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한국 문화, 보편적 가치와 접목 땐 ‘강남스타일’처럼 어디서나 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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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9.26 17: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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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해외 한국학 연구의 선구자 강희웅 하와이대 교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반세기 동안 해외 한국학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해 온 강희웅 하와이대 명예교수(81)는 25일 만난 자리에서 강남스타일 춤의 ‘말 타는’ 동작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보통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이 있어요. 하지만 자기가 가진 것과 접목이 될 수 있어야 호응이 나옵니다. 말 타는 동작은 동서양에 차이가 없죠. 인종이나 문화에 관계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행동이지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개최한 ‘제6회 세계한국학대회’(25~26일)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강 교수의 문제의식은 비단 ‘강남스타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는 “어떤 우리 문화라도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낸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할 수 있다”며 “누가 어떻게 찾아내서 어떻게 연결지어 설명하는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학자들의 역할은 바로 우리 문화가 진·선·미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발굴해서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강 교수는 일본의 다도와 선(禪) 문화가 서구 사회에서 널리 유행한 것은 그만큼 보편적 가치에 가 닿을 수 있도록 세련되게 포장하고 승화시킨 덕분이라고 봤다. “사실 일본 문화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인데 마치 일본의 고유한 문화처럼 인식되고 있지요. 그런 덕분에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광고할 때도 문화적 상징으로 부각시켜왔습니다. 마치 자신들이 아니면 안 되는 고유한 기술이나 창의성이 들어간 제품인 것처럼 말이죠.”

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못하는 이유 또한 “우리 문학이 가진 보편적인 가치를 발굴해서 소개하는 문학평론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자신이 우리가 가진 작품을 세계 보편적 가치와 접목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노벨상 심사위원들에게 그걸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 보편성이란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우리 판소리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재즈를 전공한 학자에게 물어보니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클래식 음악에서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 판소리는 재즈가 못 가진 경지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발성법이라든지, 스토리텔링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말이죠. 세계가 자꾸 한덩어리가 되고 있고 문화의 장벽이 흩어져 가는 이때가 어쩌면 우리문화에 보편적 가치를 접목시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강 교수는 고교 3학년 때 한국전쟁을 맞았고, 전시연합대학을 다니다 서울대로 복귀한 뒤 한국의 척박한 학문 환경을 넘어서기 위해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막 한국학 연구가 태동하던 하와이대에서 한국사 교수로 임용됐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하와이 주의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예산보다 많던 시절이었죠. 한국에 다녀온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나쁜 점만 부각시켜 말했어요. 한류라는 것도 우연히 생기고 유행한 게 아니겠죠. 우리가 피땀 흘려가면서 만들고 발전시킨 경제·사회 전체의 결산입니다.”

그는 1972년 하와이대에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하고 해외 한국 연구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 왔고, 한국어 연구를 영어로 번역하는데 기여해 온 해외 한국학 연구의 1세대이자 산증인이다. 오는 11월에는 연구소 설립 40주년을 맞이한 기념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강 교수는 “경복궁 근정전을 본뜬, 독자적 연구소 건물을 지닌 한국학연구소는 하와이대뿐”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제는 정부가 한국학 진흥사업에 273억원을 지원하는 세상이 됐지만 강 교수는 아직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예산 지원이 눈에 보이는 성과 위주로만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를 영어로 번역할 때도 예산 지원 문제 때문에 세계에 소개할 책을 굳이 한국에서 출간해야 했습니다. 다들 해외 출판이 더 좋다는데 공감하면서도 국회 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학문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는 게 아닌데 국회가 좀 더 장기적으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고·중세사 연구자인 강 교수는 신라말과 고려초기의 지배세력 교체에 관심이 많다. 이번 대회에서 발표할 논문 또한 그 시기에 관한 것이다. 지배계급이 무사 위주의 세습귀족에서 문치와 실력 위주의 집단으로 재편된 이 시기의 모델이 훗날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사 계급이 지배한 일본과는 다른 전통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군사정권에 끈질기게 저항한 것도 그런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나말려초의 시기가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가 돼 있지 않은데, 총 결산해서 책으로 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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