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모옌, 역사와 현실 버무린 상상력으로 중국 농촌·도시의 애환 그려내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0.12 20:24:57
  • 조회: 552

 사진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ㆍ노벨문학상 모옌의 작품세계

 

중국 작가 모옌(莫言·57)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중·일 문단의 노벨상쟁탈전이 중국의 승리로 돌아갔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상자 예측에서 줄곧 1위를 달렸으나 고배를 마셨다. 또 예년과 마찬가지로 고은 시인의 수상을 기대했던 한국은 중국 국적 작가가 첫 수상의 영광을 안으면서 한·중·일 3국 가운데 유일하게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국가가 됐다.

모옌은 일찌감치 중국의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꼽혀왔다. 그는 사실과 환상을 배합해 중국 도시와 농촌의 현실을 그려내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자란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출세작은 장이머우(張藝謀)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소설인 <홍가오량 가족>으로, 장이머우를 비롯한 ‘제5세대’ 영화감독들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함께 유명해진 중국 작가 가운데 선두주자다.


모옌은 1955년 자신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산둥(山東)성 가오미(高密)현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학업을 포기하고 소치기, 농사일 등 일손을 돕다가 열여덟 살에 면화가공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로 일했다. 1976년에 고향을 떠나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했고 해방군 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베이징 사범대학 루쉰 문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모옌의 초기 소설은 중국의 가난한 농촌과 농민의 삶을 주로 그렸다. 단순과 열정으로 사랑을 쟁취하고 술을 빚으며 일본군과 맞서는 <홍가오량 가족>처럼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술의 나라> <풀 먹는 가족> <풍유비둔> 등 초기작들은 중국 농촌의 전통과 힘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모옌은 사회주의식 창작기법인 리얼리즘을 넘어서 중국 전통문화를 참고한 환상과 상상을 가미함으로써 ‘중국의 윌리엄 포크너, 프란츠 카프카’로 불렸다. 그는 서구소설의 모방이 아니라 중국 현실에 바탕을 둔 소설의 창조를 주장했다. “뒤를 쫓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모두가 서쪽으로 가면 나는 동쪽으로 간다”는 그의 생각은 중국 현대문학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모옌 문학은 후기로 오면서 더욱 긴장감을 갖는다. 중국작가협회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표면적으로는 체제에 순응하면서도 검열을 피해 가는 비판성이 드러난다. 장이머우의 영화 <행복한 날들>로 제작됐던 중편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는 정리해고 노동자를 소재로 했으며, 최신작 <개구리> 역시 중국 사회의 민감한 이슈인 산아제한 문제를 다뤄 지난해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상은 중국적 소재, 현대적 기법, 해외 번역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모옌은 민중, 농민의 입장에서 중국 근현대사, 혁명, 자본주의 도입 등 대단히 중국적인 것을 다루면서도 그 방식이 보편적, 인류적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작가 중 영역이 제일 많이 돼 있는 데다 사실주의 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현방식이 다양해 서구 독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이기도 하다.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 때 처음 방한한 뒤 부인과 함께 여행을 올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있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모옌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털털한 외모를 가졌지만 사고가 합리적이고 문학관이 폭넓다”고 말했다. 많은 중국 작가들이 낡은 리얼리즘 문학관을 가졌거나 공산당의 이데올로그 노릇을 하는 반면, 모옌은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체제비판적이면 활동이 어렵고 체제협조적이면 문학적 자유를 제한받는 중국에서도 모옌은 특이한 존재다. 옛 이야기에 빗대 현실을 비판하지만 당이나 문인들과도 사이가 좋아 ‘대표작가’로 꼽힌다.

한편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는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해 의미심장한 ‘예언’을 했다. 그는 포럼 참석자 중 4명을 가리키며 향후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는데 불과 7년 만에 오에가 지목한 이 중 3명(오르한 파묵, 르 클레지오, 모옌)이 실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오에가 지목한 마지막 1명은 한국 작가 황석영씨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