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신용등급 향상, 재정관리 문제일 뿐 실물과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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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9.10 14: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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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중산·서민층 가계부채·자살률 최악 수준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올렸다. 무디스는 평가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의 등급을 부여했고, 피치는 일본보다 한 수 위로 올렸다. 정부는 이들 두 기관의 신용등급 향상 결정을 ‘명실공히 한국을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는 지난 1년간 오히려 악화됐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2%대 경제성장률은 기정사실이 됐다.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극화 심화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물 경제와 국민들 삶은 이렇게 어려운데 국가 신용등급은 올라가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국가 신용등급과 실물 경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9일 “국가 신용등급은 한국 정부에 돈을 빌려줄 때 받지 못할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국가 신용등급이 오른 것은 한국 정부가 재정 관리를 잘했다는 의미이지 실물 경제가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 복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었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빚이 있고 가진 건 없지만 막 직장에 입사한 30대와 직업은 없지만 아파트를 갖고 있는 60대 노인의 신용등급을 비교하면 60대가 높게 나온다”며 “일본·러시아보다 한국 경제가 좋은 것과, 일본·러시아보다 한국으로부터 빚을 잘 받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많이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사유로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은행부문의 대외취약성 감소 등을 들었다. 2010년 이래 통합 재정수지 흑자 추세가 지속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등 재정여건이 매우 양호하다는 것이었다. 피치도 한국 정부가 경기둔화·선거 등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재정정책 운용기조를 보이고 있고, 양호한 재정수지 등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등급 상향 이유로 거론했다.

사상 최고 수준인 한국의 외환보유액도 신용등급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168억8000만달러로 전달보다 25억3000만달러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0억달러 선까지 감소했던 외환보유액은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지난 4월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다 지난 5월 소폭 감소한 뒤 다시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증가가 곧바로 경제 활력을 높여주거나 개인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 신용등급 점수 향상을 경제 전반이 잘되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확대 해석하도록 여론을 호도하는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상향 조정하자 긴급 브리핑을 통해 관련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주요국의 신용등급 및 전망이 강등되는 추세 속에서 우리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현 정부의 경제운용이 객관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대기업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할 때 등은 경제상황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가 신용등급 향상이 축하할 일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이를 한국 경제 전체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도록 비약시키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만약 잘못해서 가계부채건이 터지면 바로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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