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모든 종교의 궁극점은 깨달음… 맹신과 광신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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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10.02 14: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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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 ‘종교란 무엇인가’

 

최근 이슬람을 모욕한 미국영화 때문에 리비아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개신교 목사가 불교 사찰인 대구 동화사 탱화에 낙서하고 방뇨까지 한 사건이 일어났다. 불교계의 도박파문에 이어 요즘 개신교 교단마다 치러지고 있는 대표자 선거는 여전히 금품 살포와 상호비방으로 시끄럽다. 개인과 사회에 위안과 평화를 주어야 할 종교가 왜 갈등과 논란의 중심이 됐을까.

 

비교 종교학자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71)는 평생 종교의 참된 의미를 찾는 일에 천착해왔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노장과 힌두교 등 세계 각 종교들을 섭렵한 그는 베스트셀러 <예수는 없다> 등 기독교의 문제들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또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종교계 33인 원탁회의’에도 참여하는 등 사회적 활동도 활발하다. 그가 이번에는 <종교란 무엇인가>(김영사)를 펴냈다.

19일 오 교수가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서울대 규장각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휴대전화가 쉴새 없이 울렸다. 이날 로마에서 열린 국제콥트학회에서 예수가 “내 아내”라고 말한 대목이 있는 4세기경의 파피루스 문서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예수가 살았던 시대에 건강한 남성이 결혼을 한 것은 당연한 데다 여러 문서에 기록된 얘기여서 논란거리가 못된다”며 “예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내외에서 연일 종교 간의 분쟁과 갈등 같은 어두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내 종교만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고집하는 배타주의 때문이다. 모든 종교에 표층(表層)이 있고 심층(深層)이 있다. 빌기만 하면 어떤 것이든 다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종교의 표층이다. 요즘 사태는 기독교와 이슬람, 기독교와 불교의 불화가 아니라 표층 기독교와 표층 이슬람, 표층 기독교와 표층 불교 간의 갈등이다.”

 

- 그렇다면 종교의 심층은 뭔가.

“내가 변화하는 체험이다. 기독교에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라고 한 것은, 옛날의 내가 죽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깨달음을 말한다. 순간 ‘아하!’ 하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아하! 체험’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참나 혹은 불성을 깨달아 내가 본질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교회의 성령체험과 불교의 성불이 그런 깨달음이다. 그것은 이슬람도 힌두교도 마찬가지다. 그런 심층의 믿음일 때, 나와 하느님이 하나라는 것, 또 나와 내 이웃이 하나라는 것, 더 나아가 모든 것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예수님과 부처님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하게 된다.”

 

- 종교란 믿음을 전제 하는 행위 아닌가.

“그렇다. 대부분 종교를 표층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다음이 문제다. 점차 심층으로 나아가야 하고, 지도자들은 그렇게 이끌어야 한다. 경전의 문자적·표층적 해석에 머물면 곤란하다. 어른이 되었는데도 산타클로스가 굴뚝으로 들어온다고 믿는 격이다. 가족 간, 또는 불우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것이 산타클로스의 정신이라는 쪽으로 옮겨가야 하지 않겠나.”

 

- 국내에서는 성직자의 도덕적 해이,

 종교 내부의 비리 때문에 대외적으로 종교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많은 종교인들이 종교를 배금주의, 출세주의, 성공지상주의 등 개인과 집단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목회자나 스님들이 권력에 기생하거나 스스로 권력화된 탓이다. 신도수와 교회 건축만 키우고 기복만 강조하는 행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같은 맹신과 광신과 미신 사이를 오가는 천박한 종교의식이 문제다. ‘값싼 은혜’나 파는 종교 행동을 걷어치워야 한다.”

 

- 그것이 <종교란 무엇인가>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가.

“기독교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췄던 <예수는 없다>와 보완관계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아하! 체험’과 종교의 실존적 물음에 대해 고뇌했다. 종교는 인간 스스로 늠름하고 의연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얻게 해준다. 종교의 기본인 사랑과 자비는 나와 남, 우주만물이 하나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유마거사는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고 했고, 기독교에서 ‘긍휼’로 번역되는 ‘컴패션(compassion)’이란 단어도 ‘함께 아파한다’는 뜻이다. 모든 종교 심층의 공통점을 깨달음으로 본다.”

 

- 영성, 힐링, 명상 열풍이다. 어떻게 보나.

“명상은 넓은 의미의 기도다. 영성은 이웃을 사랑하는 힘을 키워준다.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하다.”

 

- 종교 간 대화와 화해의 답은 무엇인가.

“다른 종교는 다 틀려먹어서 그들을 모두 개종시켜야 한다는 것은 억지고 무지다. 남의 종교를 공격하는 것은 수천년 전 부족사회 사람들의 낡은 신관(神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휴대폰 시대로 바뀌었는데 왜 종교는 낡은 문자에 사로잡혀 있는가. 내 어머니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고백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 자기 어머니가 최고라는 고백과 상충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남의 종교를 더 많이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내 종교의 위대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 ‘종교계 33인 원탁회의’가 종교 간 대화의 모범적인 예 같다.

“불교의 도법 스님과 자주 만나는데 종교든 사회든 진영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사회와 국민들이 이기고 지는 싸움의 관계가 아니라 상생, 윈윈하는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쌍용차 사태로 22명이 죽었다고 한다. 이런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서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굉장히 뜻깊고 아름답다.”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오 교수는 1971년 캐나다로 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쳤다. 2006년 정년 퇴임 후에는 명예교수로 6개월씩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집필과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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