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수화를 공식언어로… 배움 앞에 차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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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9.13 18: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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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청각장애인 권리찾기 100일 1인시위 기자회견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인 청각장애인 ㄱ씨(26)는 지난해 남모르게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메이크업 수업을 받기 위해 여러 학원을 알아봤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학원엔 수화통역이 없는 데다 한 사람을 위해 수화통역을 고용할 수도 없다고 했다. ㄱ씨는 장애에 가로막혀 꿈도 마음껏 못 꾼다는 생각에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졌다.

 

청각장애인 ㄴ씨(58)는 2007년 강원도의 한 황태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 회사 동료들은 그를 부를 때 다가와서 이야기하는 대신 황태를 집어던졌다. 야유회나 회식 때도 ㄴ씨는 외톨이였다. 그를 고용했던 공장 사장은 “청각장애인들을 한번 고용해봤더니 아주 고집이 세고 말도 안 통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는 청각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국내 청각장애인 등록인구는 2011년 기준으로 26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다른 장애와 달리 겉으로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탓에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제도 개선은 제자리만 맴돌아왔다.

이에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6월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16개 시·도에서 100일간 수화언어권 확립, 노동·학습·정보접근권 보장 등을 주장하며 ‘농아인 권리보장을 위한 전국 100일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다.

 

협회는 1인시위가 끝나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농아인 스스로의 자각을 기반으로 우리의 권리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 회장은 수화로 “한국인인데도 한국영화를 볼 수 없고 수화통역방송도 텔레비전 화면의 16분의 1로 제공돼 정보전달이 제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변 회장은 “정부는 외국인들에겐 적극적으로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농아인들에겐 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한다”며 “수화어 기본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농인들이 청인(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을 때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이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으리란 순수한 희망을 가졌는데 농아인 차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청기를 끼거나 와우수술을 받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하는 농아 학생들의 경우 조용조용히 얘기하면 잘 알아듣지 못해 학교에서의 별명이 ‘사오정’ ”이라며 “농아인들은 배우겠다는, 일하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차별의 현실에 매여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수화를 사용하는 농아인은 장애극복에 실패한 농아인으로 치부하는 음성언어 중심의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장애와 정보취득의 제약으로 사회생활 전 영역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아 왔다”며 “수화를 공식언어로 인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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