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세속에 찌든 사람은 상상 못할 초월적 사랑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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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1.21 13: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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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늑대소년 500만 관객 돌파

 

조성희 감독(33)의 <늑대소년>이 <건축학개론>(410만명)을 넘어 멜로영화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건축학개론>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313만명)의 기록을 깨는 데는 6년이 걸렸지만 <늑대소년>은 7개월 만에 새 기록을 썼다. 조 감독은 세상에 버려진 늑대소년과 순수한 소녀의 사랑이라는 상투적인 이야기에 한국적 정서를 더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한된 관객을 겨냥한 멜로라는 한계에도 5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늑대소년>은 조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대답할 때마다 창밖이나 탁자 밑으로 시선을 떨어뜨리는 신인 감독은 “적자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적자는 안 볼 거라 기대했지만 이 같은 흥행은 예상치 못했다”고 수줍어했다.

 

- <늑대소년>이 관객들을 사로잡은 힘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멜로지만 여러 가지 감성이 있다. 철수-순이 사이에는 사랑도 있지만 우정, 가족애, 스승과 제자의 감정도 있다. 이웃의 이삿짐을 나르고 부족한 철수를 감싸는 마을사람들에게서는 한국적 따뜻함을 볼 수 있다. 물론 송중기·박보영의 매력적이고 예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 송중기·박보영의 매력이 영화에서 십분 살아난다.

“철수는 대사가 거의 없어 맡으려는 배우가 있을까 걱정했다. 송중기씨가 거론됐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고, 동물의 움직임까지 배워가며 잘 해줬다. 순이 역은 건강하고 밝은 배우가 맡길 바랐는데 박보영씨를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 사회화가 안된 철수를 길들이는 과정이나 순이를 기다리는 철수의 충성심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생각난 관객이 많다.

“개, 고양이, 앵무새, 십자매같이 여러 애완동물을 길렀고, 지금은 8년째 보스턴 테리어를 키우고 있다. 힘들 때마다 강아지 사진을 보면서 힐링을 받는다. 사회에서는 성과나 외모를 가지고 날 평가하지만, 개는 내가 잘하든 못하든 잘 차려 입든 아니든 똑같이 대해준다. 주인의 내면을 봐주는 거다. 개는 서로의 마음만 확인하면 무차별적 사랑을 하는데 사람은 그렇게 못한다. 사람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세속의 가치에 밀리는 것 같다. 그런데 철수는 초월적 사랑과 믿음을 보여준다. 철수가 사회화되지 못하고 인간적 배움이 없어서 오히려 초인적 사랑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남녀 관객의 온도차가 큰 편이다. 여자 관객들은 철수에 감정을 이입해 눈물을 흘리고 몇 번씩 다시 보기도 한다. 반면 남자 관객들의 반응은 이에 못 미친다.

“나도 정말 큰 의외였다. <늑대소년>은 신데렐라 스토리와 거리가 멀다. 철수는 능력도 없고 안정된 삶과도 떨어져 있다. 계층의 높낮이를 따지면 여주인공보다 한참 아래다. 신데렐라보다는 바보온달-평강공주 이야기에 가까워 남자들이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더라.”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조 감독은 직장생활을 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정규 과정 졸업작품 <남매의 집>(2009)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7년 만의 대상을 받았고,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학생경쟁) 부문 3등상을 수상했다. 장편영화제작 연구과정으로 만든 <짐승의 끝>(2010)은 독일에 수출됐고 미국에 리메이크 판권이 수출되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 직장생활을 하다 영화에 입문한 경력이 독특하다.

“글 쓰는 걸 좋아해 틈틈이 시나리오를 썼지만 감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무슨 ‘내 주제에 영화감독이냐’고 생각했다. 회사 다닐 때 단편영화를 찍었는데 애들이랑 돌아다니고 의견 교환하는 게 재밌었다. 밤섬에서 촬영하다 공익근무요원에게 쫓겨났는데 숨어있다 다시 찍는 과정도 신이 났다. 이런 일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 찍은 단편영화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했다.”

 

- 1960년대 세대가 아닌데, 비단 박하, 사자표 셔츠, 비너스 양주같이 당시 묘사가 자세해 인상적이었다. 전공이 영화 작업에 도움이 되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고증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에 실제와 맞지 않더라도 예쁘면 괜찮을 것 같았다. 내가 전공한 미술과 영화미술은 전혀 달라 전적으로 미술·촬영·조명 감독님들에게 의존했다. 영화의 비전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복숭아 같은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너무 단단하지도 않고 색이 강하지도 않은데 뽀얗고 예쁜 복숭아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동네 ‘바보형’과 거리낌없이 놀거나 집에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순서대로 들어가는 건 내가 어렸을 때도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예전 이웃들의 모습을 재현해 어르신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었는데 잘 표현됐다.”

 

- 다음 작품에 기대가 쏠린다.

“이미 써둔 시나리오는 좀 막 나가서 상업성이 없다. 새로 쓰는 중인데 하도 자주 바뀌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다만 멜로가 아닌 건 확실하다.”

 


■ 평론가들이 말하는 인기비결…

복고바람 속 복고멜로의 승리

여심 녹인 말 잘 듣는 꽃미남

강유정 영화평론가(고려대 연구교수)=모든 여성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사랑의 원형을 자극했다. 앞서 <건축학 개론>은 서연(수지)의 긴 생머리, 흰색 니트, 무릎 길이의 스커트 등으로 전형화된 남성들의 첫사랑 감성을 일깨웠다. <늑대소년>의 철수(송중기)는 순이(박보영)의 말만 귀기울이고 기다린다. 바로 여성들이 꿈꿔온 영원한 사랑의 전형이다. 십수년 전, 눈썹이 얼어붙을 때까지 한 여자를 기다리던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신현준)에 열광한 것도 같은 이유 아니겠나. 게다가 <늑대소년> 캐릭터를 늑대같은 남자가 아니라 ‘꽃미남’ 송중기가 연기했다는 사실은 흥행의 도화선이 됐다.

남동철 영화평론가=기획 자체가 상업적 호소력이 있다. 남자 주인공이 강아지처럼 나오는 설정이 영화의 주 관객층에게 통했다. 비슷한 기획이지만 로맨틱 코미디 <너는 펫>은 과장되고 코믹하게 표현했다. 반면 <늑대소년>은 멜로 장르의 장점을 이용해 달콤함의 최대치를 끌어냈다. 사랑하는 남자가 애완견처럼 충직하고 말을 잘 듣는다는 절대적 로맨스를 잘 풀어냈다.

김지석 영화평론가(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복고바람 속에서 일어난 복고적 멜로의 승리다. 영화 <써니> <건축학 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까지 복고풍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늑대소년>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끌어와서 복고와 멜로를 잘 융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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