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서수민 개그콘서트 PD “내가 파업하는데도 박성광이 공격하길래, 오자마자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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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7.09 16: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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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통렬한 사회풍자로 열풍 주도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는 1999년 9월 파일럿 프로그램(시범방송의 반응을 보고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지금은 한국 코미디의 상징이 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난 사회이슈 풍자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즐거움을 주며 채널을 고정시켰다. 더불어 개그맨들에게는 웃기는 사람들을 넘어 ‘똑똑하다’는 이미지도 갖게 했다.

일요일 밤 황금시간대에 2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 ‘고뤠?’ ‘안돼~’와 같이 방송 때마다 쏟아지는 유행어, 잦아진 인기 코너 개그맨들의 CF 나들이…. 이래저래 계속되는 ‘개콘 열풍’의 중심에는 서수민 PD(40)가 있다.

‘서수민’이란 이름부터 유명해졌다. <개콘>의 인기 코너 ‘용감한 녀석들’에서 개그맨 박성광씨가 매주 서 PD의 이름을 거론하며 “못생겼다”는 등 맹공을 퍼붓기 때문이다. 서 PD도 지지 않는다. 박씨 촬영분을 통편집하거나 대체인력 투입 같은 ‘강공’을 펴기도 한다. 두 사람의 엎치락뒤치락 싸움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동시에 ‘서 PD가 누구길래’ 하는 궁금증도 증폭됐다. 지난 5일 <개콘> 연습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서 PD를 만났다. ‘개그 대모’의 카리스마일까. 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 파업을 끝내고 지난달 제작현장에 복귀한 그의 말은 ‘똑’ 부러지고 막힘이 없었다.

 

 

▲ “인기코너 ‘용감한 녀석들’에서
‘서 PD 못생겼다’는 박성광과 투닥
코너의 콘셉트인데 제가 꿇어야죠”

 

 

- 요즘 서 PD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이름은 알아도 얼굴은 모르는 사람이 많아 다행이에요(웃음). <1박2일>의 나영석 PD나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처럼 얼굴까지 알려지면 너무 피곤할 것 같거든요. 얼마 전에 가족과 식사하면서 제 이름으로 예약하니까, 전화받는 분이 ‘혹시 개그콘서트 PD세요?’라고 물으세요. 그래서 그렇다고 하고 밥을 먹으러 갔더니, 그곳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제 사인을 받겠다며 몰려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분들이 종이를 내민 대상은 제 남편이에요. 당연히 남자 PD일 거라고 추측하신 거죠. 그래도 저희 동네 시장 상인들은 저를 많이 알아보세요. 물건값을 깎아주고 화장품 샘플도 더 챙겨주시죠.”

 

- 박성광씨와 서 PD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던데요.

“이 코너의 콘셉트와 주제를 요약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예요. 윗사람에게 감히 하지 못한 말을 대놓고 해보자는 힙합의 정신이 담겨 있죠. 애초 합의가 있었어요. 신보라는 연예인들을, 박성광은 개그맨들에게 절대권력일 수밖에 없는 담당 PD인 저를, 정태호는 정치인 등을 공격하기로 했죠. 저를 겨냥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박성광한테서 나왔어요. 그러라고 하고 첫 주만 하려 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제가 파업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공격이 계속되길래 돌아오자마자 응징을 가했죠(웃음). 말하고자 하는 자와 말하지 못하게 하는 권력자의 대결구도가 되면서 시청자분들이 더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그만하려고 해요. PD가 뜨고 싶어 그런다는 오해의 시선도 있거든요.”

 

- 매회 내용을 짜고 치는 건가요?

“성광이가 1차적으로 아이템을 짜오면 이번엔 누가 이기고 질지, 어떻게 하면 더 위트 있을지 제가 핸들링하죠. 그런데 박성광이 제 앞에선 약하게 보여준 다음 무대에선 저를 세게 까는 날이 많아요. 방송에서 자기가 ‘이건 리얼’이라고 말한 데 대한 책임감 때문인가봐요. 그래서 처음과 달리 성광이와 제가 실제로 껄끄러워졌어요. 제 눈도 피해요. 저도 앙금이 없진 않죠. 그와 굳이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하지만 코너의 콘셉트인데 제가 꿇어야지 어쩌겠어요.”

