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독거노인에 ‘사랑 배달’ 한부모 엄마들 “남을 도우면서 나 스스로를 치유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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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3.12 13:43:40
  • 조회: 588

 

ㆍ서울 성산동 ‘빅맘스클럽’ 4년째 반찬봉사
ㆍ“함께 세상에 다가가니 움츠러들었던 마음 저절로 사라졌어요”

 

“앞다리살 뒷다리살 반반으로 할까?” “뒷다리가 더 맛있지 않아?”

지난 9일 오후 1시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안 정육점. 주부 6명이 장조림 재료를 두고 ‘즐거운 설전’을 벌였다.

“반반이 맛있어요.”


정육점 주인아저씨가 작은 목소리로 끼어들자 주부들은 끄덕였다.

“몇 근 사지?” “10근은 사야 해.” “너무 많지 않아?”

또 6명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5만원으로 맞춰주세요.”

막내 홍영미씨(45)가 표지에 ‘빅맘스클럽’이라고 쓰인 봉사활동 가계부를 꺼내들며 말하자 모두가 합의했다. 6명의 주부는 무, 돼지고기, 파, 당근 그리고 각종 양념을 한가득 담은 카트를 끌고 시장을 나왔다. 이날은 ‘빅맘스클럽’이 한 달에 한 번 반찬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다.
‘빅맘스클럽’은 7년 전 결성됐다.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40~50대 한부모 엄마들의 모임이다. 이대성산종합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가 엄마와 아이들을 모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사회복지사는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있게, 작지만 크게, 당당하게 살아달라”며 모임에 ‘빅’이라는 접두사를 붙여줬다.

사회복지사의 바람대로 엄마들은 ‘커’졌다. ‘기초수급자’ ‘한부모 엄마’라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늘 고개숙이며 동네를 걸었던 엄마들은 당당해졌다. 2008년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우리 그래도 괜찮아>를 펴냈다. 엄마들은 한발 더 나아가 남을 돕는 일을 하기로 했다. 2009년 7월부터 “세상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갚아주고 싶다”며 ‘사랑의 반찬봉사’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매달 둘째주 토요일마다 사회복지관 인근 주민 15명을 선정해 반찬을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이 대상이다. 엄마들 중에도 기초수급자가 2명이고, 임대아파트 주민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나섰다.

엄마들이 1만원씩 걷은 회비와 각종 바자회에 참가해 모은 돈, 약간의 후원금으로 재료비를 충당했다. ‘빅맘스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홍씨는 “대부분 소극적인 성격에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엄마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으로 바뀌었다”며 “봉사활동이 남을 돕는 것뿐 아니라 엄마들도 치유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을 보고 복지관으로 돌아온 엄마들은 장화를 신고 앞치마를 둘렀다. 엄마들은 호흡이 잘 맞는 한 팀이다. 무를 씻어 무생채를 내고 고기를 삶는 작업들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오늘의 반찬은 버섯과 당근을 넣은 장조림과 무생채다. “커피가루하고 생강을 넣으면 고기 잡냄새가 사라져요.” 옆에서 지켜보던 기자에게 권혜영씨(46)가 설명했다.

1시간여의 음식 만드는 시간은 ‘힐링타임(치유시간)’이기도 했다. 가정사부터 요리정보까지 ‘폭풍수다’가 이어졌다. 엄마들은 완성된 반찬을 봉지 15개에 나눠 담았다. 그리고 각자 2~3봉지씩 들고 복지관을 나섰다. 남편을 산업재해로 잃고 17년째 3남매를 키워온 권씨는 ‘딸 같은 아이’에게 반찬을 전해준다고 했다. 권씨는 “남동생이랑 술로 사는 아버지를 모시며 사는 아이인데 가장이라는 점이 나랑 비슷하게 느껴진다”면서 “반찬봉사를 하며 속 얘기도 엄마와 딸처럼 터놓을 정도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기자도 심규순씨(49)와 함께 배달에 나섰다. 마포구의 한 임대아파트였다. “누구세요?” 벨을 누르자 할머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반찬 가져왔어요”라고 답하자 문이 열렸다. “아이고, 어려운데 어떻게 또 가지고 왔어?” “들어왔다가 가.”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심씨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아 안으로 이끌며 말했다. “건강은 어떠세요?” “난 그냥 그래. 괜찮아.”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가 오갔다. 집을 나서며 심씨가 말했다. “사실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요. 단지 우리가 남에게 받았던 것 중 일부라도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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