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강남스타일’ 열풍… 어쩌다 운 좋게 터진 걸까?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8.31 12:56:19
  • 조회: 12125

 사진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ㆍ일렉트로닉·코믹·온라인… 세계 음악 추세, 싸이 안에 다 있다

 

가수 싸이(35)는 최근 미국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를 만나고 돌아왔다. 그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싸이는 내달 다시 출국해 음악작업을 협의할 예정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싸이의 미국 진출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싸이가 미국에서 음악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아니면 ‘강남스타일’이 어쩌다 운 좋게 터진 걸까.

글로벌 음반 유통사 소니뮤직 이세환 과장은 “싸이의 열풍은 1996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킨 ‘마카레나’의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며 “뜬금없다기보다는 세계 음악계의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이가 현지 미디어와 스타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지원을 계속 받는다면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너뮤직 조혜원 과장은 “싸이의 음악에 일렉트로닉, 코믹, 온라인, K팝 등 세계 음악계를 주도하는 3~4가지 트렌드가 압축적으로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유튜브서 시작, 트위터 확산
안방 스타가 세계적 명사로
K팝 팬들 입소문 효과 한 몫
미국 진출 땐 성공 가능성

 

■ 일렉트로닉 음악의 맥을 짚었다

현재 세계 음악계에는 일렉트로닉 바람이 거세다. 워너뮤직 조 과장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적 유행과 닿아 있다”면서 “록과 힙합, 팝 등 이른바 주류 장르들도 쉴 새 없이 일렉트로닉과의 만남을 꾀하고 있고, 이런 류의 곡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초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간 ‘셔플춤’은 일렉트로닉 장르에서 비롯된 춤이다. 또 지난해 전 세계 16개국 댄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벼락 스타가 된 호주 듀오 ‘욜란다 비 쿨’의 노래 ‘위 노 스피크 아메리카노’ 역시 단순한 패턴의 일렉트로닉 곡이다.

10여년간 한국형 힙합곡을 주로 써온 싸이는 뜻밖에도 이번 ‘강남스타일’에서 일렉트로닉을 접목했고, 의도는 추세와 잘 맞았다. 조 과장은 “일렉트로닉 장르가 특히 강한 유럽에서도 싸이에 대한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며 “최근엔 스페인의 한 가수가 싸이가 누구며, 그의 음원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왔다”고 밝혔다.

‘강남스타일’에는 클럽문을 열고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주는 ‘페이드 인 앤드 아웃’ 기법과 반복적인 멜로디 구성 등 일렉트로닉 장르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장치가 촘촘히 포진돼 있다. 소니뮤직 이 과장은 “모르긴 해도 세계 각국의 클럽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코믹 코드는 세계적인 현상

놀랍게도 ‘강남스타일’과 같이 코믹한 노래의 신드롬은 미국, 유럽,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미국의 인기 일렉트로닉 듀오 엘엠에프에이오(LMFAO)는 싸이와 빼닮았다. 엘엠에프에이오는 뮤직비디오에서 팬티 차림으로 화면을 오가며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다. 많은 미국 누리꾼들이 유튜브 댓글에서 싸이를 ‘코리안 LMFAO’라 불렀던 까닭도 이 때문이다. 또 미국 3인조 패러디 그룹 ‘더 론리 아일랜드’는 대놓고 코믹 음악을 지향해 공전의 히트를 거뒀다. 트위터에서 싸이를 칭찬한 힙합 스타 티페인은 공교롭게도 2009년 ‘더 론리 아일랜드’의 노래 ‘아임 온 어 보트’ 뮤직비디오에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됐다.

유럽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영국 UK 아이튠 차트 싱글 및 앨범 1위를 차지한 그룹 ‘샘 앤드 더 웜프’의 뮤직비디오는 생뚱맞다. 뮤직비디오 속 한 남성은 일렉트로닉 노래에 맞춰 나와 아령을 들고 있고, 어느 여성은 곁에서 요란을 떤다. 국내 가요계에서는 유세윤과 뮤지로 구성된 ‘유브이’, 정형돈과 데프콘의 ‘형돈이와 대준이’, ‘용감한 녀석들’ 등 개그맨들이 주축이 된 팀의 뮤직비디오가 차트를 수시로 휘젓고 있는 중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인터넷에서 ‘엽기’ 코드가 부상했고, 지금의 세계적인 현상인 ‘잉여’ ‘B급’ 등도 인터넷을 모태로 한다”며 “단순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찾는 온라인 공간에서 웃음과 유머라는 소재의 파급력은 특히 크다”고 말했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의 발화점은 미국의 유명한 유머 사이트인 ‘거커닷컴’이다. 여기서 CNN, 타임 등으로 번져갔다.

 

■ 유튜브로 인해 달라진 환경

2009년 6월 박진영은 원더걸스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직접 그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원더걸스는 현지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음악활동을 했다. 그런 노력 덕택에 2009년 10월 원더걸스는 빌보드 싱글 차트(‘핫100’)에서 76위, 또 보아는 그해 4월 빌보드 앨범 차트(‘빌보드200’)에서 127위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보아의 기록은 태평양을 건너가지도 않았던 가수에 의해 3년 만에 깨진다. 소녀시대의 유닛(소규모 팀)인 ‘태티서’는 국내에서 발표한 음반으로 지난 5월 보아보다 한 단계 앞선 126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프로모션을 펼치지도 않았던 빅뱅 역시 지난 3월 앨범 차트에서 150위를 차지했다. 굳이 미국에 가지 않고서도 빌보드 메인 차트에 오를 수 있었다.

대중음악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은 그만큼 달라졌다. 음악계에서 생성되는 다수의 화제는 온라인(유튜브 등)에서 먼저 시작돼, 이후 유명인사들의 트위터 등을 타고 번지고, 여기에 기성 미디어들이 가세하면서 파급력을 키워간다.

유튜브 채널 조회수가 5억건을 돌파한 ‘기타 신동’ 정성하,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라고 되뇌이는 코믹 뮤직비디오로 일본의 CF 모델이 된 한국 힙합 듀오 디오지, 아이폰을 악기 삼아 노래를 불러 영국 BBC, 미국 CNN에 소개됐던 ‘아이폰녀’ 김여희, 최근 음반을 낸 영국의 가수 코너 메이너드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온라인은 이제 대표적인 스타 등용문으로 부상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 같은 변화를 의식해 “이제 안방에 머물면서도 세계로부터 주목 받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 K팝의 홍보효과도 무시 못해

이미 전 세계에서 두꺼운 팬층을 양산한 K팝도 싸이의 음악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싸이의 유튜브 댓글에는 이미 K팝 가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는 글이 상당수였다. 전 세계에 흩어진 K팝 팬들은 유튜브에 오른 K팝을 퍼나르면서 확산시킨다.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걸그룹 포미닛 멤버 현아 역시 지난해 발표한 노래 ‘버블팝’의 뮤직비디오로 4000여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는 K팝 스타다. 현아를 보기 위해 유튜브에 접속했다가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반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포미닛, 비스트 등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노현태 부사장은 “싸이의 히트는 K팝 붐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뉴미디어 시대의 가장 큰 수혜국은 한국”이라며 “우선적인 위치에 있지만,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고 말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