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홍성태 교수 ‘나를 브랜딩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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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8.30 14: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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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공감을 하면, 그는 정녕 당신을 원할 겁니다”

‘세계 1%만을 위한 명품 수제시계.’ 2006년 강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빈센트(vincent) 시계 사기극’은 이 광고 문구 한 줄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은 명품이라는 말에 의심없이 지갑을 열었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애용한다든지, 청담동 부유층과 연예인들에게 인기가 높다든지 하는 입소문도 한몫을 했다. 이 때문에 원가 30만원짜리 중국산 시계는 500만원짜리 스위스산 명품시계로 둔갑할 수 있었다.

이 사기극은 ‘브랜딩(branding)’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브랜딩이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심어가는 과정이다. 시계 수입업자는 브랜드를 명품으로 인식시키는 데 가장 주력했다. 사람들에게 일단 명품으로 인식된 브랜드는 추후에도 품질과는 무관하게 명품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거짓에 기댄 사기극이었기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지만, 브랜딩이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 일화였다.

사람 사이에서도 브랜딩이 중요해지고 있다. 날로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 품질 좋은 제품이 넘쳐나듯, 소위 ‘스펙’ 좋은 고급 인력도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북토크 여덟번째 강연이 ‘나를 브랜딩하라’를 주제로 열렸다. 서울 중구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이번 강연은 본격적인 취업 시즌을 앞두고 20~30대 젊은층을 위해 기획됐지만, 40~50대 장년층도 많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강연을 맡은 홍성태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우리는 모두 이름 석자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다”며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고 상대에게 인식시키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최근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상대의 마음과 가슴을 움직이려면 나 역시 마음과 가슴으로 공감해야… 그게 바로 공감의 브랜딩

사람의 브랜딩이라고 해서 상품 브랜딩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보여야 한다. 물론 가짜 명품시계 사기극처럼, 거짓과 과장으로 나를 포장하면 결국 사기꾼이나 허풍쟁이가 되기 십상이다.

중요한 건 사람 사이에 감정이 흐른다는 점이다. 홍 교수는 “‘네가 필요해’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은 20세기식이고, ‘너를 원해’라고 말하게 하는 것이 21세기식 방법”이라고 했다. 나를 원해서 찾아오게끔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홍 교수는 ‘공감(empathy)’이란 해법을 제시했다.

“제 둘째아들이 생일 선물로 물총을 줬습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물총이기 때문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면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총을 선물로 주는 것처럼 남들도 나와 똑같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상대와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공감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세계를 지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사소통’이다. 우리는 상대가 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인다. 공감은 흔히 여성적 문제 해결 방식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주는 것일 뿐, 실제로 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은 ‘동정(sympathy)’과 다르다. 동정은 쉽게 말해 머리로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과 가슴을 움직이려면 나 역시 마음과 가슴으로 공감해야 한다. 홍 교수는 “공감이란 팩트(사실)에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이 두 개념의 차이에 대해 언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누군가와 공감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히 인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소통과 이해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제임스 서버의 동화 <아주아주 많은 달>(many moons)의 우화를 통해 이 두 가지 능력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달을 따달라는 철부지 공주 때문에 신하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입니다. 그런데 한 광대는 공주에게 달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알고 보니 공주는 달을 ‘엄지손톱만 한 황금’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죠. 그래서 광대는 엄지손톱만 한 황금덩어리를 구해 공주에게 줍니다. 상대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공감한 내용에 대해 상대방과 의사 소통을 하는 능력이다. “흔히 화성에서 온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금성에서 온 여자는 이해와 공감을 바란다고 하지요. 아내가 시어머니와 시누이에 대해 불평할 때 잘잘못을 따지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는 것, 잘 아시죠? 아내가 시어머니 욕을 할 때엔 ‘당신이 참았어? 어른이구려’라고 아내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시누이에 대해서는 ‘걔가 시집을 가더니 왜 그러지’라고 맞장구를 쳐보세요. 아내가 ‘열 받았었는데 당신한테 이야기하니까 풀리네’라고 합니다.”

공감의 힘은 놀랍다. 사람들은 공감을 통해 서로 친밀감과 호감을 갖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특별한 사람이 된 듯 느낀다. 이른바 ‘명의’로 소문난 의사들의 진료법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사실 비법은 의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홍 교수는 “요즘 한의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이유는 질병이 아니라 환자를 잘 고치기 때문”이라며 “환자와 공감을 잘해주니 환자의 태도가 달라져서 고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 능력은 평범한 외모의 여인을 ‘미인’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홍 교수는 60대 추녀 ‘꽃뱀’ 이야기를 전한 교정직 서기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한번은 나이 많고 못생긴 꽃뱀이 잡혀 들어왔기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좀 지내보니 알겠더라는 겁니다. 사람의 마음을 너무 잘 읽더라는 거예요. 양귀비도 사실은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하죠. 절대 미녀가 아니에요. 그런데 임금이 왜 양귀비를 그렇게 좋아했을까요. 궁에 궁녀들이 널렸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양귀비는 임금의 마음을 쏙쏙 읽어주고 이해를 해줬던 겁니다. 공감의 힘은 이런 겁니다.”

홍 교수는 공감의 방법으로 △주의 기울이기 △일차 공감 △고도 공감 등을 소개했다. ‘주의 기울이기’는 말로 공감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너와 주파수를 맞추려고 애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일차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의 내용과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다. ‘고도 공감’은 상대방보다 앞서 그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은 상대방의 공감을 통해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느낀다. 홍 교수는 강연 말미에 흰색 튤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가운데 빨간 튤립 한 송이가 피어 있는 사진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빨간 튤립처럼 여기고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합니다. 상대방이 특별한 환자처럼 느끼게 하면 나는 환자가 한번 진료를 받으려고 3년씩 기다리는 명의가 됩니다.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이면 나는 천하의 미인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공감의 브랜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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