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최민식 “새 건물 들어가면 확 끼치는 시멘트 냄새 같은, 그런 색깔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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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2.13 13: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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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영화 ‘신세계’로 박훈정 감독과 다시 호흡 맞춰

 

배우 최민식(51)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썼던 박훈정 감독을 잊지 않고 있었다. 최민식은 2010년 <악마를 보았다>에서 용서받지 못할 잔인한 살인마를 연기했다. 악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한동안 침체해있던 최민식은 지난해 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다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 사이 <혈투>로 감독 데뷔한 박훈정은 흥행과도, 관객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있었다. 최민식은 능력 있는 박 감독이 한 번의 실패로 고꾸라지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황정민·이정재에게 박훈정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주면서 “같이 놀아보자”고 했다. 그렇게 이들의 <신세계>가 시작됐다.

- <신세계>와 박훈정 감독에게서 어떤 매력을 느낀 건가.

“<악마를 보았다>는 명료하게 할 말만 하는 시나리오였다. 이를테면 ‘사나이가 방에 들어왔다. 사람을 죽였다. 다시 나갔다’ 같은 식이다. 서술이 많으면 창작이 방해를 받는데, 여백이 많으니 연기 그림이 술술 그려진다. 젊은 친구(박훈정)에게 글쟁이의 고집이 보이는 것도 신선했다. 함부로 자기 글에 손대면 화를 냈다. 너무 타협적이고, 현실에 순응하는 친구들은 매력이 없다. 창작자로서 고집도 있고 노선이 분명해서 충돌도 생겨야 선배들이 지원사격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고집은 존중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걸 키워주지 않으면 (영화가) 다 똑같아진다.”

-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난 영화에서 시멘트 냄새가 났으면 했다. 새로 지은 건물에 들어가면 확 끼치는 시멘트 냄새 같은 색깔을 내고 싶었다. 남자들의 욕망은 들끓고 있지만 겉으로는 아주 차고 건조한 시멘트의 바닥 같은 것 말이다.”

-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위험 부담이 있으니 쉽게 투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수(배우)’들을 A급으로 모았다. 황정민이나 이정재나 내가 대본을 준다고 부담 가질 친구들도 아니다. 각자 영역이 있으니까. 그냥 ‘대본 하나 보낼 테니 한번 읽어봐라. 형은 너랑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약간 고민을 하는 것 같으면 ‘같이 놀아보자. 술 많이 사줄게’라고 했다(웃음). 배우들끼리 시사회에서도 만나고 같이 술도 마시지만 그건 거기서 끝난다. 배우들은 역시 같이 연기할 때 시너지가 난다.”

- 이자성(이정재)이나 정청(황정민)의 목적은 표면적으로 읽히는데, 강 과장의 목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중독이다. 경찰 초년병 때는 악의 뿌리를 뽑겠다는 사명감이 투철했을 것이다. 그러다 오랜 경찰생활을 하면서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게 습관이 된 것이다. 고매한 철학보다는 벌레가 기어다니면 꾹 눌러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것같이 됐다. 강 과장은 수사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부하들의 희생도 감수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면 우선 후배들을 구하고 나서 작전을 추스를 텐데, 그냥 밀어붙이는 식이다.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인명을 경시하는데, 그건 중독이다. 정청은 깡패고 강 과장은 경찰이지만, 결국 뭔가에 중독됐다는 건 매한가지다.”
최민식이 배우로 산 지 올해로 31년째다. 연기하면 이력이 날 정도겠지만 지금도 새로운 작품을 만나면 어떻게 연기할지 연구한다고 했다. 연기 방법론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히려 점점 더 많아진다고 했다. 마치 연기에 중독된 것 같았다. 그는 “만날 똑같은 반찬을 먹으면 맛없지 않으냐”라며 “이런저런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면서 재미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최민식의 연기는 기본에 충실한 중독이다. 현재 김한민 감독의 <명랑-회오리바다>에서 이순신 역을 맡아 촬영 중이다. 그는 “많은 역사학자와 소설가들이 다양한 이순신을 보여주었지만 그건 그들의 해석일 뿐”이라며 “결국 연기는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그래서 ‘난중일기’를 읽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난중일기’에 담긴 충무공의 고독함을 그대로 담아 스크린에 옮겨보겠다고 말했다.

 

 



■ 영화 ‘신세계’
‘넥타이 맨 깡패’를 통해 본 남자들의 ‘신세계’ 그린 누아르

 

경찰인 이자성(이정재)은 신입 시절 선배인 강 과장(최민식)에게 발탁돼 국내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했다. 8년간 정체를 숨기고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살아온 이자성은 경찰로 돌아가고 싶지만 강 과장의 허락 없이 그만둘 수 없다. 수사 작전을 설계하는 강 과장은 이자성을 이용해 ‘골드문’을 움직일 궁리만 한다.

이자성의 정체를 모르는 조직의 2인자 정청(황정민)은 이자성을 친형제처럼 아끼고 의지한다. 이자성은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는 강 과장과 혈육처럼 믿어주는 정청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그러다 ‘골드문’ 회장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조직 내 암투가 더 치열해진다. 세 사람 사이의 의리와 배신, 음모 역시 더 복잡하게 얽혀든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의 시나리오를 쓴 박훈정 감독이 연출했다.

“에픽(서사) 누아르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는 박 감독은 “넥타이를 맨 깡패들이 정치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감독은 세 주인공을 통해, 선악의 구분 없이 오로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향해 모든 것을 던지는 남자들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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