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카톡방’에 온갖 험담·소문 퍼져, 또다른 ‘학교폭력’ 도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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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7.19 15:24:00
  • 조회: 12291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2) 스마트폰 계급사회 등장

 

초등학생들에게 공짜로 채팅과 문자·사진 보내기가 가능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은 절대적인 존재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 상당량이 ‘카카오톡 집단 대화방(카톡방)’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에 대한 뒷담화는 물론 또래 사이에 떠도는 온갖 소문이 카톡방을 통해 유통된다.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카카오톡에 집착한다.

카톡방은 아이들 사이에 일종의 ‘계급관계’를 형성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몇 개의 카톡방에 속해 있는지로 자신의 우월성이 입증된다. 카톡방 참여는 타인의 초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카톡방 인원을 늘리기 위한 세력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친구를 카톡방에 초대한 뒤 집단으로 욕하거나 ‘왕따’시키는 온라인 폭력도 벌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초등학생들은 구성원이 최대 200명에 달하는 카톡방에서부터 최소 3명 규모의 카톡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카톡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방 숫자로 우월성 결정… 인원 늘리기 위해 세력 다툼
아이들 왕따 안 당하려 집착… 부모·교사 알기도 쉽지 않아

 

■ 카톡방… 그들만의 ‘은밀한’ 세계

서울 강남구 대치동 ㄱ초등학교 6학년 박윤지양(12·가명)의 스마트폰 카카오톡에는 9개의 카톡방이 있다. 카톡방이란 1 대 1 메신저 형식이던 기존의 카카오톡이 변화한 것으로 여러 명이 하나의 방을 만들어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고, 카톡방에 속해 있는 사람이 ‘친구초대’를 해야만 참여가 가능하다.

윤지가 속해 있는 카톡방은 인원수에 따라 ‘100명 방’에서부터 ‘3명 방’까지 다양하다. 카톡방에 참여하는 인원수는 친밀도가 높을수록 적어진다.

‘100명 방’은 ㄱ초등학교 6학년 중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곳이다. 키가 크거나 외모가 괜찮은 아이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졌다. 윤지도 어느날 갑자기 이 방에 초대됐다. 이곳에서는 주로 “6학년 2반 지혜가 6학년 4반 정민이를 좋아한다더라”와 같이 친구들의 연애담 이야기가 오간다.

하루에도 1000개가 넘는 메시지가 뜨지만 윤지는 하나도 허투루 읽고 넘어가지 않는다. 이곳에서 오가는 대화가 학교에서 퍼지는 모든 소문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윤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100명 방’을 들락거린다. 혹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큰 방은 ‘54명 방’이다. 초등학교 6년간 비교적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초대해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선생님이나 카톡방에 초대되지 않은 다른 친구들의 뒷담화를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둘이 보면 어색한 친구들도 있어서 되도록 이곳에서는 험담을 하지 않는다. 대신 ‘23명 방’에서는 비교적 많은 뒷담화가 나온다.

‘23명 방’은 ‘54명 방’에 있는 아이들 중 더 친한 친구들이 따로 만들었다. 친구 민서가 이 방을 만들어 윤지를 초대했다. ‘54명 방’ 아이들 중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 31명에 대한 험담을 주로 한다.

윤지는 이 방에서 최근에 스마트폰을 사서 ‘54명 방’에 들어온 준석(12·가명)에 대한 험담을 자주했다. 아이들은 “찌질하게 우리랑 어울리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샀다”며 준석이 욕을 했다. 그러나 준석이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눈치다.

윤지는 ‘23명 방’에서 8명을 제외한 ‘15명 방’을 최근에 만들었다. 진짜 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이 방에 모여 있다. 얼마 전에는 ‘15명 방’에 가입된 친구들끼리 단체 티셔츠도 구입했다. 윤지는 “그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날이 따로 있다”며 “선생님은 그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을 ‘검은 조직’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친밀도만으로 카톡방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윤지는 같은 반 아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11명 방’에도 초대돼 있다. 이 방에서는 “내일 어떤 물건을 준비해오래. 몇 페이지까지 숙제를 해오라고 하셨어” 등의 대화가 오간다. 굳이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듣지 않아도 아이들이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겨 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은 당연히 카카오톡을 할 수 없어 이 방에 들어올 수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찐따(덜떨어진 사람을 일컫는 속어)’인 아이들도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한다. 아이들끼리 합의가 이미 돼 있기 때문이다. 상의도 없이 ‘찐따’를 초대해버릴 경우 ‘찐따’와 초대한 아이만 남겨놓고 카톡방을 탈퇴해버린다는 일종의 ‘밀약’이 맺어져 있다.

