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학] 두 얼굴의 프로포폴… 탁월한 마취 효과 뒤엔 의료사고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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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9.26 17: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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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등에 난 종기를 제거하기 위해 서울의 한 의원을 찾았던 하민수씨(62·가명)는 수면마취 후 수술을 받다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당시 하씨가 투여받은 마취제는 ‘프로포폴’이었다. 하씨는 수술을 시작한 지 30여분 만에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병원은 하씨를 ‘저산소증허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판정했다. 하씨의 가족은 “비마취과 전문의가 프로포폴을 투약했고 호흡이상을 발견한 뒤에도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아 무호흡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고 항의하며 해당 의원 앞에서 열흘 넘게 시위를 벌였다. 의원 측 관계자는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프로포폴을 절대 함부로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씨 가족은 지난 14일 해당 의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유흥업소 여성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한 뒤 그가 사망하자 시신을 유기한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되고 프로포폴을 상습투약한 연예인이 검찰에 구속되는 등 최근 프로포폴 오·남용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프로포폴은 1992년 한국에서 사용이 승인된 이후 바비튜레이트 등과 함께 가장 흔히 사용되고 있는 수면마취제다. 프로포폴은 바비튜레이트가 동반하는 악몽 등의 후유증이 없는 데다 깨어난 뒤 상쾌한 느낌까지 들어 인기가 많다. 하지만 사망이나 저산소증 뇌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과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위험도 높다. 프로포폴은 산부인과 의사나 연예인 사건처럼 최근 오·남용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상적인 의료행위 중에서도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프로포폴 투약 이후 의료사고로 사망한 환자 16명을 부검한 결과 모두 프로포폴을 주사한 뒤 갑자기 원인 모르게 사망하거나 무호흡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환자가 쇼크상태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런 의료사고는 증명도 어렵고 외부에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특히 프로포폴이 동네 병·의원에서 시행하는 수면 내시경 시술 등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수정씨(35·가명)도 6년 전 프로포폴 관련 의료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이씨의 어머니는 폐경기 장애로 2006년 초 서울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 프로포폴과 리도카인을 이용한 수면마취 후 수술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씨는 “저희는 프로포폴이 뭔지도 몰랐다”며 “진료기록상엔 프로포폴과 리도카인이 적절한 양으로 투여됐다고 쓰여 있는데 아무런 지병도 없던 엄마가 갑자기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3년간의 소송 끝에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의사과실 50%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씨는 “재판을 준비하면서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와 관련된 의료사고가 굉장히 많지만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병·의원과 합의를 보고 끝낸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 엄마 일이 있은 뒤 6년이 지났는데도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한마취과학회의 통계를 보면 2009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프로포폴과 관련해 접수된 의료사고 감정건은 모두 23건이다. 23건 중 19건의 환자가 사망했고, 4건의 환자들은 시력을 잃거나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홍성진 가톨릭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감정 접수된 23건 중 20건은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에 의해 시행됐고 대부분 수술 전엔 건강상 문제가 없는 환자들이었다”며 “수면마취 후 호흡과 혈압, 심전도 등의 감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호흡곤란 시 기도확보 등의 적절한 치료가 따라주지 못해 저산소증과 심정지 등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프로포폴을 사용한 수면마취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인 데다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대부분 환자 측과 병원 간 합의로 끝나기 때문에 피해 실태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마취의 후유증은 전신마취 후의 합병증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 ‘프로포폴(Propofol)’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정맥주사 방식의 마취제다. 반응시간이 짧고 회복도 빨라 수면 내시경 시술이나 간단한 성형수술 마취제로 주로 쓰인다. 전신마취의 유도제나 인공호흡 중인 중환자의 진정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적정량을 투여해도 환각 증상과 발열, 두통, 전신통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과다 투여 시에는 일시적 호흡마비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불면증을 없애고 피로를 풀어주는 등의 기능도 있어 오·남용 사례가 많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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