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태크/금융] 엔화 가치는 왜 떨어지고, 대응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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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3.03.18 13:10:07
  • 조회: 578

 

ㆍ일 정부, 경기 부양 목적 ‘전략적’ 통화량 확대… 엔화 가치 급락

 

▲ 미국 경기 개선 지속 땐
엔화 약세 이어질 가능성
일 정책에 대한 기대감
이미 반영돼 하락 제한적

 

▲ 한국 수출·환율엔 악영향
외국 자본 일시 유출 따른
금융시장 혼란 발생 예상
과도한 자금 유입 막아야

 

지난해 10월 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76엔이었다. 지난 11일 엔·달러 환율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95엔선을 넘어섰다. 즉 10월에는 76엔만 있으면 미국 돈 1달러와 교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95엔이 있어야 1달러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엔화 가치가 넉 달 반만에 25%가량 떨어진 것이다. 엔화 가치는 왜 이렇게 빠르게 떨어졌으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 엔화 가치는 왜 떨어졌나?

두 나라 화폐의 교환비율인 환율은 물가나 경상수지, 이자율 등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물가부터 얘기해보자. 물가는 실물 재화(물건)나 용역(서비스)의 가격수준을 의미하지만 거꾸로 그 나라 돈의 가치를 반영하기도 한다. 즉 물가가 많이 올랐다면 그만큼 그 나라 돈의 가치는 떨어진 것이고, 자국 내에서 가치가 떨어진 돈은 외국 돈과의 교환에서도 대접을 받기 어렵다.

최근의 엔화 하락에도 이러한 원리가 숨어 있다. 그간 엔화 가치는 장기간의 일본 물가 하락을 배경으로 상승 추세를 지속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 “윤전기로 지폐를 찍어서라도” (통화량을 늘려) 물가를 상승세로 돌려놓겠다는 아베 정부가 들어서자 일본 물가가 상승하리라는 기대가 커졌고, 이것이 최근 엔화 하락의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두 번째 변수는 경상수지다. 외국과 재화나 용역을 팔고 산 결과인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외화 공급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자국 돈의 가치는 상승한다. 일본은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에너지 수입은 늘어나는 반면, 세계 경기가 부진하고 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해 수출은 줄고 있다. 최근 2년간 일본 경상수지 흑자폭이 계속 축소됐는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리라는 전망 역시 엔화 하락을 부추기고 했다.

세 번째는 이자율, 혹은 투자자금의 흐름이다. 이자율이 높으면 유입되는 외화가 많아져서 자국 돈의 가치가 높아진다. 그런데 일본은 가장 금리가 낮은 국가인데도 지난 몇 년간 엔화에 대한 수요가 컸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간 벌어들인 경상수지 흑자로 해외에 대규모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해외 자산을 일본 내로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자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매력은 퇴색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의 저금리를 이용해 일본에서 돈을 빌려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흐름(엔 캐리 트레이드)이 늘어나면서 투자자금의 흐름은 엔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 향후 엔화 향방은?

우선 아베 정부가 통화량과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장기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이다.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 또는 시행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디플레이션이 해소되거나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정책의 성공 여부에 대한 예측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정책 성공에 대한 기대는 이미 엔화 가치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이다. 따라서 실제 정책 효과가 가시화할 때까지 디플레이션 탈피 기대 등에 따른 추가적인 엔화 하락 압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움직임 또한 중요한 변수인데, 지금처럼 미국 경기 개선이 지속된다면 미국 금리의 상승과 함께 엔화를 팔고 달러 자산을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물론 최근 이탈리아 총선 이후 유럽의 혼란이 우려되자 엔·달러 환율이 90엔선으로 급락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심화하면서 엔화가 반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 위기의 경과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엔저와 환율전쟁은 어떤 관계?

엔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자 일본의 수출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변국들, 특히 일본과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이나 중국 등은 죽을 맛이다. 환율 하락을 유도해 주변국을 가난하게 만드는 ‘근린궁핍화 정책’을 쓰고 있다며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을 비판하기도 하며, 일부는 이러한 갈등을 ‘환율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는 선진국에서 양적 완화 정책은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며, 통화 가치 하락은 그에 따른 부산물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은 (경기 부양에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수출 시장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신흥국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대규모 유동성 유입의 여파로 물가 상승이나 자산 버블, 유입된 자본의 갑작스러운 유출에 따른 혼란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엔저 현상에 대한 대응방안은?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과도한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우선 기존 규제(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은행에 대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 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외환거래 행태 변화 등을 고려해 국내로 유입되는 단기 외화투자자금에 대해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한국형 토빈세’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조치로 과도한 해외 자금 유입의 부작용을 모두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엔저로 인한 원화 강세 압력도 다소 완화될 수는 있으나 추세를 거스르기는 힘들다. 외환시장 규제 외에도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한편, 수출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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