 

말하는 표정이 의외로 진지하다. 흥행을 의식한 깜짝 연기일까, 진짜일까. 어쨌든 방송가에선 흔히 그를 ‘제왕적 카리스마’ 또는 ‘치마만 두른 남자’라고 표현한다. <개콘> 개그맨들 사이에선 ‘대왕대비마마’로 불린다. 실제 70여명에 달하는 <개콘> 개그맨들은 일일스케줄 보고는 물론 그에게 CF나 외부행사 출연까지 일일이 허락받는다. 서 PD는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개콘> 이미지에 적합하지 않은 CF나 행사 참여, 그리고 지나친 외부활동은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장으로서 개그맨들의 처우 개선에 앞장서는 것도 그였다. 그는 “회당 고정출연하는 개그맨이 75~80명인데 막내의 경우 회당 출연료가 30만원에 불과해 한 달 내내 출연해도 수입은 100만원 남짓”이라며 “개그만 해도 먹고살 수 있어야 양질의 개그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F 출연료 배분 원칙도 그가 세웠다. 그는 “CF 출연 요청은 <개콘> 이미지에 기대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설령 코너의 일부 멤버만 참여했다고 해도, 출연료는 해당 코너 멤버들이 똑같이 나누어 가지는 걸 원칙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강한 리더십은 지난해 소속 개그맨들로 하여금 종편행의 유혹을 뿌리치게 했고, 결과적으로 프로그램과 출연진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주춧돌이 되기도 했다.

 

 

▲ “소중한 나무를 키우는 마음으로
동시대 살아가는 대중이 공감하는 웃음
만들어 내도록 노력할 거예요”

 

 

- 치열한 경쟁과 혹독한 코너 검사를 통과해야만 개그맨들이 무대에 서는데요. 녹화할 코너를 선택할 때 기준은 뭔가요.

“재미있으면서도 왜 지금 이 이야기를 보여주는지가 있어야 해요. 대중이 지금 공분하고 열광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 방향에서 개그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죠.”

 

그는 개그맨들에게도 빈부, 연예인, 남녀, 외모, 베스트셀러와 시사잡지 등을 분석하라고 주문한다. 또 연기력 향상을 위해 인기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거울 앞에서 따라하라고 다그친다. 그 결과 서수민표 <개콘>은 눈에 띄게 시사풍자가 많아졌다. 그 여파로 지난해 11월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정치인들의 행태를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씨가 강용석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고소당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당시 강 전 의원이 아나운서들에 대한 자신의 성희롱 발언으로 모욕죄가 법원에서 인정되자, 자신 또한 <개콘>과 최씨를 국회의원 집단모욕죄로 걸고 넘어진 것이다. 그러나 <개콘>은 쫄지 않았다. 되레 일주일 후 방송에서 전 코너에 걸쳐 강도 높게 강 전 의원의 행태를 풍자함으로써 시청자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얻었다.

“이건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니니 피하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전 개그맨들에게 ‘너희가 우습게 보여서 그런 거다. 자기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도구로 <개콘>이나 개그맨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시각을 국회의원이 가진 건 문제가 크다. <개콘>이 누군가의 개인적 필요에 의해 혹은 정치적 이슈에 의해 함부로 까는 대상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자.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했어요. 강 전 의원이 방송 내용을 문제삼아 2차 소송을 걸지 못하도록 법조인의 조언도 받아 치밀하게 아이템을 짰죠.(웃음)”

 

- 최근 방송에서 ‘용감한 녀석들’의 정태호씨가 “<무한도전>이 보고 싶다”는 말로 MBC 총파업을 지지하는 인상을 줬어요. KBS <추적60분>이 최근 MBC 파업 아이템을 제출했다가 권순범 시사제작국장으로부터 ‘불가’ 판정을 받은 것과 비교되던데요. <개콘>이 그만큼 제작의 독립성을 가졌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나요.

“어느 정도의 독립성은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심의가 있고 예능국장이 대본도 읽고 녹화 때도 오지만 크게 간섭하지는 않아요. 본질이 시사고발이 아니니까요. 어쩌면 제가 3년 전 <개콘>을 맡았을 때 김인규 사장이 제게 한 말씀 때문인지도 모르죠. 당시 저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라는 사장께 ‘<개콘>에서 시사풍자할 거다. 외압 들어오면 사장이 막아달라’고 했어요. 사장은 ‘PD가 중립적이고 한점 부끄럼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는 ‘<개콘>엔 무조건 시사풍자가 있어야 한다’는 시선은 경계한다고 했다.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시사풍자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권력에 짓눌린 약자의 이야기는 늘 귀담아들을 것”이라면서도 “공중파 방송은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여당 쪽에 치우치거나 야당 쪽에 치우치는 특정 정치색을 띠면 안된다는 게 나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의 남편은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들어온 당신>의 김성근 CP다. 연세대 연극반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다. 서 PD에게 코미디에 대한 철학을 물었다.

“코미디는 시대의 웃음이에요. 당대인들의 표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잘 담아내야 하죠. 그래서 저는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소중한 나무를 키우는 마음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이 공감하는 웃음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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