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28년째 망원시장 채소장사로 세 아이 키워… 이젠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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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1.19 13: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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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합정 홈플러스’ 입점 반대 지역 상인들 농성 100일째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월드컵시장 앞.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붙어 있는 두 시장은 김장철을 맞아 배추와 무를 고르는 주부들로 활기찼다. 하지만 손을 놀리던 상인들은 홈플러스 합정점 이야기만 꺼내면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시장 곳곳에는 ‘홈플러스 입점 결사반대’라고 쓰인 현수막과 손팻말이 나붙었다. 시장에서 만난 채소가게 주인 이복수씨(62)는 “이제 북적이던 시장도 옛일이 될지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지난 28년간 망원시장에서 자그마한 채소가게를 해왔다. 채소 판 돈으로 자녀 셋을 키워 결혼까지 시켰다. 2003년 인근 월드컵경기장에 대형마트 까르푸가 들어왔지만 거리가 1.5㎞ 떨어져 있어 별 영향이 없었다. 3년 전에는 시장 건너편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섰지만 크기가 크지 않아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망원시장에서 65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합정역 바로 옆에 홈플러스가 새로 입점한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이씨와 시장 상인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덩치가 너무 큰 데다 재래시장과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올 초부터 수차례 시장 문을 닫고 홈플러스 입점 반대 집회를 해왔다.

상인들은 지난 8월 합정역 10번 출구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천막농성으로 상징되는 반대여론은 지난 8월 말 문을 열 예정이던 홈플러스의 입점을 저지했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일부 상인들 사이에 “이제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몇몇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아예 시장을 떠나야 될 것 같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월드컵시장에서 밤과 대추를 파는 김정옥씨(51)는 “판매량이 적어 가격을 더 낮출 수 없는 우리 같은 영세상인은 대형마트와는 아무리 해도 경쟁이 안된다”며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계속 장사를 할지 문을 닫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청에 “사업 손실이 커 영업을 개시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상인들은 한발 물러나 채소·생선·과일·정육 등 1차 식품을 판매하지 말고 영업면적을 절반으로 줄여달라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이왕 들어온다니 이 정도 요구조건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게 상생 아닌가”라며 “상인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 용산참사 같은 끔찍한 일이 여기서도 일어날까봐 무섭다”고 했다.

상인들의 천막농성은 18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주된 관심거리는 협상안을 홈플러스가 수용하느냐 여부다. 김진철 망원시장상인연합회 총무(46)는 “천막농성으로 우선 홈플러스 8월 말 입점을 저지했다”며 “홈플러스가 매장규모를 반으로 줄이고 1차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상인들의 협상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천막농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중의집·마포두레생협·교육단체벗 등 20여개 마포지역 시민단체들은 천막농성장 옆에서 문화제를 열고 시장 상인들의 농성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홈플러스 입점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1만9000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경섭 민중의집 대표(41)는 “홈플러스가 들어오는 것은 전통시장을 매개로 한 마을공동체를 해체하는 것”이라며 “전통시장은 경제적 가치 이상의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사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홈플러스 입점저지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가한 마포 지역 단체 관계자가 ‘입점철회’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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