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영화의 원작 소설들, 문학판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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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6.27 16: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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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올 상반기 문학 결산

<해를 품은 달> <은교> <화차>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라는 것이다. 올 상반기 문학시장 역시 ‘스크린셀러’가 강세를 보였다. 문학이 책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기보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 관심을 끈 뒤 책이 팔리는 추세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신간보다는 내용이 검증되고 입소문을 탄 구간이 더욱 많이 팔리는 것도 특징이다.

해외 장르소설의 인기 역시 좀처럼 식지 않는다. 국내 장르소설이 아직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 수입 작품에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로 보인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발표한 올 상반기 도서 판매실적을 바탕으로, 문학 트렌드를 분석했다.


■ 역시 스크린셀러

박범신의 장편소설 <은교>(문학동네)는 2010년 출간돼 7만부가량 팔렸는데 올 상반기 영화 개봉 이후 2배에 가까운 13만부가 판매됐다.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소설은 아직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은교라는 소녀에 대한 노작가의 욕망을 통해 인생과 예술의 본질을 통찰한다.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스릴러 <화차>(문학동네) 역시 변영주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어 올 상반기에 개봉한 뒤 7만부가 팔렸다.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그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도 영화 덕을 봤다.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원서가 나온 이 작품은 유럽에서 6000만부가 팔리면서 ‘스칸디나비아 느와르’ 붐을 일으켰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국내에서는 문학에디션 뿔이 지난해부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등 3부 6권을 완간했다. 국내 판매량은 당초 기대에는 못 미쳤으나 20만부를 넘겼다.

 

■ 주목받은 해외 스릴러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 이후 <너무 친한 친구들> <바람을 뿌리는 자>에 이어 신간 <사랑받지 못한 여자>까지 4권이 나왔다. 타우누스 강력반을 배경으로 한 ‘타우누스’ 시리즈 5권 가운데 하반기에 번역, 출간될 예정인 작품 <깊은 상처>만 남았다. 독일 미스터리는 등장 인물의 심리 분석에 치중해 복잡하지 않으면서 깊이 있게 읽히는 게 대량 판매의 원인으로 꼽힌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45만부 나갔으며 후속작도 10만부가 넘어섰다. 2년 전 <빅 픽쳐>(밝은세상)로 소개되기 시작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파리5구의 여인>도 판매세를 이어나갔다. <빅 픽쳐>는 뉴욕 월가의 변호사 벤이 아내와 이웃집 사진가 게리의 불륜을 안 뒤 게리를 죽이고 자신이 게리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30만부가 나갔다. 올해 초 나온 <파리5구의 여인> 역시 스릴러와 로맨스, 판타지를 혼합해 4만부의 판매기록을 세우고 있다.

 

■ 구간의 활약

2008년에 나온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9년에 나온 권비영의 <덕혜옹주>(다산책방), 지난해 나온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김진명의 <고구려>(새움) 등 베스트셀러들이 여전히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동양고전에서 시작된 고전 읽기 열풍이 문학 쪽으로 옮아오면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가 올 상반기에 5만부가량 팔린 것도 특이한 점이다.

 

■남성작가가 이끈 순문학

올 상반기에는 남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연수의 <원더 보이>, 성석제의 <위풍당당> 등 문학동네가 펴낸 중견 남성작가들의 장편소설이 2만3000~2만7000부의 고른 판매세를 보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몇 년째 미국에 체류 중인 김씨가 폭주족 소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작품이며 조직폭력배와 산골에 사는 유사가족의 대결을 그린 <위풍당당> 역시 8년 만의 장편으로 주목을 받았다. 천명관의 <나의 삼촌 부르스 리>(예담) 역시 화자의 삼촌을 통해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현대사와 대중문화적 감성을 담아내 호응을 얻었다. 원로작가 김주영의 <잘가요 엄마>(문학동네)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지난달 초에 나온 이 작품은 출간 두 달 만에 3만6000부를 기록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어머니의 임종을 맞아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실패했던 그의 신산한 삶을 담백한 어조로 그려냈다.

 

■ 기획소설 인기

알랭 드 보통과 정이현이 사랑을 주제로 쓴 세트소설 <사랑의 기초>(톨)가 두 작가의 명성에 힘입어 6만부(낱권 기준)나 팔렸다. 지난해 1월 타계한 박완서의 유작 단편 3개를 1주기에 맞춰 묶은 <기나긴 하루>는 6만5000부가 나갔다. 김영하가 수상한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옥수수와 나>(문학사상)도 오랜만에 호조를 보인다.

시장의 구미에 맞춰 내놓은 기획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도 여성작가들이 섹스를 주제로 쓴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문학사상), 웹진 ‘북&’에 연재됐던 젊은 작가들의 단편 모음 <여신과의 산책>(레디셋고) 등이 선보였다. 기획소설은 주제의식이 명확한 데다 한 권 안에서 다양한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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