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난방 안되는 재래시장 손님도 뚝… 얼어버린 과일·야채 “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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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3.01.11 15: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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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낮 12시. 시장 노점상들이 모여 있는 서울 양천구 제일시장 후문. 30년간 이곳에서 과일과 야채를 팔아온 범희채씨(67)가 손님들에게 팔아야 할 야채로 국을 끓이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얼어버린 야채를 버리기 아까워 국거리로 사용한 것이다. 범씨는 “추위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한파 때문에 일주일 동안 장사를 접었다가 이날 시장에 나왔다. 난방이 되는 대형마트와 달리 재래시장은 날씨가 추우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난로도 없이 찬바람을 맞으며 장사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이날 오전 일주일 만에 시장을 찾은 범씨는 얼어버린 야채와 과일들을 보고 힘이 쭉 빠졌다. 그는 “두꺼운 담요를 세 겹이나 덮었는데도 과일과 야채가 거의 모두 얼어버렸다”며 “장사를 못한 것도 억울한데 물건까지 상해버려 정말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의 다른 상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최태규씨(52)는 “2주 전부터 매출이 30% 정도 떨어졌다”고 했다. 최씨는 “시장에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며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도 물건은 보지도 않고, 집에 가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끼리 ‘날이 추우니까 손님들이 전부 차 타고 마트로 갔나보다’는 말을 주고 받는다”며 “마트에는 북적북적하던데”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지하철2호선 신정네거리역 앞에서 노점상을 하는 노경희씨(49)는 1m 높이의 물통에 가득 찬 얼음을 튀김용 집게로 깨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노씨는 평소에는 낮 12시부터 장사를 시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어묵국물 등에 써야 할 조리용 물이 얼어버려 그 때까지 장사를 못하고 있었다. 노씨는 “어젯밤에도 얼음을 깨느라 장사를 제대로 못했는데 오늘도 다를 게 없다”며 “한파가 시작된 뒤 손님까지 줄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어묵은 그나마 가끔씩 팔리지만 핫바나 튀김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주차장을 갖추지 못한 골목 상권의 영세 요식업자들도 한파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근처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55)는 “칼국수는 보통 추울 때 잘 팔리는데 이번 겨울에는 오히려 매출이 3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골목 안 쪽에 위치한 박씨의 가게 앞 길은 얼어 있었고, 길 양 옆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어 통행이 불편했다. 박씨는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자주 오는 손님인데 길이 미끄러워서 요즘에는 단골들도 뜸하다”며 “한동안은 눈이 계속 내려서 치워도 끝이 없었고, 이제는 눈이 그쳤지만 길이 빙판이 돼 처치곤란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 길들은 이면도로인데다 골목이어서 제설작업이 거의 안 된 상태”라며 “근처 음식점 업주들에게서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오른 채소값도 박씨에게는 시름거리다. 그는 “한 단에 5000~6000원 하던 쪽파가 지금은 1만원 정도로 올랐고, 배추도 예전보다 훨씬 비싸졌다”며 “전체적으로 채소값은 오르고 손님도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파 때문에 과일·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주부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동작구에 사는 주부 김모씨(39)는 “이전에는 생협 등에서 나오는 유기농 채소도 자주 사먹었지만 한파 이후에는 가격이 부담돼 싼 채소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강북구에 거주하는 주부 강공례씨(61)는 “채소값도 많이 올랐지만 과일값도 부담이 크다”며 “값비싼 사과나 배 대신 주로 값싼 귤을 사먹었는데, 지금은 귤값도 많이 올라 아이들에게 과일 먹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한파 때문에 채소류 위주로 물량이 부족해져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과일·채소류는 비닐하우스 등에서 시설재배를 하는데, 날씨가 추우면 난방비 부담이 커져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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