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1년, 성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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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8.22 11: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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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일자리 없으면 제자리… 모멸감만 커져”

 

21일 오후 2시 비가 내리는 서울역 1번 출구. 8년째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56)는 비를 피해 예닐곱 명의 노숙인과 둘러앉아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코레일이 야간 시간 노숙인 서울역사 출입금지 조치를 시작한 이후로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낮 시간에도 역사 내에 들어가면 코레일 직원이 ‘열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가달라’고 한다”며 “열차 타는 사람은 사람이고, 우리는 사람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 겨울을 인근 지하도에서 깔판과 침낭 하나로 버텼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은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이나 지하철 출입구에서 보냈다. 가끔 근처 노숙인 시설에서 몸을 씻기도 하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2009년과 2010년 몇 달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지내봤지만 그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또 다른 노숙인 김모씨(58)는 “역사에서 술을 먹거나 소란을 피우는 건 분명 잘못됐다”면서 “그래도 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8월22일 코레일은 야간 시간에 노숙인의 서울역사 출입을 금지하는 강제퇴거(야간 노숙행위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 서울시는 이 조치를 전후해 상담, 응급구호, 주거·일자리 지원, 쉼터 확대 등을 통해 노숙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서울역 인근의 노숙인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이 251명으로 강제퇴거 조치가 취해지기 전인 지난해 8월의 273명에서 22명 줄었다고 21일 밝혔다. 노숙인은 강제퇴거 조치 직후인 지난해 9월 초 184명까지 줄었지만, 이후 다시 늘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노숙인 자활을 지원하는 단체 ‘홈리스 행동’이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역 인근 노숙인 5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는 강제퇴거 조치 이후 노숙인의 생활이 더 힘들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강제퇴거 이후 “비나 더위, 추위를 피할 곳이 없어졌다”고 답한 노숙인이 23.8%, “억울함, 모멸감, 심리적 위축이 더욱 심해졌다”고 답한 노숙인이 15.2%로 나타났다. 또 14.5%의 노숙인은 “강제퇴거 조치로 노숙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노숙인 10명 중 2명은 “서울역뿐 아니라 인근 공원이나 지하도에서도 이유 없이 쫓겨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홈리스 행동의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서울역사 내에서 노숙인을 쫓아낸다 해도 노숙인들에게 안정적인 거처와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는 한 결국 서울역 주변을 다시 맴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제퇴거 조치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서울역 안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노숙인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역파출소의 한 경찰은 “서울역 인근의 노숙인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지는 않았다”면서 “다른 지역 노숙인들이 이동이 편리하고 무료 급식소들이 집중돼 있는 서울역으로 모여드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퇴거 조치 이후 쪽방 등 임시 주거지 지원과 거리 청소 등의 일자리 제공 확대 조치를 취했다. 서울시는 올해도 노숙인을 위해 저가 고시원, 쪽방 건물을 활용한 ‘희망 원룸’을 만들고 거리 청소나 급식 보조 등의 일자리를 알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숙인 숫자는 경제 상황 등 외부적인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정책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무리”라며 “지난해 동사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의 효과가 있었던 만큼 노숙인 지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측은 “노숙인의 구걸이나 위협이 사라져 서울역을 찾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면서 “야간 노숙행위 금지 조치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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