영남은 “당시만 해도 우리(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 등) 모두 망신만 당하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기타를 잡은 4명의 노인네를 추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고 떠올렸다. 또 “그 덕분에 쎄시봉 동료들이 모두 생계가 좋아졌다”고 했다.

은퇴를 결정한 패티김과 달리 조영남은 딱히 은퇴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죽기를 원하는 장군도, 죽지 않고 사라지기를 바라는 장군도 있듯 스타일은 저마다 다른 법”이라며 “누님(패티김)과 달라 나는 서서히 사라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피아노에 걸터앉아 ‘보리밭’ 등을 연주하던 조영남은 연주를 끝내고 조용히 읊조렸다.

“날씨도 좋으니 공연 첫 곡으로 ‘봄처녀’ ‘산유화’ ‘보리밭’ 이 세 곡 중 하나로 정해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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