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꽉 막힌 한국 경제… 돈은 넘치는데 투자처 못 찾고 떠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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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9.19 13: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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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7월 통화량 1800조… 단기자금에 633조 몰려

 

시중에 자금은 넘쳐나지만 실물경제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광의통화(M2)는 지난 7월 현재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넘어섰다. 광의통화는 시중에 돌고 있는 현금에다 만기 2년 미만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상품을 포함한 통화량을 말한다. 한은은 이 같은 통화량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때 필요한 통화량보다는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특정의 국가가 물가상승 압력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최대의 생산능력을 말한다. 즉 시중에 풀린 돈이 투자나 소비에 필요한 양보다는 많다는 것이다. 한은은 다만, 돈이 넘쳐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중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전망도 어두워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안전자산에만 몰리고 있다. 지난 7월 현재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7개 분야에 몰린 자금은 633조5500억원이다. 6월 632조2200억원보다는 1조3300억원(0.21%), 지난해 7월 617조8100억원보다 15조7400억원(2.5%) 늘어난 액수다. 이 중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올해 6월 298조3000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중 단기수신자금은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된 2010년 중반에 649조원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올 들어서는 줄곧 630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4분기에 만기도래할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규모도 95조9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은행이 내려보낸 돈 한 단위가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나타내주는 통화승수는 지난 7월 22.2로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다. 통화승수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26.2에서 2009년 24.4, 2010년 24.3, 2011년 22.7로 하락세다. 통화승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도는 속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동성을 공급해도 경기부양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당분간 세계 경제와 국내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단기간에 해결된 문제는 아닌 상황에서 과잉유동성을 나타내는 신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① 가계… 빚 갚느라 소비할 돈 줄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9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데, 전달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수치가 100을 밑돌면 소비자들이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대형마트의 7월 소매판매액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3.5%를 기록했다. 4월(-1.3%), 5월(-2.6%), 6월(-4.5%) 등 넉 달째 마이너스였다. 불황에 강한 생활필수품을 주로 파는 대형마트로서는 이례적인 부진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에서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에 그쳐 소득 증가율 6.2%에 못 미쳤다.

소비 부진은 자산가격 하락이 한몫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집 가진 가난한 사람’(하우스푸어)이 대거 양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사용하는 가구가 전체가구의 10%가량인 108만가구에 달한다. 대출금과 전세금이 집값의 80%를 넘는 깡통주택은 전국적으로 18만5000가구로 추산된다.

최근 주식시장은 코스피 2000선을 돌파했지만 개미들이 쥔 돈은 없다. 지난 2분기 가계는 주식투자를 해서 20조5000억여원의 손실을 봤다. 가계대출 증가율도 눈에 띄게 줄었다. 7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난 647조6000억원이었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는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째 계속됐다.

 

 

② 기업… 경기 불확실에 현금 비축


국내 대기업들의 곳간은 현금으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이익잉여금은 95조5369억원으로 2009년 68조853억원에 비해 40%가량 늘었다. 지난해 말 88조6675억원과 비교해도 7%가량 증가했다. 6개월 새 7조원 가까이 더 쌓인 것이다.

삼성그룹 전체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109조6800억원 규모로 2009년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포스코와 현대자동차의 이익잉여금은 각각 38조7822억원, 30조2595억원에 이른다.

최근 김기식 의원은 KT에 대해 처분 가능한 이익잉여금이 2001년 1조1000억원에서 현재 4조3000억원 규모로 4배가량 늘었다며 고용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미룬 채 돈을 계속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의 기업 규제 분위기도 강화되면서 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의 경제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도 계획경제에서 탈피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에도 순환출자 규제 등 심리적으로 기업을 위축시키는 정책이 강화되는 분위기여서 투자를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③ 금융기관… 굴릴 곳 없어 ‘큰손 ’ 기피


금융권은 요즘 ‘큰손’을 반기지 않는다. 거액을 맡기려는 고객을 만나면 고민이 커진다. 자금이 들어와도 마땅히 굴릴 곳이 없다. 은행은 대출에 애를 먹고 있고, 보험사는 늘어나는 자산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경기 침체와 저금리로 수익을 낼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1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원화대출은 614조원으로 전년 상반기에 비해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6.19% 이후 갈수록 증가세가 줄어들고 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금융팀장은 “예금 대비 대출이 95% 수준”이라며 “연말까지 대출이 늘어나지 않으면 금융권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감소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대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뚜렷하게 나뉜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1.67%였다. 반면 대기업은 29.79% 증가했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경제상황이 나빠져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증가해 은행으로선 대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명·손해보험사들도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잘 팔리는 상품의 판매를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교보생명이 은행과 증권사 창구를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다른 대형 생보사들도 판매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공시이율보다 운용 수익률이 낮아지는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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