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다크나이트 라이즈’ 3D의 입체감 대신 아이맥스의 육중·광활함에 매혹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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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7.19 15: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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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놀란 감독, 배트맨 시리즈 완결편 ‘다크나이트 라이즈’

 

지난 8년간, 브루스 웨인 혹은 배트맨은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하비 덴트의 죄와 그를 살해했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쓰고 배트맨이 ‘어둠의 기사’로 사라졌던 이유는 하나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담시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거짓으로 이루어낸 ‘가짜 평화’라고 할지라도.

고담시(배트맨 시리즈가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 뉴욕을 모델로 했다)에 평화가 찾아온 지도 8년째다. 범죄자들이 소탕되어 깨끗해진 거리에서 사람들은 영웅처럼 죽어간 하비 덴트의 뜻을 기린다. 젊은 경찰 존 블레이크(조지프 고든 레빗)는 “거리가 너무 깨끗해져서 경찰이 도서관에 연체된 책 회수나 하러 다닐 판”이라며 농담하고 사람들은 고든 청장(게리 올드먼)을 “전쟁영웅”이라 평하며 “지금은 평화 시대”라고 안도한다. 하지만 악이란 하비 덴트의 ‘투 페이스’처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우리의 다른 얼굴일 뿐, 완벽히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비 덴트의 죽음 이후 세상과 모든 인연을 끊고 은둔 중이던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서서히 자신이 처단했던 악이 되돌아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배트맨을 부르는 어둠 속 신호가 꺼진 고담시에서 아이들은 시멘트 위에 분필로 배트맨의 표식을 그리며 묻는다. “그가 돌아왔나요?”

대답하자면, 그가 돌아온다.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를 잇는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종결판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지난 시리즈를 품는 더 거대한 날갯짓으로 귀환한다. 건물 사이로 날아다니는 신무기 ‘더 배트’를 비롯해 예쁘고 강하기까지 한 인간 병기 캣우먼,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과 병상에 누워 있는 고든을 대신해 빠른 발과 머리가 되어주는 믿음직한 동료 존 블레이크가 든든한 우군이 된다. 하지만 오프닝의 강렬한 비행기 납치 신과 함께 베일을 벗는 새로운 악당 베인(톰 하디)의 존재감 역시 만만치 않다. 얼굴을 거의 덮는 마스크를 쓴 악당 베인은 오로지 변성된 목소리와 눈빛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배트맨과 동일한 장애를 가진 적수다.

물론 <다크 나이트>의 조커에 비하면 캐릭터적인 매력은 덜하지만 스스로를 “고담시의 심판자”라고 소개하며 세상의 전복을 꿈꾸는 베인의 악의 실천 방식은 인상적이다.

“이 도시를 되찾아 너희에게 돌려주겠다. 고담은 너희 것이다. 그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우리는 그들의 돈을 차지할 것이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해 지하굴에서 기거하던 고아와 죄수들을 해방시키고 업타운 부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풍경은 어딘가 프랑스혁명적인 기운이 풍긴다.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문학적 자양분으로 끌어왔다는 이 영화는 혁명재판소를 닮은 그로테스크한 재판장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19일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대부분의 블록버스터가 앞다투어 시도하고 있는 3D가 아니라 2D로 개봉한다.

타고난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 크리스토퍼 놀란은 디지털 대신 필름을 고집하고 3D의 인공적 입체감보다는 아이맥스의 자연적 광활함에 더 매혹된 감독이다. 공동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의 침공 앞에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 철학적 주제를 가진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3D 안경을 통한 눈앞의 개별 체험이 아니라 아이맥스관에서의 공동의 공간 체험으로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의 선택은 현명해 보인다.

또한 “카메라 렌즈의 범위 내에서 육체적으로 가능한 최대치에 도전”하면서 얻어진 화면들은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력으로 창조된 그럴싸한 가짜 세계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육중한 물리적 자극을 안겨준다. “무성영화 시대에는 이미지의 표현이 제일 중요했다. 그것은 장소가 주는 스케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폭탄이 터지면서 미식축구장이 초토화되는 군중 신에는 1만1000명이 넘는 엑스트라를 동원했고, 비행기 외부에서 매달려 총을 쏘는 아슬아슬한 장면 역시 안전한 블루 스크린 위에서가 아니라 실제 상공에서 촬영했다. 브루스 웨인의 재력과 기술력을 뽐내는 각종 신무기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에서 최후의 싸움이 결국 살과 살이, 주먹과 주먹이 부딪치는 싸움인 것도 그런 이유다.

“많은 자들이 저 꼭대기의 빛을 보며 자유를 꿈꿨지.” 영화 중반 브루스 웨인은 하늘이 보이도록 위가 뚫려 있는 거대한 우물 같은 지하감옥에 갇힌다. 수십년간 많은 죄수들은 그 빛을 보며 탈출을 감행해왔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렇게 헛된 희망을 통해 절망을 교육시키는 공간에서도 웨인은 쓰러지지 않는다. 이 풍경은 어두운 고담시 빌딩 숲 사이로 배트맨 모양의 하늘이 펼쳐지던 티저 포스터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지난 시리즈에서 배트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왜 쓰러지는지 아십니까, 우리 힘으로 똑바로 서는 법을 더 잘 배우기 위해서죠.” 그것은 손쉽게 희망을 말하는 막연한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절망의 우물 밑바닥에서 손톱이 찢어지게 기어올라 빛을 거머쥔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알프레드를 비롯해 웨인의 주변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구하라”고 “당신은 시민들에게 빚진 게 없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끈질긴 의심과 비난 속에서도 계속 배트맨 마스크를 썼다. 영웅은 그렇게 다시 일어났다. 아니 그렇게 우리를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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