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경쟁에 길들여지는 아이들, 독해지는 연령대 점점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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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7.02 13: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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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교사 6인 좌담회

 

경향신문과 ‘고래가 그랬어’ 교육연구소가 함께 진행하는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에 참여한 교사들이 지난 18일 모였다. 이들은 저마다 경험과 반성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교육·사회 시스템의 구조적인 변화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7가지 약속 캠페인이 길을 잘못 든 교육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약속에 함께 참여한 박정아 교사가 이야기를 이끌었다.

 

▲ 이지현 “잘 놀지 않고 무기력… 점심시간에도 잠만 자”
▲ 박상준 “인간성 중요시하면서 현실에서는 실천 못해”
▲ 홍기표 “시장주의 교육 탈피하고 사회구조 함께 바뀌어야”

 

- 학교 현실은 어떻습니까.

박정아 = 16년 전 처음 교단에 설 때만 해도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말 자체가 없었는데 요즘은 한 반에 2~3명 정도가 꼭 있어요.

홍기표 = 얼마 전 학생 정신건강검사를 했는데 우울증, 자살충동 아이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한 명이 7~8개 항목의 대상자가 된 경우도 있었어요. 국가에서 이런 걸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하다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정아 = 정말 안타까운 것은 애들이 점점 독해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4학년 때 애들이 확 달라졌는데, 요즘은 이르면 2학년 2학기까지 내려왔습니다.

이지현 = 아이들이 무기력하고 잘 놀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단적인 예가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노는 애들이 없다는 거예요. 그냥 엎드려 자기만 합니다. 집에 가서 뭐하고 노느냐고 물으면 PC방이나 당구장에 간다고 해요. 정말로 즐겁게 노는 애들이 없는 것 같아요.

박정아 = 아이들이 심심해야 놀 궁리를 하는데 지금은 애들이 놀 수도 없고 심심할 틈도 안 주죠.

홍기표 = 얼마 전 소규모 테마여행으로 몇 반이 함께 같은 곳으로 수학여행을 갔어요. 강원도 산골짜기의 펜션으로 2박3일 갔죠. 일정을 최대한 줄이고 자유시간을 많이 줬습니다. 자기들이 알아서 별걸 다 하면서 놀더군요. 내가 3~4개월 동안 알던 애들이 아니었습니다. 밤을 새우면서 정말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노는 능력을 타고나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맘껏 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일단 시간인 것 같습니다.

 

- 결국 아이들의 노는 본능마저 경쟁 교육에 희생당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경쟁은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도 변화를 줄 텐데요.

허수욱 = 무조건 경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령, 수행평가에 활용하면 공정한 경쟁도 악용이 됩니다. 친분이 없는데도 점수를 잘 받으려고 잘하는 아이와 한 팀이 되려고 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일부러 져 주기도 합니다.

박정아 =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경쟁에 길들여지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개인별, 모둠별 스티커를 주고 상벌제를 실시하니 나는 받았다 쟤는 못 받았다 하면서 스티커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있죠. 저는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 반 전체가 함께 참여해 포인트를 모으는 것을 시켜요. 선생님 대 전체 아이들이 되는 거죠.

홍기표 = 시험 때 친구 책을 훔치는 건 귀여운 수준에 속합니다. 요즘은 교사들 책까지 없어집니다.

허수욱 = 특목고, 자사고 등 고교의 레벨이 정해지고 상급학교 선택폭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회장, 부회장이 되려는 것도 순수한 목적보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가산점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들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영어, 수학 시간에 우리 아이를 공부 잘하는 상급반 아이들과만 수업받도록 해 달라’거나 ‘단체 수행평가를 없애달라’는 요구도 많습니다. 개별 수행평가는 엄마가 대신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옛날엔 아이가 사고를 치면 ‘우리 애 사람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요즘은 자기 애밖에 몰라요.

