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대형마트 쉬니 야채가게 하루 매출 30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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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6.20 15: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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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서울 길동시장서 가게 운영 ‘늘푸른 야채’의 배시철 사장

 

서울 강동구 길동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배시철 사장(40)은 요즘 살맛이 난다고 했다. 나라 경제가 어렵지만 자신의 채소가게는 매출이 쏠쏠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채소가게를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처음 맛보는 재미다.

배 사장이 길동시장에 터를 잡은 것은 올해로 7년째다. 송파구 석촌시장에서 3년 정도 채소가게를 하다 상권을 보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가게 크기는 16.5㎡(5평) 정도다. ‘늘푸른 야채’라는 간판을 달고 오이, 당근, 배추, 무, 얼갈이 무 등 60여개 품목을 팔고 있다. 신선식품 거래 일을 하게 된 것은 벌써 10년이 넘었다. 새벽에 물건을 떼 와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내와 초등생 두 딸 등 단란한 가정을 이루게 한 일이라 애착이 크다. 배 사장은 애초 이쪽 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것저것 개인사업에 손댔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는 사람 권유로 이 일에 뛰어들면서 평생 직업이 됐다.

지난 14일 찾은 길동시장은 제법 활기가 넘쳐 보였다. 강동우체국부터 1㎞ 정도 골목길 좌우에 들어선 점포는 모두 150여개로 강동구 14개 재래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시장통 사람들에 따르면 통상 날이 더워지면 손님들은 오후 4시 이후가 돼야 시장을 찾는다. 그러나 초여름 더위가 절정인 오후 1시가 넘은 시각에도 길동시장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은 적지 않아 보였다. 배 사장 가게에 매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평소 일요일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신나게 팔려나가는 오이·호박·열무
‘손님 빨아들이는 기계’가 멈추니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강동구는 지난 3월26일 구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한 달에 두 번(매달 2·4주 일요일)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는 조례를 공포했다. 조례 공포에 따라 4월 둘째주 일요일(8일) 강동구에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 13군데가 먼저 문을 닫았다. 전국에서는 전북 전주시에 이어 두 번째고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는 처음이었다. 그날 강동구에 있는 대형마트는 강제휴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형마트도 영업일수를 제한하는 개정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공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날 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평소 일요일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매출도 제자리걸음이었다. 기업형 슈퍼마켓 휴무가 자신의 채소가게 매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늘푸른 야채’의 일요일 매출액은 120만~130만원 정도였다. 평일도 일요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게 배 사장의 설명이다.

배 사장은 “홍보가 덜 돼 기업형 슈퍼마켓이 강제로 문을 닫는 걸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은 탓이었던 것 같다”면서 “평소 기업형 슈퍼마켓을 찾던 손님들이 재래시장에 와서 물건을 사기보다는 오히려 대형마트로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정은 곧 달라졌다.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4월10일 정식 공포되면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도 한 달에 두 번씩 강제로 영업을 못하게 됐다. 4월22일 넷째주 일요일. 대형마트가 의무적으로 쉬는 첫 휴일이었다. 그날은 평소 일요일과는 확연히 달랐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매출도 평소 일요일에 비해 15% 정도 늘었다. 오이, 호박, 열무, 얼갈이, 총각무 등 어느 것이나 골고루 많이 팔렸다. 기업형 슈퍼마켓과 대형마트가 한꺼번에 강제 휴무에 들어간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배 사장은 “대형마트가 처음 강제로 영업을 못하게 된 효과가 재래시장에 이렇게 금방 나타날 줄은 몰랐다”면서 “기업형 슈퍼마켓만 강제 휴무에 들어갔던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고 말했다.

강동구에는 대형마트 4곳이 있다. 이마트가 2곳, 홈플러스 1곳, 2001 아울렛 1곳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롯데마켓999 2곳,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곳, 이마트 에브리데이 1곳, GS슈퍼마켓 5곳, 이마트슈퍼 1곳, 하나로마트 2곳, 롯데슈퍼 1곳 등 15곳이 있다. 이 중 하나로마트는 농산물 취급 비중이 51%를 넘어 강제 휴무 대상에서 빠져 있고 나머지 13곳은 강제 휴무 대상이다.

길동시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대형마트는 홈플러스 강동점. ‘늘푸른 야채’와의 거리가 400m 정도에 불과하다. 대형마트는 길동시장 같은 재래시장에 공포의 대상이다. 시장 상인들에게는 마치 소비자들을 세게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같은 존재다.

그런 대형마트의 강제 휴무 효과는 날이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5월13일. 두 번째 강제 휴무일이었다. 그날 ‘늘푸른 야채’의 매출액은 평소 일요일에 비해 20% 정도 늘었다. 강동구 내 대형마트 첫 휴무일이었던 4월22일보다 약 5% 늘어난 것이다. 길동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오후 4시가 넘어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이자 시장 통로가 제법 붐빈다 싶을 정도로 주민들이 많이 나왔다.

배 사장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형마트 강제 휴무일이 점차 알려지면서 길동시장 같은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확실히 늘고 있다”면서 “5월 들어서는 대형마트의 강제 휴무 약발이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넷째주 강제 휴무일인 27일에는 13일보다 매출이나 손님의 왕래가 더 많아졌다. 매출이 23% 정도 늘었다고 배 사장은 귀띔했다.

배 사장은 “대형마트 강제 휴무가 회를 거듭할수록 가게 매출액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나라에서 나 같은 재래시장 상인들도 먹고살 수 있도록 이런 법을 만들어 준 게 고맙다”며 웃었다.

6월 첫 강제 휴무일인 지난 10일에도 이전 휴무일보다 나았다. 송권석 길동시장상인연합회장은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재래시장 점포들 중 가장 덕을 많이 보는 데가 채소·과일 같은 신선식품을 파는 곳”이라면서 “길동시장 전체 점포를 보더라도 평균 2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요즘 일손 구하는 게 참 어렵다고 한다. 일의 특성상 힘 좀 쓰는 젊은이가 필요한데 20~30대 젊은 친구들은 편한 아르바이트만 찾기 때문에 모셔오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 월급으로 160만~170만원을 준다고 해도 선뜻 나서는 젊은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어렵사리 20대 1명, 30대 1명 등 남자 둘을 고용해 함께 일하고 있다.

강제 휴무 혜택을 보고 있지만 대형마트 측에서 ‘매출 감소로 인한 구성원의 고용 축소’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가 동네상권은 물론 서민들을 살리자는 것인데 이로 인해 마트 내의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다면 온당치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배 사장은 “내가 대기업의 고용문제를 왈가왈부할 형편은 아니지만 상생을 위한 방안을 찾는 데 더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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