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뻔한’ 성희롱 예방교육… ‘걸리지만 마라’식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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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2.24 14: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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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의무화 13년… 효과 없어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ㄱ씨(25)는 지난 10일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던 중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외부 강사는 강연 말미에 “연예인같이 생긴 한 젊은 여성이 불륜 관계였던 직장 상사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고선 합의금으로 성형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순가련형으로 생긴 여자들한테는 속기 쉬우니 믿지 말라”고 덧붙였다.

ㄱ씨는 “남성 직원들이 대부분이라 강사 딴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고 한 것 같은데 마치 성희롱에 대해 ‘잘못 걸리지만 말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며 “강사로서 자질이 의심됐다”고 말했다.

ㄴ씨(31)가 다니는 회사는 온라인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분여 만에 교육을 끝냈다. ㄴ씨는 “한 시간가량 앉아서 보기엔 교육 내용이 너무 지루하고 빤했다”고 말했다.


1999년 이후 모든 공공기관·사업장에서 연간 한 차례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됐지만 교육 내용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콘텐츠에 강사의 자질 부족, 정부기관의 감시·감독 소홀 때문이다.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성희롱 발생 및 진정 건수는 오히려 느는 추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2일 발간한 ‘성희롱 진정사건 백서’를 보면 2005년 60건이던 성희롱 진정은 2006년 108건, 2009년 170건에 이어 올해는 227건(12월2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성희롱 예방교육률이 99%에 달하는 공공기관의 성희롱 발생 건수도 2010년 344건에서 2011년 367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현재 공공기관은 여가부, 민간 사업장은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감독한다. 여가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통해 전문강사를 배출한다. 하지만 표준강의안이 따로 없어 500명가량의 강사 개개인이 자체 제작한 콘텐츠로 교육을 하고 있다.

전문강사가 교육하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내부에서 자체 교육을 하거나 온라인·서면으로 교육을 대체할 경우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민우회에 의뢰하는 사업장을 보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드니까 30분 안에 끝내달라’ ‘만들어 놓은 비디오 있으면 하나 달라’는 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강사진이 있어도 어떤 내용으로 교육하는지 정부기관의 감시·감독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대학교 인권센터는 여가부의 의뢰를 받아 올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조사를 벌였다. 여가부는 오는 27일 발표될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희롱 예방교육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자료를 고용형태·직종별로 다양하게 개발하거나 전문강사의 교육질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주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쓸데없고 귀찮은 일로 여기지 말고 성희롱이 결국 조직문화를 해치고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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