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방송대 4번 졸업, 5번째 입학한 60대 “대학원도 가고 싶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3.08 13:53:25
  • 조회: 1440

 

윤기호씨(66·사진)는 지난 1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일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선뜻 신입생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벌써 같은 학과를 3번이나 졸업한 선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방송대에서 학사모를 4번이나 썼다. 영어학과 1987학번, 일본학과 2001학번·2009학번·2011학번 등 4개의 학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날 일본학과 2013학번으로 다시 편입학했다. 그는 방송대 일본학과의 오래된 선배이자 신입생, 그리고 회원수 5500여명인 ‘방송대 일본학과 길나장이’ 인터넷 카페 운영자다. 경향신문이 7일 그를 만났다.

윤씨는 20세 때 생활형편이 어려워 다니던 대학을 중퇴했다. 북에서 살던 윤씨 가족은 6·25전쟁 때 남으로 왔다. 휴전 후 서울에 터전을 잡았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윤씨는 열심히 공부해 1965년 고려대 축산과에 입학했다.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6남매가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서는 윤씨도 일을 해야만 했다. 결국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대학 졸업장이 인생에서 꼭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5년간 일한 선박회사를 그만두고 더 큰 선박회사에 지원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새 회사는 그에게 대졸 초임이 받는 연봉을 제시했다. 첫 회사를 그만둘 때 받았던 돈보다 턱없이 적었다. 새 회사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윤씨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대학 졸업장이 없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응어리가 생겼다”고 회상했다.

이후 윤씨는 건설회사를 거쳐 1984년 구청공무원이 된 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영어잡지를 읽고 있던 윤씨에게 그의 부인이 “방송대에 진학해 정식으로 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1987년 방송대 영어학과에 입학해 7년 만에 졸업했다. 이후 구청 직원들이 일본어 회화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2001년 방송대 일본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이후 일본학과에 졸업과 입학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일본학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매력이 생겨 계속 공부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공부하려는 마음이었지만 일본학을 공부할수록 한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전에는 일본을 싫어했는데, 왜 나쁜지를 모르고 싫어했다”며 “일본학을 공부하다보니 한국의 학문용어나 공무원체계 등이 모두 일본에서 온 것을 알게 됐고, 일본을 알면 알수록 한국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더 공부해 그들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일본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대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도 그가 일본학과를 4번이나 다니게 한 원동력이다. 윤씨는 2001년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뜻밖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직장을 다니며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윤씨는 강의내용, 일본학 공부의 도움말 등을 올렸다. 그의 카페 회원수는 현재 5566명에 이른다. 그는 “ ‘카페 덕분에 졸업했다’ ‘졸업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등의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학비가 더 비싸 부담이 되지만 대학원에도 진학하고 싶다”며 “공부가 충분한 수준에 이르면 방송대 대학원인 일본언어문화학과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