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최초의 여성 지휘자 각광에 남들 의식… 이번엔 ‘집착·광기의 교향곡’ 들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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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0.11 14:11:43
  • 조회: 11991

 

ㆍ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공연 서울시향 부지휘자 성시연

 

“보스턴 심포니 시절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

 

서울시향의 부지휘자 성시연(36)은 지휘자로서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인터뷰 서두에 털어놨다. “요즘 지휘 스타일이 좀 달라진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 뜻밖의 말은 인터뷰어를 약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재차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보충 설명이 필요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2007년에 미국 보스턴 심포니의 부지휘자로 취임했으며, 그것은 137년 전통의 이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여성 지휘자를 받아들인 ‘사건’이었던 까닭에 세간의 화제가 됐던 게 사실이다. 성시연은 이렇게 말했다.

 

“보스턴 심포니에서 2년쯤 지휘를 하고 나니까 지휘에 대해 좀 알게 됐다는 자부심 같은 게 느껴졌죠. 3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무렵에는 지휘자로서 한단계 올라섰다고 스스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가당착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으니까요. 제가 음악가로서 추구해야 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미궁에 빠진 느낌이었죠. 돌이켜보자면 보스턴 심포니 시절의 저는 ‘나를 드러내는 것’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137년 만의 첫 여성 지휘자라는 ‘뉴스성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고, 기자들도 ‘여성’이라는 것에 초점을 둔 질문을 던지곤 했지요.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남의 눈을 의식하는 지휘’에 한동안 빠졌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과 “생긴 대로 지휘하는 것”이 지금 자신의 숙제라고 했다. 그동안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던 태도가 자신에게 있었음”을 스스로 비판하면서 “그것 역시 나를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단호한 자기 비판, 아울러 앞으로의 각오 같은 것들이 그의 입에서 이어졌다. 이런 말도 했다.

 

“얼마 전까지는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한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하지만 지휘자는 그 의도에 색채를 입혀서 살아 숨쉬게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더 강해졌죠. 그동안 음악에 제 호흡을 제대로 불어넣지 못하고 밋밋한 도형만 보여준 건 아닌가, 그런 반성을 하고 있어요. 제가 좀 소심했던 거죠.”

 

그렇다면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지금의 성시연에게 매우 맞춤하다. 이 곡은 ‘소심한 태도’로는 음악의 맛을 도무지 낼 수 없는 ‘광기의 교향곡’인 까닭이다. 심지어 지휘자 번스타인은 사랑을 얻지 못한 젊은 예술가의 집착과 광기를 형상화한 이 곡에 대해 “베를리오즈가 마약에 취해 작곡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까지 했다. 성시연은 “5개 악장이 모두 환상적 모티브로 시작하는 음악”이라며 “1830년대 당시로서는 광기 어린 음악의 최고봉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 속에 등장하는 화자는 바로 베를리오즈 자신이죠. 그날 연주회장에 오실 분들에게 약간의 조언을 드린다면, 이른바 ‘이데 픽스’(고정악상)에 집중해서 음악을 들으시면 매우 흥미로울 겁니다. (화자의 연인을 상징하는 고정악상이) 처음에는 아주 아름다운 멜로디로 등장하다가 점점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베를리오즈의 강박관념을 드러내죠. 4악장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을 죽이고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5악장에서는 그 여인을 아예 마녀로 형상화시킵니다. 베를리오즈는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강한 열망을 가진 사람이었죠. 나쁘게 말하자면 집착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어찌 보면 요즘의 저한테도 그런 게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날 연주할 말러의 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는 성시연이 “초등학생 시절에 처음 샀던 말러의 음반에 들어 있던 곡”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이 어른이 돼 다시 들었을 때보다 오히려 컸다”고 회상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독일의 바리톤 위르겐 린이 성시연과 서울시향의 반주에 맞춰 이 노래를 부른다.

성시연과 서울시향은 이 연주회 닷새 뒤인 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또 한차례 연주회를 치른다. 스페인 작곡가 파야의 ‘삼각모자 모음곡’ 중 ‘이웃들의 춤’, 로드리고의 ‘아랑훼스 협주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을 연주한다. 완전히 다른 레퍼토리로 두번의 연주회를 잇따라 준비하는 그는 “솔직히 적잖은 부담이 되지만, ‘아랑훼스 협주곡’에서 처음 만나는 기타리스트 장대건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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