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불길·유독가스 속에서도… 장애 남동생 놓지 않은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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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0.31 14: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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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뇌병변 장애 1급 동생 살리려 화재에 안방 피신… 둘 다 중태

 

전자레인지 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뇌병변 장애1급인 남동생은 두려움에 울음을 터트렸다. 누나는 동생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동생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급히 몸을 피했다. 당황한 나머지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한 것이다.

화마는 집 안을 삽시간에 삼켰고, 이들 남매는 결국 안방 문을 다시 열지 못한 채 유독가스에 질식된 채 소방대원들에게 발견됐다. 평소 동생을 끔찍이도 보살펴온 누나는 쓰러지면서도 동생의 몸을 놓지 않았다.

 

29일 오후 6시5분쯤 경기 파주시 금촌동의 한 아파트단지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집 안에 있던 박모양(13·중 1)과 남동생(11·초등 5)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에 빠졌다. 불은 24평형 아파트 내부를 거의 태우고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파주시 소방당국과 경찰은 장애가 있는 동생을 보호하려다 누나마저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주소방서 관계자는 30일 “남매를 발견할 당시 방안은 연기가 가득했고, 남동생의 오른쪽 다리가 누나의 몸 위에 얹혀 있었다”며 “누나가 동생의 다리를 끝까지 품고 있다가 의식을 잃으면서 손을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남매는 24시간 붙어 있을 정도로 우애가 깊었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누나는 몸이 불편한 동생을 돌보기 위해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다 중학교는 동생이 다니는 특수학교를 지원했을 정도다. 누나는 늘 동생과 등하교를 함께했다. 학교에서 누나는 동생의 “보호자” “수호천사”로 통했다.

남동생은 언어 소통도 불가능하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맞벌이를 해야 하는 부모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어른들이 없는 동안 동생을 돌보는 것은 누나의 몫이었다. 누나는 남동생이 옷에 대소변을 봐도 단 한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고 했다. 동생은 그저 가끔 누나에게 다가가 슬며시 손을 잡거나, 볼을 비비며 고마움을 전할 뿐이었다.

 

어머니 김모씨(43)는 이날 “막내는 몸이 불편하지만 가족들에게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큰아이는 동생을 마치 엄마가 아들을 돌봐주는 것처럼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학교까지 옮겨가며 동생을 잘 돌봐줬다”며 울먹였다.

아버지 박모씨(46)는 “아이들에게 미안해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족한 아버지 때문에 아이들은 늘 힘들었다”면서 “두 아이가 다시 눈을 뜨는 모습을 보게 해 달라고 신에게 빌고 싶다”며 고개를 떨궜다.

 

불이 난 아파트는 최근 경매로 팔려 박씨 가족은 이달 말까지 집을 비워야 할 처지다.

박씨가 오랜 기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서 은행 빚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박씨가 현재 다니는 중소기업은 4개월 전에 어렵게 구한 일자리다.

남매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의사 선생님들은 ‘(회복이) 쉽지는 않다’고 말씀하시지만 아직은 어린아이들이라 기적같은 회복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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