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10만년의 모래언덕서 마주한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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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6.25 14: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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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일본 혼슈 서남부 돗토리시

 

동해 건너편, 일본 혼슈 서남부 돗토리시는 ‘모래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약 10만년 전부터 형성된 동서 16㎞, 남북 2㎞의 장대한 사구해안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에는 올해 개관 6년째를 맞은 세계 유일의 상설 모래조각 전시관 ‘모래미술관’이 있다. 사시사철 전 세계 유명 모래조각가들이 모여 오직 모래와 물만 이용해 모래조각 작품을 만든다.

2012년 6월 현재 이 미술관에는 ‘대영제국의 번영과 왕실의 자부심’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아더왕, 셰익스피어,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 웨스터민스터 사원, 여왕의 황금마차…. 약 2800㎡의 전시실 안에 펼쳐진 모래조각 파노라마를 보노라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 모든 작품을 정말 모래로 만들었다니. 그리고 한 번 더 놀랄 것이다. ‘내년 1월 전시가 끝나면 이 모든 작품을 다 없애버린다고?’

모래조각을 만들려면 나무틀에 모래를 굳히고 물을 넣어 형태를 유지하도록 한 뒤 조각칼로 조심스럽게 깎아내야 한다. 작업에 보통 2~3개월이 걸린다. 자칫 한 번의 실수로 몇 달 동안 만든 조각상 전체를 무너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구의 모래는 황금마차의 바퀴살이나 여왕의 드레스 주름으로 변한다.

 

하지만 이처럼 고생스럽게 만든 작품도 1년의 전시 기간이 끝나면 가차없이 모래로 되돌아간다. 이 때문에 2010년의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전’, 2011년 ‘위대한 대지 생명의 땅 아프리카전’의 작품들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 전시 중인 ‘대영제국전’도 내년 1월6일까지만 볼 수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테마의 모래조각이 전시될 것이라고 미술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애써 만든 작품이 사라지는데 아쉽지 않을까. 돗토리시 모래미술관 기획프로듀서 가쓰히코 차엔은 “모래조각은 사라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모래조각은 만든 순간부터 조금씩 부서져 결국 원래의 모래로 돌아간다. 오늘 본 모습을 내일 결코 볼 수 없다는 것이 매력”이라며 “썰물 때 만들고 밀물 때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모습이 모래조각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모래미술관은 예외다. 이 미술관은 ‘영원’ 대신 ‘항상 변화하는 시간’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여 관람객들에게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작품을 보고 있다는 추억을 선사한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인연’(一期一會)이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인연’은 미술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돗토리 사구는 모래미술관과 더불어 돗토리 여행객의 필수코스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평원에 초속 5m 이상의 바람이 불면 생기는 바람무늬는 인간이 도무지 흉내 낼 수 없는 작품이다. 모래조각과 마찬가지로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무늬를 찍기 위해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모래가 워낙 부드러워 맨발로 다닌다. 아이들이 뛰놀기도 좋다. 이곳에서는 패러글라이딩과 샌드보드, 모래썰매 등의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지도원들의 도움을 받아 반나절만 연습하면 저녁 무렵에는 하늘에서 새파란 바다와 광활한 모래사장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돗토리 사람들은 음식도 ‘이때 아니면 먹어볼 수 없는’ 계절 음식을 선호한다. 사구 인근 해안에서는 1000엔대에 다양하고 풍부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일본 대도시 지역에 비해 물가가 아주 저렴하다.

돗토리시 인근에는 볼거리도 많다. 대부분 일본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온천과 전통 여관이 어우러진 미사사 온천거리에서는 일본식 정식인 가이세키,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전통 숙박시설 료칸을 이용할 수 있다. 사구의 모래를 털고 가벼운 전통식사 뒤에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든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본식 정원이 잘 보존돼 있는 전통 옛집 이시타니케 고택이나, 메이지 시대 대표 건축물이자 올 8월 개봉할 영화 <바람의 검심> 촬영지 진푸가쿠(仁風閣)에 가볼 만하다. 진푸가쿠는 다이쇼 일왕이 왕세자 시절 돗토리현 순방길에 숙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조선 영친왕도 이곳을 방문해 친필을 남겼다.

돗토리시 인근 사카이미나토시에는 일본의 국민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만화 <게게게노 기타로>를 모티브로 형성된 미즈키 시게루 거리가 있다. 각양각색의 요괴 동상이 거리에 즐비하고 일본의 요괴신앙을 만화적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 기념관인 ‘후루사토관’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돗토리 지역을 여행할 때 운전을 못하거나 일본어를 못해도 걱정이 없다. 돗토리시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1000엔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택시는 4명까지 1000엔(약 1만4000원)에 3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택시 기본요금이 600엔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요금이다.

돗토리 주민들은 돗토리시가 한국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의 촬영지였다는 점에서 한국을 친숙하게 여기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돗토리 시내 퓨전카페 ‘카페소드’는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지역 명물이다. 정우성과 수애의 사진을 걸어놓고 ‘아테나 카레’ 등 각종 퓨전 요리를 팔고 있다.

관광지마다 한글 안내책자가 구비돼 있어 편리하다. 관광지가 아닌 거리에서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는 말할 수 있는 일본 젊은이들을 제법 볼 수 있다.

 

길잡이

■ 돗토리현 요나고 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주 3회 운항한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10분 걸린다. 강원 동해항에서는 사카이미나토항까지 가는 DBS크루즈훼리가 매주 목요일 출발한다.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는 JR열차로 약 2시간 걸려 돗토리시의 돗토리역에 도착할 수 있다.

■ JR 돗토리역 내 돗토리시 관광안내소(0857-22-3318·일본어) 또는 돗토리시 국제관광객서포트센터(0857-36-3767·한국어)를 통해 ‘1000엔 관광택시투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000엔 관광택시투어를 이용하면 4명까지 1000엔(약 1만4000원)으로 오전 9시~오후 6시30분 중 3시간 동안 시내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별도의 가이드는 없다. 대신 시내 주요 관광지 입장료 할인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쿠폰카드’가 제공된다.

■ 돗토리 사구 모래 미술관에서는 지난 4월14일부터 2013년 1월6일까지 ‘모래로 세계여행·영국-이야기로 전해 내려온 대영제국의 번영과 왕실의 자부심’을 주제로 20여점의 모래조각 작품을 전시 중이다. 입장료는 어른 600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8월부터 11월까지 돗토리현에서 국제만화축제가 열린다.

■ 돗토리현의 특산품은 ‘20세기 배’다. 19세기에 품종 개량을 통해 이 배를 만들어낸 농부가 20세기에 이 배가 유명해질 것을 기원하며 이름붙였다. 4월에는 사구 근처에서 배꽃 관광을 할 수 있다. 락교, 참게, 흰오징어 등도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 돗토리시에는 요시오카, 돗토리, 하마무라, 시카노 등 4개의 온천이 있다. 온천 입장료는 어른 기준 350~420엔이다. 돗토리역 근처의 시티호텔 그린모리스 호텔은 하루 6800엔(조식·사우나 포함). 전통 료칸은 1만5000엔 상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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