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전기난방 쓰면 요금 5배” 겨울나기 두려운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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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1.23 1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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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낡은 주거 난방 용도 많은데 요금 인상·누진제 등 부담
ㆍ에너지 바우처 등 대책 절실

 

강원 원주시 명륜동의 7평(23㎡) 남짓한 집에서 사는 정모씨(54·여)는 요즘 화장실 가기가 두렵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수도와 변기가 꽁꽁 언 탓이다. 화장실에 설치한 전기 히터를 틀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필요할 때마다 히터를 가동했던 지난달 그는 전기요금 7만여원이 적힌 고지서를 보고, 한숨만 지어야 했다.
“1만5000원 내외이던 평소 요금의 5배 가까이 나왔다”는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인 남편에게 나오는 돈이라야 월 15만원이 전부인데 그 절반을 전기요금으로 내야 하니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일용직으로 도배 일을 하는 정씨는 날씨가 추워지고, 건설 경기도 나빠지면서 일감이 크게 줄었다. “따로 살고 있는 두 아이들의 벌이도 넉넉지 않아 손 벌리기도 민망하다”는 그는 “수도와 변기가 얼어버리게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54·여)도 최근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평소 2만원 내외였던 전기요금이 16만원 가까이 나왔다. 식당일로 월 150만원 정도를 버는 김씨 수입의 10분의 1을 넘는다. 아이들 때문에 밤새 전기 온풍기를 돌린 탓이었다. 비탈길 위에 있는 허름한 다세대주택이어서 외풍이 심해 그가 택한 방법이었다. 그는 “추운 집에 아이들을 그냥 남겨둘 수도 없는데, 이 와중에 전기요금은 자꾸 오르니…”라며 답답해했다.

지난 14일 주택용 전기요금이 2.0%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시름이 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2011년 8월 이후 1년5개월 사이에 벌써 네 번째다. 도시가스 요금도 지난해 6월 평균 4.9% 올랐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이 저소득 가정에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낡은 거주 환경 때문에 전기 난방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와 순천에서는 전기요금을 아끼려다 70~80대 노인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낮은 온도로 설정한 전기장판 위에서 잠을 자다가 두 명이 동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요금체계의 사각을 없애고,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등 직접 지원하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1년 2월 기초생활수급자의 31%가 평균 단가 이상인 300㎾h 이상의 전기를 사용해 평균 이상의 요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100㎾h 이하의 전기를 사용해 가장 큰 폭으로 할인받은 저소득층은 10%에 불과했다.

이는 소비량에 따라 요금이 차등 부과되는 현행 전기요금 체제 때문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만, 반대로 사각지역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수가 많거나 기름보일러 등 다른 난방기구를 사용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역으로 과도한 전기요금이 부과되고 있다.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김창섭 교수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배려계층에게 감면해주는 현행 제도 이외에 누진제도의 최저기준을 상향조정하거나 에너지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서민층을 위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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