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엄홍길 대장 "휴대폰이요? 산악인에겐 무전기가 생명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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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3.02.20 17: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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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3300만명 시대. 일상에서 이제 휴대전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지구의 지붕' 히말라야를 정복한 엄홍길(52·밀레 기술고문)대장에게는 휴대전화보다 특별한 것이 있다. 1985년 히말라야 등정 때부터 항상 함께해온 '무전기'다.

엄 대장에게 휴대전화란 문자나 전화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의 손에 아직 2세대(G)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이 들려있는 이유다. 하지만 무전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선 교신은 생명과도 같죠. 베이스캠프에 안테나를 세워서 대원끼리 주파수를 맞추면 날씨정보를 교환하고 침낭이나 식료품, 장비도 요청할 수 있잖아요. 특히 위급할 때 무전기가 아니면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어요."

무전기는 진화하면서 작고 가벼워졌다. 교신 거리도 길어졌다. 엄 대장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무전기가 소중하다. 무전기에는 엄 대장이 23년간 히말라야 8000m 이상 봉우리 16개를 완등하면서 겪은 삶의 애환이 녹아 있어서다.

엄 대장은 2000년 칸첸중가(8586m)를 오를 때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칸첸중가는 세계에서 셋째로 높은 히말라야 봉우리.

"8500m 지점에서 추위에 탈진한 거에요. 날까지 어두워지면서 로프에 의지해 밤을 지새우게 됐죠. 10시간이 넘게 빙벽에 매달려 있으면서 배터리를 아끼려고 무전기를 껐어요. 동이 트면 베이스캠프에 상황을 알리려고요. 다행히 정상에 올라 16시간 만에 캠프와 교신이 됐는데 한국에 부고를 전하려 했더라고요."

엄 대장은 23년간 히말라야 정상에 38번 도전했고 22번 실패했다. 마침내 200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봉우리 16좌를 완등했지만 무전기로 동료들의 사망 소식을 여러 차례 접했다. 설산에 묻힌 동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산을 타면서 10명의 동료를 떠나보냈어요. 이건(내가 살아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내가 눈 속에 묻혀 있어야 하는데…."

특히 2005년 히말라야에서 고 박무택(1969~2004)대원의 시신을 수습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 박 대원은 2004년 엄 대장과 초모랑마(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뒤 하산길에 설맹(雪盲)으로 로프에 매달린 채 죽음을 맞았다.

엄 대장은 무전으로 8750m 지점에서 박씨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아 통곡했다. 지형상 시신 운구가 어려워 8600m 지점에 박씨를 안치할 수 밖에 없다는 무전을 전할 때는 비통했다.

그래도 엄 대장에게는 무전기 만한 것이 없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히말라야에서 위성전화로 한국에 연락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베이스캠프에서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으로요. 그래도 힘든 등반 중 우리들끼리 교신하는 무전기가 최고죠."

엄 대장의 꿈은 네팔에 청소년을 위한 '휴먼스쿨' 16개를 세우는 것. 2008년 출범한 '엄홍길휴먼재단'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꿈을 이뤄나가고 있다. 엄 대장은 19일 네 번째 휴먼스쿨 준공식에 참석한다.

"히말라야에서 살아남은 자로서 은혜를 갚는 일에 일생을 바치겠습니다."

그의 말에는 한계를 극복한 인간의 겸허함이 짙게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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