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학] 50대 주민 “아직도 숨쉬기 어렵고 구토가 난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0.04 13:07:11
  • 조회: 474

 

경북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사고 피해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주민들의 이상증세는 계속되고, 각종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도 수그러들지 않은 3일 사고현장에 있던 소방관은 아예 온몸에 발진이 일어나고, 기침에 호흡곤란 증세까지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정밀한 역학조사, 주민 대피, 특별재난지역 지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3일 오후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를 찾았다. 지난달 27일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화학공장에서 유출된 불산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역이다. 봉산리는 사고현장과 야트막한 언덕을 경계로 불과 400여m 떨어져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논과 밭은 물론 뒷산에서도 푸른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농작물과 마을 주변 나무들은 온통 누렇게 마르거나 붉게 변했고, 잎과 열매들은 저절로 떨어져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마을 가운데 아름드리 느티나무에서는 누렇게 변한 잎들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우수수 떨어졌다. 주민들도 이상증세가 계속되면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이 마을 박명석 이장(50)은 “불산가스가 휩쓸고 간 지 3~4일 지나면서부터 느티나무 잎이 급속도로 누렇게 변하더니 이렇게 낙엽 지듯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색 들판을 이뤄야 할 논들의 벼는 잎들이 돌돌 말려진 채 말라가고 있다. 벼 이삭을 손톱으로 깨보니 아직 덜 여물었는데도 벌써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독한 제초제를 뿌리면 볏잎이 말리는데 불산가스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잎들이 말렸다”며 “벼가 영글 때인데 쭉정이가 돼버려 수확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마을 여기저기서 만난 주민들에게 건강은 괜찮은지 물었다. 이창용씨(58)는 “가슴이 답답하고 눈이 따가워도 병원에 안 갔는데 어제 아내(55)가 숨도 못 쉬겠다고 하소연하더니 구토를 해 병원에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난 지 6일이 지난 지금도 공기가 낮게 깔리는 아침에는 매캐한 냄새가 난다”고 전했다. 60대 초반의 다른 주민도 “사고 며칠 뒤 머리가 아프고 목이 따가워 병원에 갔는데 5분 정도 산소마스크를 쓰는 치료를 하고 3만700원을 줬다”며 “어제부터는 가래와 기침 증상도 생겼다”고 말했다.

 

60대인 심모씨 부부는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등이 심해 지난 2일 병원에 입원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최복란 할머니(77)는 “목이 좀 칼칼해도 참는다”며 “남편(82)이 죽을 때도 다 됐는데 병원엔 가서 뭐하느냐고 해서 둘 다 병원엔 안 갔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박 이장은 “마을에 150가구 250여명의 주민이 사는데 시골 특성상 웬만해서는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며 “병원에 다녀온 사람은 20~30% 정도지만 주민 대부분 머리가 아프거나 목이 칼칼하다든지 하는 이상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집집마다 마당이나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쪽파 등 채소와 감나무·무궁화 등 정원수들은 잎들이 누렇게 바싹 말라 살짝 쥐어도 부서져 내렸다.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사고현장에서 약 200m 떨어진 축사에는 소 50여마리가 있었다. 박 이장의 축사다. 축사 주변에선 아직도 최루가스 같은 냄새가 약하게 났다. “쉬이 쉬이” 하는 소들의 기침소리도 수시로 들렸다. 10여마리의 소는 콧물과 침까지 흘렸다. 박 이장은 “소들은 대피하지도 못하고 불산가스에 그대로 노출돼 사고 다음날부터 피가 섞인 콧물을 흘리고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며 “지금은 사료 섭취량이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축사 앞 포도밭의 포도나무 잎사귀들은 아예 갈색으로 말랐다. 임채호씨(51)는 “포도는 이미 수확한 뒤지만 푸른색이어야 할 잎들이 모두 말라 고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인근 고추와 멜론 등 비닐하우스 작물들도 황폐화되기는 마찬가지다. 고추는 허옇거나 갈색으로 얼룩덜룩 변했고, 멜론은 줄기가 허옇게 마르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에 떨어져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비닐하우스 안의 포도나무는 마치 녹물을 쏟아부은 듯 검붉은 색깔을 띠었고, 포도는 손을 대자 그냥 툭툭 떨어졌다.

주민들은 “여기서 계속 살아도 되는지”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박찬욱씨(61)는 “마을에서 계속 살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고 직후 환경청 직원이 대기 중 불산이 검출되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고 하기에 농작물은 왜 마르느냐고 물었더니 가을 수확철이라서 그렇다고 대답해 멱살잡이를 했다”면서 “마을이 불산가스에 어느 정도 오염됐고, 얼마나 해로운지 알 길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채호씨도 “두통 등 이상증세가 있어도 병원에 가라거나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사람이 살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 조치해달라”고 당국에 요구했다. 이날 하루 두통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150여명이며, 지금까지 모두 560여명이 병원에서 세척 치료 등을 받았다.

 

한편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소방관은 발진에 호흡곤란 증세까지 겪고 있으며, 이구백 구미소방서장도 온몸에 발진이 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김수민 구미시의원과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구미당원모임은 성명을 내고 “육안으로 봐도 사람이 지속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곳에 주민들을 돌아오게 한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며 “당장 주민을 대피시키고 상세한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봉산리 일대만이 아니라 신당리, 양포동 등으로까지 누출 피해가 난 만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주민들을 피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충섭 구미 부시장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미시는 대구지방환경청과 사고현장 주변 지역의 토양과 지하수·낙동강은 물론 농작물의 시료를 채취해 오염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가축들에 대한 임상관찰과 치료도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순천향대 구미병원에서는 불산가스 누출사고로 숨진 ㅎ업체 직원 4명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