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노동자 대우 수준이 ‘국격’… 나보다 힘든 이들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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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9.20 11: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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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청소·경비 노동자들에 강연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52)이 19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주제는 ‘지금 세상은 85호 크레인’이었다. ‘85호 크레인’은 김 위원이 고공농성을 벌인 장소다.

김 위원은 지난 5월 독일에서 집회를 하며 겪었던 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독일에서 집회를 시작하자 “불편한 점이 있느냐”고 경찰이 다가와 물었다. 김 위원은 “당신들이 불편하니 집회장소에서 비켜 달라”고 했다. 그러자 독일 경찰은 “당신들의 집회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그들로부터 당신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집회 장소에 머무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위원은 “살면서 처음으로 집회 끝나고 경찰들과 ‘빠이빠이’를 하며 헤어졌다”면서 “집회를 하면 따라다니며 때리는 존재인 한국의 경찰과 비교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고제 집회를 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한국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독일과 비교하며 국내 청소노동자들의 급여가 턱없이 낮다고 말했다. 그가 독일에 갔을 때 독일 청소노동자들의 높은 급여를 보고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느냐”고 독일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그걸 왜 묻느냐, 힘든 일 하는 사람들이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은 상식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 위원은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그 나라의 국격과 수준을 보여주는 기준”이라며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진지한 강연 중에도 유머를 섞어 강연 내내 청중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학교에서 휴지 아무 데나 버리지 마세요. 나보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존중하는 것이 연대입니다. 아, 여기가 연대네요”라고 하자 학생들이 폭소했다. 또 김 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한 핀란드 교포에게 “한국 부산 영도에 크레인이라고 하는 하루 100만원짜리 호텔이 있다”고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이 크레인에 올라가 있을 때 부과됐던 벌금이 하루 100만원이었던 것을 빗댄 말이다.

김 위원은 “쌍용자동차, 만도, 재능교육, 유성기업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아직도 노동자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청소·경비)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야만 하는 대학에서 우리가 얼마나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겠느냐”면서 “여러분들이 청소·경비 동지들의 투쟁에 관심을 가져주셔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학생들의 연합동아리 ‘시간을 돌리는 작은 교실’이 주최한 이날 강연회에는 20여명의 청소·경비노동자와 학생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동아리 회장인 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김성우씨(22)는 “지난해 희망버스 운동 때 지켜본 한진중공업 문제가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김 위원을 연사로 모셨다”고 말했다. 이 동아리는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주2회 한글교육, 주1회 컴퓨터교육을 하는 학생·노동자 연대동아리다.

6년 동안 연세대에서 경비노동자로 일해온 고경실 연세대 부분회장은 “김 위원에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실상을 들었다”며 “우리 학교에서도 잘못된 복수노조 관행이 없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법학과 4학년 전화정씨(24)는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며 토익 등 스펙쌓기에만 매몰돼 현실을 잊고 있었다”면서 “오늘 강연을 듣고 노동자들의 현실을 느꼈으며 공익변호사를 꿈꿨던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홍익대 동양화과 4학년 박유형씨(23)는 “김 위원 말 중에 ‘정권이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알면서도 지나치기 쉬운 주변 노동자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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