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개성·다양성·연대의 가치를 지키는 작은 가게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7.17 14:48:51
  • 조회: 12161

 

‘와락데이’ 쌍용차해고노동자 후원·작은 카페 이용 ‘소소한 캠페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모아 축제로

 

홍대 앞에는 ‘클럽데이’가 아닌 ‘와락데이’도 있다. ‘이윤’을 공유하는 소셜커머스 대신 ‘가치’를 공유하는 네트워크커머스를 꿈꾸는 이들도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외치는 사람들도 역시 있다. 상업자본에 밀린 홍대 앞의 급변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 지난달 30일 홍대 앞에서는 와락데이가 열렸다. 와락데이는 쌍용차해고노동자와 자녀들의 심리 치유를 맡고 있는 ‘와락’을 후원하는 행사다. 홍대 앞 가게 4곳이 나서 마련했다. 가게들은 각자 그날 수입의 30%를 와락에 기부하고, 동시에 각각 쌍용차 투쟁에 관한 행사를 열었다.

레스토랑 베누의 정규삼씨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나홀로 와락데이를 진행해왔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와락을 알았고 ‘죽지 말고 같이 살자’는 와락의 메시지가 급변 중인 홍대의 현실과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홍대 앞 가게 주인장들과 그런 가치를 나누고 와락을 후원하는 활동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바로 진척되지는 않았다. 홀로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나 몇몇 이웃들이 동참했고, 제대로 된 와락데이가 마침내 열린 것이다.

정씨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는 등 홍대 앞이 급변 중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인 손님들이 어렵고 힘들면 나도, 우리도 다 같이 힘들고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와락데이에 동참한 음식점 슬로비의 요리기획자 강은경씨(32)는 와락의 아이들 5명과 함께 쿠키를 만들었다. 소중한 시간이었단다.

강씨는 같은 가치를 지지하고 또 나누는 홍대 가게끼리 모여 ‘네트워크커머스’를 만들고 싶은 당찬 꿈이 있다. 같은 가치에 공감하는 손님들이 투어하듯이 지날 수 있는 작은 ‘착한 네트워크’ 같은 것이다. 그는 “대형 프랜차이즈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작은 가게들이 다른 비전을 갖고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 바인을 운영 중인 김상중씨(42)도 그의 카페를 소통 공간, 열린 광장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월세 등이 버겁지만 그는 “와락데이 같은 일에 많은 가게 주인장들이 뜻을 모으다 보면, 보다 가치 있는 홍대 문화를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 김수진씨(35)는 쉬고 싶을 때면 홍대 앞을 찾는단다. 홍대 앞에서 동생과 함께 만난 김씨는 굳이 홍대 앞을 자주 찾는 이유를 “개성 있는 가게들을 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작은 카페들의 분위기가 좋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점점 그런 곳들이 줄어들면서 분위기도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씨의 걱정은 뜻 있는 홍대 앞 카페 주인장들과도 통했다.

얼마 전부터 홍대 앞 작은 카페들에는 동그란 스티커들이 하나둘 붙기 시작했다.

잡지 ‘스트리트H’와 홍대 부근 작은 카페들이 작은 가게를 이용하자며 시작한 ‘소소한 캠페인’ 참여를 나타내는 표지다.

카페이자 예술인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이기도 한 ‘게으른고양이’의 장은영 사장(35)네 카페 문 앞에도 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장씨는 “홍대 앞에서 영업을 해온 지난 3년 동안 주위 가게들은 쉴 새 없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게으른고양이의 분위기가 좋아 찾아오는 손님들도 저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던 작은 카페들이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장씨는 “그야말로 소소한 캠페인이지만, 어쩌면 아주 작은 일이지만 홍대 앞 문화를 찾고, 또 즐기려는 손님들이 갈 곳을 잃지 않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진행되는 이 ‘소소한 캠페인’은 카페 외에도 앞으로 식당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 밴드 멤버인 박상인씨(20)는 방학을 맞아 홍대 부근 실용음악학원을 다닌다. 그는 한산한 낮 홍대 주차장거리 정자에 앉아 기타를 꺼내들었다.

여전히 홍대 앞에는 홍대 앞에서만 허락된, 홍대 앞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작은 즐거움들이 있다.

서점 ‘유어마인드’에서는 아무리 큰 서점을 가도 팔지 않는, 전국에 단 몇 권뿐인 독립출간물들만 모아서 팔고 있다. 팔 곳이 없는 나만의 잡지를 가져가 팔아달라고 해도 좋다. 유어마인드 사장 이로씨(31)는 “여전히 홍대 부근에는 책을 만드는 친구들이 많다”며 “홍대 중심가가 상업화되면서 이전엔 변두리였던 우리 가게가 이제는 오히려 문화적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있다”고 말했다.

스트리트H 사이트(www.street-h.com)에는 ‘홍대에서 꼭 해봐야 할 36가지’가 소개돼 있다. 이곳에서만 파는 비닐봉지 칵테일을 마시면서 거리공연 감상하기, 인디 가수들의 잔잔한 공연 즐기기 등이다.

홍대 앞에서는 또 TV와 광고에 등장하지 않는 작은 축제들이 일년 내내 끊이질 않는다.

그중 프린지 페스티벌은 인디예술인들이 한데 모이는 국내 최대의 예술축제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책 축제인 와우북축제는 올해 8회째를 맞으며 국내 대부분의 출판사와 작가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1순위 축제가 됐다.

홍대 앞 원주민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한 동네 축제도 있다. 올해 2회째인 ‘상수동 오월 어느날’ 축제는 30년 넘게 참기름집, 이발관을 운영해온 동네 사람들과 젊은 예술인들, 카페 사장들이 합심해 만들었다. 참기름집 사장이 참기름 짜는 법과 함께 자기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카페 사장이 세금관리법을 강의하는 등 누구나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꺼내 모아 한바탕 축제가 되는 것이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