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번번이 취업 낙방, 학력 무관 비정규직 석 달 끝에 호프집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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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7.23 16:16:18
  • 조회: 697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3) 그래도 자영업으로 간다. 왜

 

ㆍ28세 김철균씨의 경우

 

김철균씨(28)는 요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어록을 자주 본다.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지만 경영마인드를 쌓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충북 제천 대학가에서 호프집 ‘쓰리고’를 운영한다. 쓰리고는 ‘튀기고(치킨, 튀김) 볶고(제육볶음, 낙삼불고기) 지지고(오코노미야키, 파전)’의 약자다. 화투놀이 고스톱의 ‘쓰리고’란 뜻도 있다고 했다. 실제 가게 벽에는 화투패가 그려져 있다. 코믹하고 재미있는 설정 때문인지 손님은 많다. 개점한 지 2년이 되면서 주변에서 이제는 자리를 잡은 것 같다는 평가도 듣는다.

2년 전만 해도 그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4년 동안 등록금을 내준 부모를 볼 면목도 없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만 해도 상대적으로 느긋했다고 한다. 생활체육을 전공하고 총학생회장도 지냈던 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 체육 전공에 총학생회장
지푸라기 잡듯 장사 시작
전국 맛집 돌며 안주 개발

 

시련은 첫 면접 때부터 시작됐다. 체육학과 출신 1명을 뽑는 원주의 한 호텔에 지원해 최종면접에 올랐다. “최종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저와 같이 면접을 본 사람이 조용히 절 불러 얘기하더군요. 사실 이 면접은 ‘쇼’라고. 자신과 같이 온 동료가 취업하기로 내정돼 있고 자기는 들러리로 왔으니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요. 며칠 뒤 나온 결과를 보니 그의 말대로더군요.”

김씨는 호텔, 스포츠용품제조업체, 컨트리클럽 직원모집에 연거푸 낙방했다. 낙심한 그를 지도교수가 불렀다. 교수는 골프용품 제조업체인 ㄱ사를 소개해주며 “사장이 친한 친구니까 면접만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잔뜩 기대하고 서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하지만 대기실에는 서울의 ㄴ대학, 스포츠로 유명한 ㄷ대학 출신들이 이력서를 들고 앉아 있었다. “저희 교수님뿐 아니라 각 학교 교수님들이 친분 있는 ㄱ사 사장에게 학생들의 취업을 부탁했더라고요. 결국 유명대학 출신 몇 명만 입사를 했죠.”

 

‘학력무관’이라고 명시한 구인광고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수십 곳이 이력서만 받고 연락이 없었다. 한 조경업체에서 ‘면접 보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총학생회장 출신임을 눈여겨본 조경업체는 김씨를 채용했다. 대기업 건설사 아파트의 조경을 담당하는 업체였다. 용역업체 사람을 관리하는 업무로, 하루 일당 6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었다. 적성에 맞지는 않았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일은 힘들고 돈은 적게 벌었지만 배워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는 기본이었다.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날도 잦았다.

 

직장생활을 끝마치게 한 건 입사 3개월째에 발생한 작업자들의 안전사고였다. 벽돌을 쌓는 작업자가 안전모를 벗고 있다가 위에서 떨어지는 돌에 머리를 다쳤다. 용역관리담당인 그는 결국 사표를 썼다.

방황하던 그에게 친구들이 고향인 제천에서 장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마침 단골이던 호프집 주인이 일이 힘들어 문을 닫는다고 하더군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젊을 때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가게 생각이냐’며 마뜩잖아 했다. 상가 유동인구, 입지, 매출 등을 조사해 보고서 13장을 만들어 아버지를 설득했다.

2010년 말, 김씨는 고향인 충북 제천에 호프집을 차렸다. 유명 맛집을 돌아다니며 안주 개발도 시작했다. 대구에서 낙삼볶음(낙지·삼겹살 볶음), 서울 홍대 앞에서 치킨, 제천 순대골목에서 약초순대를 배웠다. 몰래 음식을 싸와서 어머니와 함께 조리법을 연구했다. 일본 유행이 빨리 들어온다는 부산 선술집을 찾아가 손님인 척 음식과 가게 인테리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호프집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현재 그는 6개월 된 딸아이의 아빠다.

김씨는 “아내가 아이와 함께 산책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젊을 때 희희낙락하는 것보다 지금 열심히 벌어 나이 들어 여유 있게 살자고 아내에게 말하지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못해주는 일이 많아 미안하다”고 했다.

 

저녁 8시, ‘쓰리고’에 한 팀이 들어왔다. 치킨 박스로 너저분한 오른쪽 홀 대신 깔끔하게 정돈된 왼쪽 홀의 불을 켰다. 김씨가 주방에 들어갔다. 치즈불닭. 이날의 첫 주문이다. 그의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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