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집 없는 사람들 “하루살이 인생, 헤어날 길 없네요”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http://www.newsis.com]
  • 13.01.22 11:45:51
  • 조회: 11684

 

ㆍ13·15살 두 딸과 4평 단칸방 아빠… 여관서 24시간 딸 간병하는 엄마

 

이모씨(41)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두 딸과 함께 서울 한 여관의 13㎡(4평)짜리 방에서 살고 있다. TV 밑에는 된장 등 양념류와 인스턴트 죽, 종이컵, 크린백 등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 전기밥솥이 놓인 탁자 위에는 종이와 연필 등 각종 잡동사니도 함께 놓였다. 변변한 옷장도 따로 없다. 주방과 침실, 수납공간을 분리하기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야간에 택시운전을 하는 이씨를 대신해 막내 지은양(13·가명)이 주로 식사 준비를 도맡는다. 지은양이 태어나고 바로 이혼한 아내는 이후로 만난 적이 없다.

지은양은 여관방 안에서 가스버너를 이용해서 가끔 국을 끓이거나 반찬을 만들지만, 버너 사용은 위험하고 번거로워서 부녀는 컵라면을 자주 먹는다. 좁은 이씨네 방에는 컵라면 6박스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에 2만원인 여관 숙박료는 현재 50여만원이 밀렸다. 요새 이씨가 매일 택시회사에 내는 사납금을 제외하고 하루에 손에 쥐는 돈은 많으면 3만~4만원이다. 사납금조차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숙박료는 원래 3만5000원이었지만, 이씨의 사정을 배려한 여관 주인이 조금씩 줄여줘 지난해 봄부터는 2만원이 됐다. 이씨 가족은 처음에는 여관 밖의 빨래방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주인집이 쓰는 세탁기도 함께 쓰고 있다.

이씨 가족이 살고 있는 여관 주인은 “여관에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건 영업에 치명적이지만, 아이들을 달고 사는데 쫓아낼 수가 있겠느냐”며 “그저 돈 없는 게 죄”라고 말했다.

TV와 에어컨, 작은 탁자 하나가 전부였던 여관방은 세 부녀의 살림살이로 빼곡하다. 침대는 치웠고 낮에는 접어둘 수 있는 매트리스를 대신 사용한다. 냉장고도 장만해 들여놨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들과 아빠가 드러누우면 꽉 차는 방에서 세 가족은 1년 반째 살아왔다. 그 전에는 반지하 단칸방이어도 다달이 월세를 내는 집이 있었다. 거기서도 쫓겨 나온 건 2010년 이씨가 음주운전자에게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난 뒤였다. 사고 때문에 반년간 일을 쉬면서 임대 보증금을 모조리 까먹었다. 사고 후유증 때문에 이씨는 3년째 손발, 다리에 발진이 올라오는 피부병과 어지럼증을 앓아 매달 한 번씩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

서울시 주거위기 가구로 선정된 이씨 가족은 21일 서울시로부터 긴급자금 300만원을 받았다. 큰딸 지수양(15·가명)의 학교 상담 선생님이 지역 구청과 서울시에 이씨 가족의 사정을 소개했다. 이씨는 이 돈으로 일단 밀린 숙박료를 낼 계획이지만, 나머지 돈을 갖고 다른 집을 구하기는 빠듯하다.

이씨는 “계속 커가는 딸들을 끼고 잘 수도 없고 일단은 여관에서 벗어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거래가 불가능해 본인 명의로는 저축도 하지 못한다. 외환위기 때 사업에 실패하고 조금 가난하더라도 빚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가 연체했던 의료보험료 200만원이 이씨 앞으로 상속됐다. 의료보험공단은 그의 금융 거래를 정지시켰다.

밤에 일하는 이씨는 두 딸을 두고 여관을 나설 때마다 걱정이 크다. 오후 8시가 돼서야 아이들 문단속을 시키고 출근한다. 지은양은 올해 중학교에, 지수양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집에 컴퓨터가 없어 학교 숙제는 근처 PC방을 이용한다. 지수양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고 그의 사정을 아는 친구도 있지만, 여관에 사는 이야기는 서로 전혀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지은양은 “여기서 사는 건 고민을 다 털어놓는 친구 딱 한 명만 안다”고 말했다. 두 자매의 소원은 자기 방을 갖는 것이다.

이씨처럼 중학생 딸과 함께 하루 2만원짜리 여인숙 방에서 1년째 살던 김모씨(54)도 이번에 서울시 주거위기 가구로 선정돼, 자립지원시설에 입주하게 됐다. 방 2개가 있는 곳으로 2년까지 무료로 살 수 있는 곳이다.
김씨는 서울시 지원을 받기 전까지 대리운전,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지난달에 일자리를 잃고 숙박료 150만원을 밀린 상황이었다. 김씨는 “매일매일이 살얼음 같았다”며 “딸에게 이런 모습 보이고 제대로 뭐 하나 못해주는 부모 마음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서울시의 긴급자금을 받은 김씨는 숙박료를 냈고, 통신비 등 다른 빚도 일단 해결했다.

8세짜리 아들과 함께 지난해 가을쯤부터 찜질방에서 지내온 견모씨도 서울시 지원을 받게 됐다. 견씨는 2012년 9월 이혼한 후 남편으로부터 월세보증금 및 양육비를 지원받기로 했지만, 남편과 연락이 끊겼다. 그는 현재 식당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지만, 보증금이 없어 월세방을 마련하지 못하고 찜질방을 전전해왔다. 카드 체납으로 인해 신용불량 상태가 된 견씨에게 서울시 지원금은 보증금을 마련할 소중한 종잣돈이 됐다.

김모씨는 세 살짜리 자녀와, 임신 8개월이 된 아내와 여관에서 살고 있었다. 김씨가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근근이 생활했으나, 일자리가 별로 없어 수입이 줄자 원래 살던 집 월세를 밀리고 쫓겨나게 된 것이다. 만삭인 김씨 아내는 여관 생활에 극도로 불안해하고, 어린 아기의 안전을 위해서도 제대로 된 주거가 필요한 상황에서 서울시 지원금을 받게 됐다.

자녀가 선천성 심장병 및 뇌수종, 지적장애 등의 장애가 있어서 24시간 간병해야 하는 김모씨도 아이를 데리고 여관에서 살아왔다. 아이 때문에 일도 할 수 없었고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지만 그 돈으로는 생계비가 턱없이 모자랐다. 임대주택에 선정된다고 해도 임대주택 보증금을 부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번에 서울시 주거 지원금을 받았지만, 생계비 추가 지원과 주거비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업 실패 후 두 딸과 함께 서울의 한 여관에서 1년 반째 거주하고 있는 이모씨가 여관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택시 운전으로 하루 2만원의 여관비도 내기 힘든 그에게 서울시는 최근 300만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