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0대 싱글 4명 “경제적 안정 좇다보니…결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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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7.04 13:44:52
  • 조회: 628

 

40대 싱글 4명의 고민

 

■ 박종현씨(42)

박종현씨(42)는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앉아 있다. 증권회사 펀드매니저인 그는 이른 아침부터 국내외 뉴스와 주식 동향을 살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싱글’이다. 꺾어지는 35세 즈음부터 결혼 생각은 있었다. “직업이 불안정해 서울 강남이나 목동에 30평짜리 집을 마련한 후에 결혼하려 했다”는 그는 배우자도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여성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은 모두 유보했다. 연봉은 일반 회사원들보다 높지만,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 큰돈을 날리면서 희망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이따금 동년배부터 30대 초반까지 여자들도 소개받았지만, 결혼이야기까지 나온 사람은 없었다.

그는 “밖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하고 옷은 세탁소에 맡기면서 어느덧 혼자 사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가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그럴 때면 인터넷 바둑이나 게임을 한다. 혼자 사는 삶에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애를 많이 낳을 것도 아니고 언젠가 늦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게 미래의 물음표로 남아 있는 그의 결혼관이다.

 

▲ “월 150만원, 언제 잘릴지 모를 직장…
누굴 고생시키려고 결혼하겠나
대충대충 타협할 생각은 없다”

 

■ 최여진씨(43)

방송가에서 일하는 최여진씨(43)는 주중엔 일에 빠져 산다. 주말엔 선후배들과 영화 보고 쇼핑하고 책도 읽고 술도 마신다. 30대 중반까지는 ‘언젠가는 결혼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흔이 훌쩍 넘었고, 지금은 술 한잔 하고 혼자 집에 가면서 ‘이러다가 안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자주 든다.

결혼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그는 “어렸을 땐 ‘필’이 통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 나이 들어서는 여기에 경제적 안정까지 갖춘 사람을 찾다 보니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다 주변에서 남자를 소개해주기도 하지만 ‘아저씨’ 스타일의 나이든 남자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는 “타협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또 “결혼을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남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노후생활에 필수조건인 돈”이라며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나의 커리어 관리에 열정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 윤정훈씨(44)

부산대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 입사한 윤정훈씨(44)는 IMF 외환위기 때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저임금에 만족할 수 없어 1년 만에 그만두고 32세에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평생고용,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두뇌와 자격증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애도, 결혼도 고시 패스 후로 미뤘다. 이를 악물고 노력했지만 그는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30대 후반이 됐을 때 다시 취직하려고 했지만 나이 많고 경력은 일천한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작은 개인기업의 임시직을 전전했다. 직원 12명인 회사의 영업직에 지원했다가 “고급인력이어서 뽑을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현재 그는 용역회사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 월 150만원을 받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자리여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는 “학창시절 우등생이어서 부모님의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인생의 낙오자가 된 느낌”이라며 “결혼해 아이라도 생기면 양육비·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내일조차 가늠할 수 없는 내가 누굴 고생시키려고 결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최민희씨(43)

최민희씨(43)는 이화여대를 나와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을 거쳐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시통역사로 일한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지금껏 부모와 함께 산다.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맞는 상대를 만나지 못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선택할 수 있는 남자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는 일을 하거나 필라테스, 요가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마흔 넘어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삶과 사람에 대한 태도라고 한다. 그는 “30대까지만 해도 내가 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마흔이 넘으니 삶을 더 진지하게 관조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삶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고, 어떤 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으므로 내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며 “먼 미래에는 또 어떻게 돌아볼지 모르지만 결혼이 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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