윤지는 또 다른 11명짜리 ‘떡볶이 방’도 있다. 점심시간에 학교 밖으로 떡볶이 등 분식을 먹으러 나가는 아이들끼리 만들었다. 한 명이 “12시10분까지 정문으로 나와”라고 메시지를 남기면 “ㅇㅇ”이나 “ㅇㅋ”라고 답한 뒤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

윤지의 카카오톡 9개 방에는 하루에도 3000개가 넘는 메시지가 뜬다. 수학학원 수업이 있는 오후 7시30분부터 10시 사이에 휴대전화를 꺼놨다가 켜면 ‘읽지 않은 카톡 메시지’가 1200개 이상 쌓인다. 윤지는 “친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혹시 내 험담을 하지는 않을지, 나 없이 놀이공원을 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돼 카카오톡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욕설, 따돌림… 또 다른 학교폭력

서울 은평구 ㄴ초등학교 6학년 조지현군(12·가명)은 하루에도 2~3번씩 강제로 가입된 카톡방에서 탈퇴한다. 친하지도 않은 아이들이 자꾸 카톡방에 초대하기 때문이다. 지현이는 6학년 사이에서 나름 잘나가는 편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겨 여자친구들이 많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지현이를 자신의 카톡방에 초대한다. 지현이는 “나도 모르게 초대를 받은 뒤에 정신없이 카톡 알림음이 오면 그냥 탈퇴를 하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야, 너 왜 마음대로 나가’ 하면서 화를 낸다”며 “어느새 또다시 그 카톡방에 초대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친구들을 마구잡이로 초대하는 이유는 ‘소위 잘나가는 아이’가 자신의 카톡방에 있다는 점과, 다른 집단에 비해 카톡방 인원이 몇 명인지를 놓고 세력다툼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ㄷ초등학교 김나래양(11·가명)은 “다른 학교 아이들과 카톡방에서 싸움도 한다”고 말했다. ㄷ초등학교 일진이 옆 학교 일진과 하나의 카톡방을 만들어 각자 자기편인 친구를 초대해 카톡방 안에서 ‘욕싸움’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를 ‘욕배틀’이라고 불렀다. 카톡방에서 벌어진 말싸움은 ‘현피(가상공간의 갈등이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신조어)’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정 아이를 카톡방에 초대한 뒤 나머지 멤버들이 단체로 탈퇴하는 등의 ‘카톡 따돌림’도 유행이다. 서울 강남구 ㄹ초등학교 5학년 고현수군(11·가명)은 최근 반 친구를 상대로 ‘카톡 따돌림’을 하는 데 동참했다. 방식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아이들 전체가 카톡방을 만든 뒤 따돌리고 싶은 친구를 방으로 초대해놓고, 그 친구가 들어오면 “야, 쟤 왜 들어왔느냐”고 말한 뒤 나머지 아이들이 모두 카톡방에서 탈퇴하는 식이다. 현수군은 “아이들은 몇 번 당하고 나면 자기가 왕따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기 있는 아이들은 “너네 왜 나를 불러놓고 욕해”라고 말대꾸를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슬그머니 카톡방에서 나간다.

현수군은 “원래 찐따들은 놀려도 아무 반응도 없다”고 했다. 카카오톡이 교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온라인상에서 ‘집단 따돌림’의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이버상의 집단 따돌림’은 현실에서의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교사나 부모는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학교폭력은 지난해 11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전국 초·중·고교생 126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심각성이 드러났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 5명 중 1명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용 메신저를 통해 놀림이나 욕설,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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