 

- 학교가 본질적 의미의 교육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박정아 = 공부도 사실 많은 적성 중 하나인데, 공부를 전부로 보고 있습니다. 공부만 하는 학교가 되다 보니 커갈수록 가기 싫어하는 곳이 되죠.

박상준 = 올해 고3 담임을 맡고 있는데, 계속 학교에 오다말다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 학생이 미용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부모님을 설득해 관련 대안 위탁학교로 보냈는데, 불만이 가득하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졌습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거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송은주 = 공동체가 모두 끊어져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너와 나의 관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기질 않는 것 같아요. 누구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학교에서부터 가르쳐줬으면 좋겠어요.

허수욱 = 아이들이 독해지거나 강해지는 연령대가 점점 내려오고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 교사들이 얼마나 달라지는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느냐, 교사들 스스로 얼마나 달라졌느냐 반성하게 됩니다.

송은주 = 학교에서 사회봉사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에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아이들에게 일주일 동안 초등학생들의 선생님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학교에선 문제아였지만 여기선 자기의 존재감을 느끼고 돌아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우리 공부방에도 폭력적인 아이들이 많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저좀 봐 주세요’ 하는 메시지였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조금만 더 따뜻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박상준 = 아이들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경쟁적이고 폭력적, 편집증적 성향이 강해지는 것은 사회가 그렇게 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재벌, 권력의 부정부패 등이 몇 십년 반복되면서 사회 전체가 수치심이 없어진 것 같아요. 학교가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못한 책임이 있지요.

 

- 교육현장에서도 잘사는 아이와 못사는 아이의 격차가 더 심해졌지요.

이지현 = 처음 이 약속을 접했을 때, 마음이 무겁고, 아팠어요. 저희 학교엔 학업 경쟁 자체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많거든요. 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 안 되고, 그냥 방치되고 있는 거죠. 경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의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송은주 = 우리 공부방 아이들은 공부를 잘 못하다 보니 학교에서 자기 역할이 없고, 역할을 맡을 기회조차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 같이 사는 사회인데 너무 내 아이만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틀을 깨야 합니다. 공부방 아이들이 다 내 아이라는 생각을 가질 때만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지현 = 저는 7가지 약속 중 4번 ‘남의 아이 행복이 내 아이 행복(아이와 노동자가 함께 행복해야 합니다)’ 항목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우리 학교 아이들의 꿈은 다 삼성에서 일하는 건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하죠. 스승의 날에 졸업생들이 왔길래 물어보니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스티커 붙이는 일 같은 걸 하면서 100만원 정도를 벌더군요. 어떤 일을 하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구조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주변에 어떻게 알리고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요.

박상준 = 아마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하면 교장선생님들, 교과부 관료들부터 인간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할 겁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최대 교육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현실로 옮기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죠.

박정아 = 7가지 약속에 대해 주변 교사들에게 얘길 하면 이상적이긴 하지만 필요하다고 인정합니다. 사실 교사들도 자기도 모르는 새에 비교육적인 일들을 습관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경쟁을 부추기거나 아이들끼리 해결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관행처럼 해왔던 일을 다시 한번 반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이런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교실이 바뀌어 간다면 교육현실이 조금씩 조금씩 변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지현 = 저는 솔직히 교사로서 뭘 할 수 있을까 조금 무기력해진 상태예요. 많이 노력했는데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사회구조가 함께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박상준 = 교사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돈 벌어야 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 가야 해 한가지뿐인데, 조금씩 균열을 만들면서 인식변화를 이끌어야죠.

홍기표 = 시장주의 교육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이 아쉽습니다. 진보정책이란 게 실제 아이들의 행복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었나 생각해 보면 한계가 많은 것 같아요. 이전에 비해 조금 세련되고 조금 합리적인 정도의 변화 정도로만 느껴집니다.

허수욱 = 저는 7가지 약속을 교실에 붙여놓고 아이들에게 읽어줬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교육의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변화를 이끄는 건 개인의 의식변화와 가정과 학교현장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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